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혁신이 힘이다⑪]건설업계에 부는 디지털 혁신바람

기사등록 2019/09/28 08:00:00

IoT 기반 스마트홈 기술 '총성 없는 전쟁'…공기청정 시스템 등 '진화'

BIM·드론·자동화기술로 '스마트 컨스트럭션' 선도…효율·정확·안전 높여

사내 전산시스템·스마트업 투자 확대 등 조직운영 디지털 혁신도 박차

【서울=뉴시스】신정원 기자 = 건설업계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각 사업 분야에서 디지털 혁신을 꾀하고 있다.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스마트홈 기술을 독자 개발해 신규 분양 단지에 적용하고 있으며 각 공사현장에서 드론과 BIM(3차원 기반 건축물 설계 프로그램), 자동화기술 등을 도입해 스마트 컨스트럭션을 선도하고 있다. 차세대 정보망 구축,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인재 채용, 스마트 업체 투자 확대 등도 디지털 혁신 시대에 발맞추고 있는 모습이다.

2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형 건설사들의 IoT에 기반한 스마트홈 기술 전쟁이 치열하다. 그야말로 총성 없는 전쟁이다. 각 건설사마다 기술을 독자 개발하거나 IT 업계와 협약을 맺고 최첨단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사회적으로 미세먼지 문제가 대두되면서 공기청정시스템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물인터넷 기술에 주거 시스템 결합  'IoT 홈랩'

삼성물산은 국내 건설사 최초로 자체 클라우드 기반 플랫폼인 '래미안 IoT 플랫폼'을 개발했다. 지난 6월부터 운영한 체험관 'IoT 홈랩'의 방문객 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만들었다. 사물인터넷 기술과 주거 시스템을 결합한 것인데 음성명령이나 센싱을 넘어 조명이나 온도 등이 입주민 생활패턴에 맞춰 자동으로 조절된다.

이 기술은 지난 6월 분양한 부산 '래미안 어반파크'에 처음 적용했고 서울 삼성동 상아2차 아파트를 재건축하는 '래미안 라클래시'에도 도입했다.

이에 앞서서는 국내 최초 세대 환기시스템과 연동되는 미세먼지 측정기 'IoT 홈 큐브'와 얼굴인식 기술을 활용한 출입시스템, AI 시스템을 접목한 주거시스템인 '월컴 투 래미안'을 선보이는 등 IoT 기술을 활용한 편의 기능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래미안 IoT 플랫폼에 더 많은 제품을 연동하기 위해 IT 기업들과 협력하고 있으며 입주 후에도 최신 제품을 연계할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라며 "네트워크, 보안, 에너지관리 시스템을 하나로 연결해 생활 편의성을 높이는 등 차별화한 상품을 지속적으로 제안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IoT 시스템 ‘하이오티(Hi-oT)를 개발했다. 하이오티는 현대건설과 힐스테이트, 하이테크의 'H'와 IoT의 합성어다.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집을 제어할 수 있는 기능으로 조명과 가전을 켜고 끌 수 있고 엘리베이터 호출, 차량주차알림, 택배 도착 알림 등의 기능도 원격으로 조절할 수 있다.
GS건설의 국내 최초 신개념 공기청정시스템인 '시스클라인(Sys Clein)' 쇼룸 내부 모습 (뉴시스DB)

GS건설은 자회사인 자이S&D와 함께 국내 최초 신개념 공기청정시스템인 '시스클라인'(Sys Clein)을 공동 개발했다. 헤파급필터로 초미세먼지까지 차단하며 창문을 열지 않아도 환기와 청정이 가능해 기존 공기청정기의 단점을 극복했다. 공기정화 시간은 절반 정도로 줄였고 천장에 설치해 공간 활용성도 높였다.

