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단 70주년 국립극단, 정부간섭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돼야"

기사등록 2019/09/23 19:14:50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내년 창단 70주년을 맞는 국립극단이 특정 정부권력의 간섭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돼야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방옥 연극평론가는 23일 오후 대학로 이음센터 이음아트홀에서 열린 심포지엄 '국립극단 70주년을 통해 본 성찰과 지향'에서 발표한 발제문 '창단 70주년을 맞아, 국립극단의 정체성을 다시 묻는다'를 통해 이렇게 지적했다. 

"국가재정의 지원을 받되 실제 극단운영에서 정치적 코드나 진영논리, 특정 프레임, 정권교체에 따른 이해관계들로부터 자유롭고 그것을 넘어 앞서가도록 자율적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립극단이 예술 생산의 주체로서 독자적이며 자유롭고 열린 자세를 견지하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짚었다.

1950년 창립한 국립극장의 전속단체인 신협을 모태로 한 국립극단은 지난 1962년 명동국립극장의 단일화된 전속 단체로 발족했다.

1973년 국립극장이 남산으로 이전하면서 그곳에 둥지를 틀었다. 2002년 예술감독제가 도입됐고, 2010년 재단법인화돼 지금의 서계동 시대를 열었다. 부지에는 200석의 백성희장민호극장, 80석 규모의 가설극장인 소극장 판이 있다. 2015년 558석의 명동예술극장을 통합하면서 이 극장도 전용극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날 김 평론가는 국립극단의 활동이 한국 연극계 속에서 어떤 위치와 기능과 의미를 점하고 있는지를 되돌아봤다.

김 평론가는 "국립극단이 한국연극문화의 중심에 서 있었다고 말하기는 힘들다"며 박한 평가를 내렸다. "70년의 대부분 동안 한국연극문화의 견인차 역할을 하지도 못했으며 사회의 변화를 읽어내고 리드하지도 못한 채 연극계 한 켠에서 명맥을 이어왔다"는 것이다.

김 평론가에 따르면 창단 직후 '원술랑', '뇌우' 공연이 해방 직후의 혼란과 가난에 시달리던 관객의 일시적 호응을 받았으나 6·25 동란으로 인해 곧 열기는 식어버렸다.

김 평론가는 "피난 시절과 4·19 혁명 직후 국립극단은 사회변혁과 동떨어진 레퍼토리 선정과 공연활동으로 지탄을 받았다"면서 "그 후로 차범석, 노경식, 천승세 등 몇몇 사실주의 작가들과 오태석을 발굴한 것 정도를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지지부진했다"고 평가했다.

1970년대 예술적 활기가 띤 연극계의 기운에는 동참하지 못했고, 유신독재가 심화되면서 대형 계몽사극을 공연하는 등 관의 들러리로 무력함을 벗어나지 못했다고도 짚었다. 

1980년대 이후 연극문화 전체가 양적으로 팽창하면서 일반극단이 올리기 어려운 해외명작을 소개하고 2000년 이후 예술감독제를 도입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으나 여전히 연극계와의 소통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판단이다. 존재감이 미흡한 이유로 "일 년에 몇 편 안되는 공연 횟수와 극단과 단원제의 비효율적 운영"을 꼽았다. 

다만 2010년 재단법인화한 이후 양적으로 활성화된 활동을 통해 연극계의 주요위치를 점했고, 연극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러나 "제작편수가 서너 배 이상으로 늘면서, 국공립제작극장에 밀려 취약해진 극단 공연을 일방적으로 흡수한다"며 국립극단의 비대화라는 비판을 듣기도 했다는 점도 짚었다.

김 평론가는 국립극단이 독립재단의 틀을 갖추고 70주년을 넘어서는 지금이 '한국 연극문화의 발전소'로 자리 잡아야 할 시점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로 인해 "특정 정치권력들로부터 자유로운 독립적 경영을 쟁취하도록 노력하며 이를 위한 제도적 변혁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김 평론가는 "예술감독, 이사장, 이사들의 선출방식과 재임기간 및 자율성과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한 극장조직의 재정비, 지방소재의 다수의 국립극장 추진, 현재의 임시건물이 아니라 제대로 된 극장의 확보, 연극계 전체의 건강한 생태계를 위한 민간 극단과의 상호협조적이며 상생적인 관계 지속 등이 필요하다"면서 "길게는 통일시대와 4차 산업시대까지를 내다보는 안목과 준비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자리는 1950년 창단 공연 '원술랑'을 시작으로 공연을 올려온 국립극단의 70년을 톺아보기 위해 마련됐다. 연극평론가인 김미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와 연출가인 김재엽 극단 드림플레이 테제21 대표의 사회로 총 3부로 구성됐다.

노이정 평론가, 김숙현 평론가, 전강희 평론가, 2015년 국립극단 시즌단원으로 활동한 배우 김신록, 연출가인 구자혜 극단 '여기는 당연히, 극장' 대표 등이 발제했다. 이성열 국립극단 예술감독은 국립극단의 조직과 운영 현황을 공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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