키움 히어로즈 이정후(21)가 가을야구 활약을 다짐했다. 부상으로 경기에 나설 수 없는 임병욱의 몫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다.
이정후는 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 LG 트윈스와 준플레이오프(준PO) 3차전에 2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1차전에서 3번 타자로 출전, 3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던 그는 2차전에서 2번으로 자리를 옮기고 4타수 2안타 1타점으로 활약해 팀의 승리를 견인했다. 이날도 테이블세터의 중책을 맡았다.
3차전을 앞두고 만난 이정후는 "방망이가 안 맞아도 수비에서 잘하면 되니까 가슴에 담고 있진 않았지만, 조급한 건 사실이었다. 안타가 빨리 나와서 다행"이라며 멋쩍게 웃었다.
새롭게 쓰는 가을의 기억이다.
그의 첫 가을야구였던 지난해는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정후는 지난해 한화와 준PO 2차전에서 슬라이딩 캐치를 하다 어깨 부상을 당했다. 팀은 준PO에서 한화를 물리치고 플레이오프까지 올랐지만, 이정후가 할 수 있는 건 멀리서 동료들을 응원하는 것 뿐이었다.
이정후는 "작년엔 그런 타구가 올 거라고 생각을 못하고 있었다. 몸이 반응하는대로 따라가다 다쳤다. 올해는 타구 방향을 미리 생각하고 있으려고 한다. 그런 타구가 와도 슬라이딩은 안 할 것 같다"고 떠올렸다.
이번에는 꼭 가을야구를 완주하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다. 그는 "작년 플레이오프에서 우리 팀 형들이 정말 잘 하더라. 부러운 마음도 들고, 멋있어 보이기도 했다. 준플레이오프를 잘 끝내고, 올해는 나도 플레이오프에서 뛰어 보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가 더 열심히 뛰고 싶은 이유가 또 있다. 시즌 막판 부상을 당한 팀 동료 임병욱을 위해서다. 임병욱은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맹활약을 했지만, 지난달 말 무릎 부상을 입어 시즌을 그대로 마감했다.
가을야구를 지켜만 봐야 하는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정후다. 이정후는 "병욱이 형과 통화를 했는데, 목소리는 밝아보였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을 거라는 걸 잘 안다. 병욱이 형 몫까지 열심히 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리고 그 다짐대로, 이날도 이정후의 활약은 계속됐다. 이정후는 1회 1사 후 LG 선발 케이시 켈리에게 우전 안타를 치고 출루했다. 켈리의 폭투에 2루에 안착한 그는 박병호의 적시타에 홈을 밟아 팀에 선제 득점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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