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대, 공항 카트로 차벽 만들며 농성
CNN "시위대 관광객에 시위 목적 알리기도"
관광객 "다시는 홍콩에 오지 않겠다" 분통
【서울=뉴시스】양소리 기자 =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대 수천 명이 몰려들며 지난 이틀 동안 탑승 수속이 중단됐던 홍콩국제공항이 14일(현지시간) 오전 업무를 재개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전날인 13일 오후 시위대는 공항의 보안 카메라를 무력화시키고 공항 내 카트를 쌓아 차벽을 이루는 등 대규모의 농성을 벌였다.
BBC는 "지난 10주 간 이어진 반정부시위 중 이렇게 많은 인원이 공항으로 몰려든 것은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시위대는 앞서 11일 시위에 참여한 여성이 경찰의 빈백건(bean bag gun·알갱이가 든 주머니탄)을 맞아 오른쪽 눈이 실명 위기에 처한 데에 항의를 벌이기 위해 12일과 13일 공항 점거에 나섰다.
CNN 등은 공항에서 시위대가 중국어·영어·프랑스어·한국어·일본어 등 다양한 언어로 적힌 전단지를 관광객들에 배포하며 시위의 목적을 설명하는 등 질서정연한 모습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SCMP는 그러나 이날 일부 시위대가 중국 본토에서 온 이들을 향해 무차별 공격하며 갈등을 빚었다고 전했다.
시위대는 중국 신분증을 갖고 있는 한 남성을 발견한 뒤 강경한 대응에 나섰다. 그의 가방에서 '나는 홍콩 경찰을 사랑한다'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가 발견되자 시위대는 "정부가 반정부 시위대로 위장시킨 비밀요원이다"고 주장하며 그의 가방에 있던 물을 끼얹었다.
중국 환구시보(環求時報)의 후시진 편집장은 이 남성은 환구시보 인터넷 판에서 일하는 푸궈하오 기자라며 "그는 단지 자신의 일을 했을 뿐"이라고 항의했다.
푸궈하오 기자는 시위대의 구타 후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됐다.
시위대에 구금된 또 따른 중국 남성은 손을 케이블에 묶인 해 걷어차이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이 남성은 후에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 고향은 중국 선전(深圳)이며 친구를 배웅하기 위해 공항에 왔을 뿐 비밀요원이 아니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경찰은 여행자와 기자를 감금하고 폭행한 주도한 혐의로 시위대 5명을 현장에서 체포했다.
경찰은 "이들은 또 치료를 위해 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하는 구급대원을 방해했으며, 공봉을 낚아채 경찰을 위협했다"고 강조했다.
이틀 동안 출국이 금지되며 시위대와 관광객들 사이의 갈등도 빚어졌다.
일부 관광객들은 자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시위대에 간청하는 모습도 보였다고 SCMP는 보도했다.
FINA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싱가포르로 향하던 홍콩 국가대표 수영팀 8명도 발목이 묶였다. 이들은 "시위대를 이해하고 지지하지만 우리는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홍콩을 대표할 자격이 있고 이를 희망한다. 이런 기회는 많지 않다"고 호소한 뒤 겨우 출국장을 넘어설 수 있었다.
여행사협회에 따르면 지난 이틀 동안 약 100팀의 관광단체가 홍콩 여행을 취소하거나 연기했다.
sound@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