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춘시는 두만강을 경계로 북한과 국경이 맞닿아 있어 오래 전부터 홍수로 강이 범람하면 피해가 덜한 쪽으로 넘어가 살기도 했다. 또 일제강점기에는 많은 수가 강 건너 넓은 중국 땅으로 이주한 역사가 있다. 현재 훈춘시 주민의 42%가 조선족이다.
사진가 엄상빈(65)이 전북 전주 서학동사진관에서 ‘두만강변 사람들’ 전시를 열었다. 속초시와 훈춘시 간의 문화교류사업으로 2001년부터 2004년까지 4월 또는 6월 한 차례씩 훈춘시를 방문했다. 문화교류사업을 기록하며 짬짬이 두만강, 농촌마을, 시장, 학교 등 동포들이 사는 평범한 현장을 사진에 담았다. 얼굴 생김새는 물론이고 말, 글, 음식, 문화까지 같으니 외국이라기보다는 함경북도 어디에 온 기분이었다고 한다.
‘속초 아바이마을 사람들’, ‘동해안 군철책’, DMZ 등 분단 작업에 오랜 기간 매달려 온 작가에게 특히 눈길이 간 곳은 두만강이다. 첫해 항공편으로 옌지까지 가서 육로로 훈춘까지 이동할 때 처음으로 보게 된 두만강의 모습에는 한마디로 표현 할 수 없는 울림이 있었다. 그곳은 작가의 가슴을 뜨겁게 했다. 헐벗은 민둥산과 강가 마을의 인적들을 보면서 “저 모습이 저들만의 탓일까?” 분단의 한을 곱씹고 곱씹었다.
35㎜ 단렌즈로 유유히 흐르는 강과 북녘의 산하를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좋았다. 제방이나 주택이 들어서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강 모습이 좋았고, 노 젓는 뱃사공이 있는 장면을 찍을 때는 유행가 가사와 함께 국민들 가슴에 응어리로 남아있는 그 두만강이 바로 여기로구나, 하고 한을 삼켰다.
작가는 ‘15년 사이에 이렇게 변할 수도 있구나’, 감탄이 나왔다고. 삼국경이 맞닿아 있는 팡촨으로 가는 길은 옛 흙길을 2차로 포장도로로 확장한 이후 다시 4차로로 넓히는 공사가 한창이다. 훈춘이 유라시아대륙철도가 지나가는 길목으로 주목 받고 있음이 한눈에 읽힌다.
친한 훈춘 작가들을 만나면서 여러 가지 궁금증이 풀렸다. 길거리나 주택가 등이 깨끗해진 데에는 ‘무명영웅’들의 수고가 있었다. 청소부, 가로수 정비원들을 ‘무명영웅’이라고 부르는 데에서 노동의 가치, 인간 존중이 묻어났다. 또 ‘자가용 승용차 시대’는 대략 5년 정도 됐고 좀 더 빠른 사람은 10여년 전부터였다는 데 놀랐다. 이들의 대화 중 “나는 돼지 꼬리 잡고 순대 내놓으라고 할 정도로 성격이 급한 사람인데 차는 천천히 몰지 않나? 자네는 차를 너무 급하게 모는 경향이 있어”하자 주위에서도 다들 천천히 몬다며 한마디씩 거들었다고 회상한다.
전시는 10월2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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