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덥고, 밤에는 추워요"…ASF 방역에 지친 공무원들

기사등록 2019/09/27 15:52:49
【포천=뉴시스】김선웅 기자 = 파주에 이어 연천 돼지농장에서도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진 판정이 내려진 18일 경기 포천시의 한 방역초소에서 방역 관계자가 차량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2019.09.18. mangusta@newsis.com
【파주=뉴시스】이경환 기자 = "밤에는 춥고, 낮에는 덥고…업무는 밀려 있어 답답합니다."

27일 오전 경기 파주시의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방역초소에서 만난 한 여성 공무원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온도는 27도에 비교적 선선한 바람도 불었지만 방역복과 마스크, 고글까지 착용한 채 8시간씩 초소 근무를 하는 이들에게는 한 여름 더위를 방불케 했다.

파주시는 지난 25일부터 84개 초소에 매일 900여명이 넘는 공직자가 방역 초소 근무를 하고 있다. 초소는 24시간 3교대로 운영돼 지금까지 동원된 인력만 4800명을 넘어섰다.

첫 ASF 확진 이후 수도권으로 번지면서 파주시는 방역 초소를 급속도로 늘렸고 이 과정에서 전체 공무원의 3분의 1을 동원, 방역 초소를 운영하고 있다.

초소에는 간이 난로와 선풍기가 마련돼 있지만 새벽에는 15도까지 떨어지는 추위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특히 최근 5년 사이에 구제역이나 조류인플루엔자(AI) 방역을 위한 살처분에 투입된 공무원 9명이 숨지거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울=뉴시스】인천 강화군 하점면 소재 돼지농장이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진 판정을 받았다. 강화군내 ASF 확진을 받은 건 이번이 5번째로 총 확진은 9곳으로 늘어났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초소근무 중인 A(7급)씨는 "언제 끝날 지 모르는 지금 직원들이 심적, 체력적으로 많이 지쳐 있다"며 "여직원들은 길 한복판에 마련된 간이화장실을 이용하기 싫어 물도 마시기를 꺼려 할 정도"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8시간 근무 중 경기도와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련 기관에서 점검을 7번씩이나 나오면서 초소 근무자들을 위축시키거나 살처분 현장과 초소를 오가며 확산 우려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공무원은 초소 근무자 배치와 운영에 대한 개선도 촉구했다.

 B(7급)씨는 "경찰과 군인 등도 방역에 동참하고 있는데 부대와 인접해 있는 초소로 몰리다 보니 어떤 초소에는 필요 이상의 인원이 배치되는 경우가 있고 또 다른 초소에는 여직원 혼자 밤샘 근무를 했다는 얘기도 들었다"며 "안전문제 등 2차적인 피해도 우려되는 만큼 개선책이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살처분에 동원된 직원이 다음 날에는 초소에 근무하는 시스템도 확산 예방을 위해서는 근무표 조정 등을 통해 바뀌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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