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함박도 北군사시설, 美 방어전략에 영향" 우려

기사등록 2019/09/11 08:51:16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함박도 관할권에 대한 의원 질의에 심각한 표정으로 답변을 하고 있다. 2019.09.04. jc4321@newsis.com
【서울=뉴시스】유세진 기자 =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위치한 섬 함박도가 한국 땅이냐 북한 땅이냐를 놓고 한국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미 군사전문가들은 현지에 들어선 북한 군시설이 미국의 방어 전략에도 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고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 11일(미국시간 10일) 보도했다.

이들은 특히 북한이 함박도에 전파교란장치나 다연장로켓 등을 설치해 한국의 인근 도시와 기반시설을 위협할 수 있다며 보다 단호한 대응을 촉구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한국 군당국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접 지역에 들어선 북한 군사시설의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베넷 연구원은 이날 북한이 실제로 방사포 등을 함박도에 배치한다면 한국을 겨냥한 무기의 타격 범위와 대상을 늘리는 것으로 과거와 달라진 위협에 대처해야 하는 미국의 한반도 방어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이 섬에 어떤 무기를 전진 배치하고 어떤 시설을 구축할 지에 따라 위협의 정도는 달라지며, 가까운 거리에서 인천공항을 겨냥할 수 있다는 것은 한국뿐 아니라 미국인들의 안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특히 함박도에서 45㎞ 거리에 있는 인천공항과 60㎞ 떨어진 인천시는 북한의 240㎜ 다연장로켓 사정권 안에 들어가고, 거리상 효율성은 다소 떨어지더라도 북한의 대공미사일 SA-2 타격 범위에도 모두 포함된다고 베넷은 덧붙였다.

함박도에 북한군 관련 시설이 들어섰다는 한국 언론의 보도로 논란이 확산되자 한국 국방부는 함박도를 NLL 북쪽에 위치한 섬이라며 현지에 레이더 등 감시초소 수준의 시설이 있지만 장사정포 등 화기는 없다고 밝혔다.

정경두 한국 국방장관은 지난 4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의 함박도 감시시설은 9.19 남북군사합의 체결 전인 2017년 5월부터 공사가 시작된 만큼 합의 위반이 아니며 유사시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베넷 연구원은 군사적 용도로 사용될 수 있는 어떤 시설의 구축도 9.19 남북군사합의에 위배된다며, 이를 “미끄러운 비탈”에 비유했다. 북한의 점진적인 전력 증강 추세에 대해 “그 정도는 괜찮다”는 식으로 대응하면 북한은 “비탈길을 내려가듯이” 병력, 레이더, 로켓포 등으로 군 자산 수위를 올린다는 설명이다.

그는 역사적으로 역내 안보로 인식돼온 영역을 훼손하는 어떤 움직임에 대해서도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북한은 조금씩 상황을 잠식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넷은 이어 관할권 논란이 있는데다 한국과 주한미군의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지역을 한국 군당국이 너무 소홀히 다루고 있다며 마치 미국이 나이애가라 폭포 일부를 캐나다에 쉽게 양보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현재 구글 지도 등에는 함박도가 NLL 남쪽으로 표시된다. 하지만 NLL을 표시한 미국 정부 공식 지도를 보면 이 선이 해당 지역에서 남쪽으로 살짝 꺾여 함박도의 위치를 NLL 북쪽으로 추정하게 만든다.

주한미군 특수작전사령부 대령 출신인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워싱턴의 전문가들에게 배포하는 정보지를 통해 함박도 문제의 심각성을 알렸다.

맥스웰 연구원은 북한이 함박도에 북한이 통신방해기를 설치해 방해 전파를 발신하거나 최악의 경우에는 휴대용 지대공미사일 발사 기지로도 함박도를 활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한국 국방부가 이런 가능성을 대수롭지 않게 묘사하는 것이 걱정스럽다며 한국이 자국의 안전을 지키는데 소극적 모습을 보이면 미국과의 협상에서도 더 많은 방위비 분담을 요구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베넷 연구원은 관할권 논란이 있는 섬을 북한 영토로 당연시하는 한국 군 당국의 태도는 NLL 인근 다른 무인도서에 대한 북한의 영유권 주장을 부추길 수 있는 나쁜 선례로 남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냉전 시기 미국은 한 나라가 공산화되면 인접 나라들도 차례로 공산화되는 ‘도미노 현상’을 크게 우려했다며 영토 수호에 조금이라도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 상대방은 곧바로 이를 가로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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