◇초미세먼지까지 잡는 공기청정 시스템 등장

이 기술은 지난 4월 한국공기청정협회 단체표준 인증(CA) 시험을 통과해 성능을 인정받았다. 심사 기준은 일반 공기청정기의 경우 청정화능력은 4~8㎥/분 미만, 소음은 50dB 이하, 오존발생농도는 0.03ppm 이하, 유해가스 제거 효율은 70% 이상을 만족해야 한다.

GS건설 관계자는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해외 유명 브랜드 제품도 CA 인증이 없는 경우가 많다"며 "CA 인증을 받았다는 것은 그만큼 시스클라인의 신뢰도가 높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월패드와 스마트폰 앱, 단지 내 설치된 미세먼지 알림 보안등을 통해 공기 질을 확인할 수 있는 'HDC IoT 클린에어 시스템'을 도입했다. 계열사인 HDC아이콘트롤스와 함께 개발했다. 아이파크에는 현재 실내 공기는 외부로 내보내고 오염 물질을 걸러낸 외부 공기를 실내에 공급해 주는 실내 환기 시스템도 적용 중이다.

또한 지난 2월 카카오와 AI 플랫폼 카카오아이(I) 관련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아이파크 아파트에 카카오아이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홈 시스템을 적용한다는 내용이다. 카카오택시, 멜론, 뉴스검색, 날씨, 쇼핑, 일정관리 등 카카오 서비스와 콘텐츠를 스마트홈 서비스에 연동해 편리성을 더했다. 지난해엔 IoT 간 연동을 위한 국제 기술표준을 만들기 위해 설립된 OCF(Open Connectivity Foundation)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기기와 가전을 제조사와 관계없이 손쉽게 연결하는 스마트홈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건설현장에서도 디지털 혁신을 가속화하고 있다. 최첨단 기술로 정확도와 업무 효율을 높이는 한편 안전사고 예방 장치도 강화하며 '세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대우건설은 이미 2015년부터 IoT와 ICT(정보통신기술)를 활용한 시공관리 자동화 기술 'DSC'(Daewoo Smart Construction)을 운영 중이다. 이 시스템은 건설 현장의 안전과 공정, 품질을 통합 관리해 현장 생산성을 높이는 첨단 기술이다.

◇'DSC' 자동화 기술 도입…디지털 가상현장으로 원격 관제

디지털 가상현장을 통해 공사현장 전체에 대한 원격 관제가 가능하며 시스템을 통해 공정률과 공구 내 구간별 장비·인력 투입 현황, 주요 공사 이슈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서해선철도 4공구와 '위례 우남역 푸르지오', 서울문산 고속도로 4공구, 강진광주 고속도로 1공구현장 등에 반영했으며 독자기술를 개발해 특허 출원도 마쳤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DSC 시스템을 모든 현장에 보급하면 근로자와 장비, 공정에 대한 통합관리가 가능해지고 리스크를 사전에 예측해 손실을 최소화하는 한편 현장 시공을 자동화함으로써 건설 생산성이 10% 이상 높아진다"며 "2025년까지 IoT 모니터링, 디지털 가상현장, AI-빅데이터 분석 기반 시스템을 갖추고 모든 현장에 확대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 조립식 공사를 위한 건설생산관리 시스템과 자동화 시공관리 시스템도 개발 중이다. 또한 대우건설 기술연구원이 개발한 드론(무인항공기) 측량을 해안 방조제 변위 검토, 준설매립지 매립량 관리 등 각종 설계 공사 현장에서 활용하고 있다.

포스코건설도 조사·측량·설계·시공에 이르는 모든 단계에서 BIM·레이저스캐너·드론·자동화건설장비 등을 활용하며 3D 데이터 기반의 '스마트 컨스트럭션'을 선도하고 있다.  

사업 준비단계인 지형조사와 측량 분야에선 드론과 레이저스캐너를 활용해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지형에 적용, 정확도와 효율을 높이고 있다.

