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근 작품 TOP 10]낙찰총액 191억...김환기·단색화에 밀려 6위

기사등록 2019/09/26 08:30:00 최종수정 2021/07/09 12:17:38

뉴시스, 국내 언론 최초 작품가격 사이트 'K-Artprice' 오픈

2015~2019 상반기 5년간 '경매 낙찰가' 분석

2007년 45억 최고가 13년째 신기록 경신 안돼

【서울=뉴시스】박수근 미술작품 가격 TOP10(2015년~2019년 상반기). 자세한 내용은 'K-Artprice(k-artprice.newsis.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서울=뉴시스】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박수근 불패' 시대가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13년전인 2007년 5월, 서울옥션 경매장.

시작가 33억원에 출발한 이 작품은 경합이 붙었다. 37×72㎝(20호)에 6명의 여인이 빨래터에 나란히 앉아 빨래를 하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추정가는 35억. 전화 응찰자들의 경합이 이어지면서 순식간에 가격이 치솟았고, '45억2000만원'에서 멈췄다. 장내는 숨소리도 들릴 만큼 조용해졌다. '45억2천만원에 낙찰됐습니다. 탕탕탕~! 망치소리가 울려 퍼지고 동시에 박수 소리도 울려퍼졌다.  

그림 한점이 45억. 천둥번개가 친 것처럼 미술시장이, 대한민국이 들썩였다. 국내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 기록이었다. 이전 박수근 최고가는 그 해 3월 7일 K옥션 경매에서 25억원에 팔린 1961년 작품 '시장의 사람들'(24.9×62.4㎝)이었다.

이때부터 미술시장은 천지개벽했다. 2006년부터 꿈틀대던 미술시장에 그야말로 기름을 끼얹는 사건이었다. '45억 빨래터'는 큰 손들의 지갑을 빨아들였다. 너도 나도 그림을 사 '아트 테크' 신조어도 생겼다.

 2006~2007년은 국내 미술시장 최대 호황기였고, 그 중심에 박수근(1914~1965)이 있었다.   

'국민 화가'와 '비싼 화가'의 타이틀을 거머쥔 박수근 '빨래터'는 그러나 시작이자 끝이었다.

45억 낙찰의 기쁨도 잠시, 위작의 도마에 올랐다. 미술품 진위 논란은 법정까지 갔다. 2009년 법원이 ‘진품으로 추정된다’고 판결하면서 일단락됐지만 '위작 의혹'은 깨끗하게 씻어내지 못했다.

이후 박수근 그림은 힘이 빠졌다. 최고가 기록을 보유했지만 점점 시들해졌고 13년째 그 기록은 갱신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다시 최고가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2007년 25억에 낙찰된 박수근의 1961년작 ‘시장의 사람들’이었다. 2018년  K옥션 11월 경매에서 시작가 39억원을 넘지 못하고 끝내 유찰됐다.

박수근의 45억 2000만원 빨래터는 현재 김환기(1~6위, 8위, 10위)에 밀려 국내 미술품 최고가 9위에 자리하고 있다.
 
#박수근의 낙찰가를 분석하면서 놀라운 기록도 발견했다.

'45억 박수근' 신기록 당시, 김환기가 조용히 치고 오르는 중이었다. 2007년 45억으로 떠들썩할때, 김환기1957년작 구상화 '달과 항아리'가 30억5000만원에 낙찰되어 작가 기록을 경신하고 있었다. 이후 김환기는 13년간 밀물이 되어 국내 미술시장을 점령했고, 작가 신기록 11년만인 2018년 5월, 85억 낙찰로 국내 미술품 최고가를 자체 경신했다. '위작 의혹'이 폭탄이 된 박수근과 달리, 김환기는 현재까지 위작 의혹없이 자체 발광하고 있다는 점이 특이점이다.

박수근은 8년간 지킨 1위 자리를, 2015년 빼앗긴 후 다시 못찾고 있다. 2015년 10월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 47억에 낙찰된 김환기가 매년 최고가 기록을 5차례나 갱신하면서 85억까지 올라갔다. 

【서울=뉴시스】45억2000만원에 낙찰된 박수근, 빨래터, 1950년대, 캔버스에 유채, 37×72cm(서울옥션, 2007.5월 경매)

하지만 박수근은 '국민화가'다. 오는 10월 2일 여는 서울옥션 홍콩경매에 한국적 정서를 대변하는 대표작으로 출품된다. 박수근이 1960년대 초반에 그린  유화 ‘공기놀이하는 아이들’(43.3×65㎝)이 25억에 경매에 오른다. 2009년 4월 서울옥션 부산경매에서 20억원에 낙찰받은 작품으로 10년 만에 다시 경매시장에 나온 박수근 특징이 함축된 희귀 작품이라는 평가다.

