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 주52시간제 등 고충 호소…文대통령 "보완책 마련"(종합)

기사등록 2019/10/04 18:41:34

文대통령, 경제4단체장과 청와대서 오찬간담회

수출 부진 해소, 경제 활성화 위한 경제계 의견 청취

중기중앙회, 300인 미만 주52시간 보완책 마련 건의

文대통령 "기업 어려움 잘 알아…보완책 마련 중"

상의 "경제 활력 저하…대대적 규제 혁파 나서달라"

경총 "기업 사기 저하…최저임금 상승에 어려움 커"

비서실장·정책실장·경제수석만 배석…"허심탄회한 대화"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충무실에서 열린 '경제계 주요인사 초청 간담회'에 참석하여 일본의 반도체 관련 수출 규제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왼쪽부터 구광모 LG회장,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홍남기 부총리, 문재인 대통령,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김병원 농협 회장. 2019.07.10.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주요 경제단체장들을 만난 자리에서 내년 시행되는 300인 미만 기업의 주52시간 근로제와 관련한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김영주 한국무역협회 회장 등 경제 4단체장과 2시간 동안 오찬을 함께 했다.

이 자리에서 김병문 중기중앙회 회장은 "300인 미만 기업 근로시간단축 52시간 시행과 관련해 정부의 조사결과가 현장과 차이가 있는 경우가 많다. 주52시간 관련 중소기업의 56%가 준비가 안된 것으로 조사됐는데 노동부는 39%만 준비가 안돼 있다"며 "보완책을 마련해 달라"고 건의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정부도 기업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 정부 차원의 보완책을 마련하고 있으니 조만간 의견을 구하겠다"며 "다만 탄력근로제 등 법 통과를 위해 재계·경제단체들에서도 국회와 논의해달라"고 답했다.

이번 오찬은 최근 수출 부진과 마이너스 물가, 글로벌 무역 전쟁 등으로 경제 상황이 악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 활성화를 위한 현장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마련됐다.

청와대에서는 대변인 배석 없이 노영민 비서실장, 김상조 정책실장, 이호승 경제수석 등 3명의 핵심 참모만 참석했다. 청와대와 경제계가 최근 경제 상황에 대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자는 취지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세계 경제 하강이 국제기구나 전문가들의 예측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각 나라 모두 경기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특히 제조업 수출 비중이 큰 나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인 만큼 경제계에서 이런 상황에 대해 하시고 싶은 말씀들을 편하게 들려주시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참석자들은 최근 경제 상황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경제계의 건의 사항을 전달했다.
 
김 회장은 화평법(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관법(화학물질관리법) 관련 보완책 마련과 중소기업 소액 수의계약 규제 완화도 건의했다.

문 대통령은 "내년부터 시행되는 화평법·화관법에 대한 유예기간 부여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건의에 대해서는 정부쪽에서 잘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소액 수의계약 규제 완화 건의에 대해서는 "정책실장이 적극 검토해서 개선하라"고 지시했다.

개성공단 가동 재개와 관련한 의견도 오갔다.

문 대통령은 정부가 바뀌어도 개성공단에 유턴한 기업들이 지속가능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견을 구했다. 이에 김 회장은 "한국 기업뿐만 아니라 외국 기업까지 개성공단에 들어온다면 신뢰가 쌓여 지속가능할 것"이라고 답했다.

대한상의는 과감한 규제 개혁을 요청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대한상의 회장에 취임한 이후 이렇게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는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최근 경제 상황과 관련해 "거시적인 결과로 나오는 숫자들은 일부 관리되고 있는 것 같은데, 성장의 과정과 내용을 보면 민간 생태계가 건강하지 못하다"며 "업종 전환 등이 늦어져 경제의 신진대사가 떨어져 있는데, 정부 차원에서 시행할 수 있는 대대적인 규제 혁파에 나서주시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그는 "현재 입법 개정이 지연돼 안되는 것들에 대해서는 규제 샌드박스 관문이 확대되기를 바란다"며 "또 일부 규제 샌드박스 신청 건에 대해서는 정부기관 뿐만아니라 '민간 채널'까지 창구로 추가해 관문을 넓히는 것을 협의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총은 빠른 최저임금 상승과 근로시간 단축 등에 대한 고충을 호소했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기업 사기가 많이 저하되어 있고 국내 신규투자는 저조한 반면 해외투자가 늘어나고 있으며 기업실적도 악화 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와 같이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는 미중 무역 갈등 등에 따른 대외 요인도 있으나 여러 가지 대내적 요인들도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손 회장은 "우리나라 대졸 초봉이 월 400만원 수준에 달하는 등 인건비가 높은 반면, 전반적으로 생산성은 낮은 편"이라며 "지난 2년간 최저임금이 너무 높게 상승해 대기업도 서비스 업종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중소기업 등은 더욱 어려움이 심판 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많은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내년부터 300~50인 기업도 포함되므로 걱정스러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참석자들은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해 아직 직접 피해는 없지만 이번 기회에 부품소재 산업의 경쟁력 강화 기회로 삼아야하고, 대·중소기업 상생 모델 등은 지속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 주요 경제 법안의 국회 입법이 지연되고 있어 정부가 자체적으로 하위 법령이나 해석 등을 통해 기업의 애로를 해소하는 적극 행정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 및 노동 관련 법률 개정과 관련해서는 노사 양측의 균형된 입장의 반영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경제게의 건의를 듣고 "관련 내용을 검토해 나가겠다"고 언급했다. 또 "국회에 제출된 입법안에 대해서는 경제계도 애로 사항을 개진해 법안이 신속히 처리되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청와대는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 정부 차원에서 애로를 해소할 부분이 있는지, 중소기업 애로 해소를 위한 제안들을 실행할 방법이 있는지, 경제 활력과 혁신 성장을 위해 적극 행정을 통해 해결할 방법이 있는 지 등 제기된 의견들에 대해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ah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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