설계 분야에선 대부분 공사현장에 BIM을 활용하고 있다. BIM은 2D 설계도면을 3D 도면으로 변환해 공사계획과 물량 정보를 담아주는 디지털 플랫폼이지만 아직 최적화되지 않아 산업 전반 활용도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포스코건설은 최근 착공식을 한 '신안산선 복선전철' 안산·시흥~여의도(44.6㎞) 전체 노선과 차량기지 전 구간에서 BIM을 통해 설계 오류, 적정성 등을 검토해 시공 효율을 높였다.

시공분야에선 대규모 토공 작업시 GPS를 활용하는 MCS(건설장비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했다. 굴삭기에 고정밀 GPS와 각종 센서를 장착해 운전자가 측량사 없이 3D 설계도면 만으로 작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삼척화력발전소 부대토목공사 현장에 적용, 품질을 확보하고 공기 단축 및 원가절감에도 성공했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스마트 컨스트럭션' 적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며 "앞으로 모든 현장에 BIM과 드론, 자동화건설장비 등을 활용해 생산성 향상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롯데건설, 중장비 안전기술이 적용된 디스플레이 화면(뉴시스DB)

롯데건설은 지난 1월 재난·건설·산업 현장에서 중장비 RFID(무선인식) 안전관리 시스템' 방재신기술을 공동 취득하고 용인 성복동 2차 공동주택 사업(2단지) 현장 등에 적용했다. 이 기술은 건설 현장 등에서 장비 주변에 사람이 접근할 경우 경고와 함께 장비를 강제로 멈추게 하는 안전사고 예방 시스템이다.

◇건설현장에 등장한 '드론·BIM'…최첨단 디지털 기술 접목

국내외 건설현장에선 이미 드론과 BIM을 활용한 최첨단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고 있다. BIM은 베트남 롯데센터 하노이, 인천공항여객터미널 전면시설,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 지스퀘어 등 프로젝트에 도입했다. 롯데월드타워 BIM 활용 사례는 '2018 테클라 아시아 BIM 어워드'에서 아시아 지역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국내 고급 주택 '나인원 한남' 시공에도 드론과 BIM 설계를 적용했다.

조직운영과 전산시스템에서도 디지털 혁신 바람은 멈추지 않고 있다.

올해로 60주년을 맞은 롯데건설은 지난 4월 차세대 ERP(전사적 자원관리) 시스템 'LENCIS 4.0'을 구축했다. ERP는 재무·인사·조달 등 필수 자원관리와 마케팅·영업, 설계, 견적, 시공, 사후관리, 안전환경관리 등 핵심 업무 전반을 수행하는 시스템이다.

롯데건설은 2008년 자체 ERP인 'LENCIS'를 개발해 사용해 왔으며 이를 업그레이드 해 'LENCIS 4.0'을 개발했다.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한다는 의미로 '4.0'을 붙였다. 손으로 처리하던 일부 업무를 시스템화하고 업무 효율성과 편리성을 높이는데 중점을 뒀다. 해외 및 플랜트사업 확대 등 향후 10년 간 사업구조 변화에 대비하는 기능도 강화했다.

호반그룹은 4차 산업혁명 시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엑셀러레이터 사업에 진출했다. 지난 2월 엑셀러레이터 법인인 '플랜에이치벤처스'를 설립해 그룹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투자를 모색 중이다.

플랜에이치벤처스는 지난 8월 스마트팜 플랫폼 기업인 '쎄슬프라이머스'와 건축 자동설계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 '텐일레븐'에 각각 투자를 완료했다. 지난 4월엔 텐일레븐의 AI 기반 3D 건축설계 솔루션인 '빌드 잇(Build It)'을 활용해 불광동 5구역 재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한 바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20년도 신입사원 채용부터 AI 면접을 도입했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방대한 면접평가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지원자의 인터뷰 답변뿐만 아니라 시선처리, 감정, 음성, 언어, 혈색 등을 정밀 분석함으로써 적합한 인재상을 찾는데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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