거래가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다. 지난 5년간 박수근의 작품은 163점이 경매에 나와 123점이 팔렸다. 2015년부터 2019년 상반기까지 5년간 박수근 작품은 약 190억원의 낙찰총액으로 6위를 기록했다. 이는 서울옥션·케이옥션등 국내 미술품경매사 10여곳에서 거래한 낙찰가를 분석한 결과다. 이같은 내용은 뉴시스가 국내 언론 최초로 개발한 작품가격 사이트인 'K-Artprice(k-artprice.newsis.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15년부터 2019년 상반기 현재까지 팔린 123점중 이우환의 최고가 TOP 10를 집계했다. (그래픽 참고)

▲1.박수근 앉아있는 소녀1960년대캔버스에 유채 74×52.5cm 19억5923만원, 서울옥션 홍콩 2015.10.05
▲2 박수근 목련 1964 캔버스에 유채 27×54cm 16억4530만원, K옥션 홍콩 2015.05.31
▲3 박수근  Under Trees 1961 보드에 유채 37.5×26cm 10억5000만원, 서울옥션 2018.09.12
▲4 박수근  아이 업은 소녀, 하드보드에 유채, 38.2×17.5cm 9억5000만원  서울옥션 2016.03.16
▲5 박수근  모자 1964 하드보드에 유채 34.2×20.2cm 8억3000만원  K옥션, 2015.12.15
▲6 박수근 나무와 두 여인 캔버스에 유채 33×21cm 8억 서울옥션 2018.12.13
▲7 박수근 an Old Tree and Children 1964 하드보드에 유채 29.5×21cm 7억2936만원 서울옥션 홍콩 2016.05.29
▲8 박수근 귀로 1964 하드보드에 유채 16.4×34.6cm 6억8000만원, K옥션2019.05.22
▲9 박수근 앉아있는 여인 캔버스에 유채26.3×21.5cm5억8000만원 서울옥션2018.06.20
▲10 박수근 집골목 (창신동 풍경) 1960 패널에 유채 21.5×26.5cm 5억3000만원 서울옥션 2019.03.12


★박수근 관전 포인트: 최고가 10순위를 살펴보면 국내 7건, 해외(홍콩)기록은 3건이다. 결국 박수근은 내수시장에 절대 강세라는 점을 보여준다.

미술시장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시기는 60년대 초반 작품이다. ‘박수근표 마티에르’ 기법이 완성된 시기다. 화강암 표면같은 거친 질감이 특징이다.

5년간 10순위를 소재별로 나눠 보면 나무와 여인(3,6,7,8위)과 목련(5건), 여인(4건) 풍경(1건)으로 나타나, 박수근의 작품가격을 리드하는 소재는 나무와 여인을 소재로 한 작품이 절대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느티나무는 양구 고향마을에 있는 일명 ‘박수근 나무’다. 박완서 소설 ‘나목’에도 나온다. 그의 나무는 전후 세대에서 제 목소리 못 내고 존재감 없었던 ‘남성’의 상징으로 볼 수도 있다. 반면, 여성은 시대의 아픔을 극복하는 아이콘이자 주인공으로 읽힌다. 아이를 업고 일하는 엄마의 모습은 비참했던 당시의 시대상을 대변하는 상징적이고, 등에 업히거나 노니는 아이는 ‘새로운 희망의 아이콘’으로도 해석된다.

생계가 어려웠던 박수근은 생전 잘 팔렸던 고정적인 소재를 즐겨 그려, 엇비슷한 구성과 유사한 소재의 그림이 여러 점인 경우가 있다. 빨래터 시리즈, 나무와 여인 시리즈, 시장의 여인 시리즈 등이 해당한다. 특히 빨래터 시리즈는 오랜 기간 위작시비에 시달리기도 한 만큼 감정을 꼭 거쳐야 한다. 
【서울=뉴시스】오는 10월 5일 서울옥션 홍콩경매에 25억원에 출품된 박수근의 '공기놀이하는 아이들'.

박수근의 더욱 많은 작품 가격은 뉴시스가 국내 언론 최초로 개발한 작품가격 사이트인 'K-Artprice(k-artprice.newsis.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뉴시스가 (사)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와 MOU를 맺고 23일 선보인 작품가격 사이트에는 국내 경매사에서 활발하게 거래되는 국내외 주요작가 200명의 작품가격을 제공한다. 작가당 5년간 거래 이력이 담긴 2만2400점의 가격을 한 눈에 파악 할 수 있다. 10만원에 거래된 이중섭의 황소 판화부터 김환기의 85억3000만원짜리 붉은 점화까지 작품가격이 총망라되어 있다. 

 #클릭☞ K-Artprice(k-artprice.newsis.com)


◎공감언론 뉴시스 hyu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