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자료 삭제·폐기 혐의
법원 "실체적 진실 발견 지장 초래"
전 전무 징역 1년, 전 팀장 집행유예
서울중앙지법 형사4단독 홍준서 판사는 23일 증거인멸 혐의로 기소된 고 전 대표에 대해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양모 전 전무는 징역 1년을, 이모 전 팀장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함께 300시간 사회봉사명령을 받았다.
홍 판사는 고 전 대표가 양 전 전무 등 애경산업 직원으로 하여금 자기 형사사건 관련 증거를 은닉하도록 교사하고, 양 전 전무 등은 고 전 대표 지시에 따라 증거를 은닉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봤다.
홍 판사는 "고 전 대표 등은 자신의 행위가 얼마나 심각한 범죄인지 인식하지 않고 다른 일상적인 회사업무처럼 사무적으로 죄를 범했다"며 "당사자들은 이런 행위가 이뤄진 당시 상황이나 구체적 말과 행동 등을 명확하게 기억 못 함에도 이를 구실 삼아 고 전 대표는 자신에게 보고한 사실, 지시한 사실에 대해 명확한 기억이 없고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상식에 반하는 변명으로 일관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자신의 유죄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양 전 전무 등 하급자에게 지신의 책임을 전가했다"며 "가습기 살균제 생산, 유통에 있어서 애경산업 형사책임 범위를 판단할 증거를 은닉해 실체적 진실 발견에 지장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고 전 대표의 역할과 진행 경과 과정, 법정까지 취한 태도,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하면 초범인 점을 고려해도 실형으로 행위에 상응하는 처벌이 필요하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실행행위를 총괄한 혐의를 받는 양 전 전무 역시 같은 이유로 실형이 선고됐다. 다만 이 전 팀장은 지위와 역할, 범행 가담 정도를 고려해 실형을 면했다.
고 전 대표 등은 지난 2016년부터 가습기 살균제 관련 내부 자료를 폐기·삭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조사결과 이들은 고 전 대표의 지시에 따라 지난 2016년 초 검찰 수사 개시 직후 애경산업 및 산하 연구소 등 직원들이 사용하는 업무용 PC와 노트북에서 가습기 살균제 관련 파일을 삭제한 것으로 파악됐다. 컴퓨터 하드디스크 구멍을 뚫어 물리적으로 파괴하는 등 하드디스크와 노트북을 교체하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2차로 같은 해 10월 국정조사가 종료된 후 가습기 살균제 관련 자료를 폐기하고 핵심 자료들은 은닉하는 등 증거를 인멸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이들은 검찰 수사 및 국회 국정조사에 대비해 TF를 조직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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