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경험 풍부한 소상공인·2030세대가 '핫플레이스' 만든다

기사등록 2019/08/10 10:00:00

젠트리피케이션 신음 이태원 만든 젠트리파이어 주목

높은 교육수준·풍부한 해외경험 소유한 소상공인 계층

이태원을 핫플레이스로 만드는 2030세대 소비자 계층

【서울=뉴시스】서울시 용산구 해방촌 일대 . 2019.08.09.(사진= 서울시 제공)
【서울=뉴시스】윤슬기 기자 = '연남동, 상수동, 삼청동, 신사동 가로수길, 이태원 경리단길, 해방촌…'

이 지역들은 서울의 대표적인 핫플레이스(Hot place·명소)이자 젠트리피케이션(임대료 상승으로 원주민 내몰림 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곳들이다.

하지만 이런 핫플레이스도 처음에는 소수의 선구적인 젠트리파이어(Gentrifier·빈민가를 고급화하는 사람)들이 활기를 불어넣을 때가 있었다. 

젠트리파이어에 의해 지역경제 상승효과를 체감한 부동산 개발업자와 건물 소유주가 나타나면서 임대료 상승에 의해 원주민이 내쫒기는 지금의 젠트리피케이션이 나타난 것이다.

그렇다면 대규모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나기 전 이 지역을 '핫플레이스'가 되도록 이끈 젠트리파이어는 누구일까.

10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연구원이 지난 1일 발간한 학술지 서울도시연구 제20권 제2호에 실린 논문 '이태원 지역의 젠트리피케이션은 누구에 의해서 어떻게 일어나는가'(경신원, 정규리)을 보면 대규모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하기 전 현재의 이태원 상권을 만든 젠트리파이어는 '30대 청년층으로 높은 교육수준과 풍부한 해외경험을 소유한 새로운 소상공인 계층'으로 나타났다.

소상공인과 함께 이태원 지역을 핫플레이스로 만든 다른 주역은 새로운 소비자 계층이다. 이들은 20~30대 청년층으로 여성 직장인과 학생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의 83%는 이태원 방문 시 1일 평균 10만원 미만을 지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뉴시스】이태원 방문객의 연령별 직업군 및 소비활동 분포도. 2019.08.09. (사진=서울연구원 학술지 '서울도시연구' 제20권 제2호에 실린 논문 '이태원 지역의 젠트리피케이션은 누구에 의해서 어떻게 일어나는가' 캡쳐)
당초 젠트리피케이션은 전문적 학술용어로 사용됐다. 젠트리피케이션이란 기존 주민보다 부유한 주민의 유입에 따른 쇠퇴지역의 경제적·환경적 개선을 뜻한다. 하지만 급격한 임대료 상승에 따른 원주민의 비자발적 이주현상이 동반된다. 특히 핫플레이스 일수록 젠트리피케이션은 자본에 의한 상권 내몰림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연구는 대표적 젠트리피케이션 발생지역인 이태원 지역(이태원 1·2동, 한남동, 보광동)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이태원은 1990년대 상권 불황과 주한미군기지 이전으로 퇴조기를 겪었다. 이곳을 이국적이고 특색 있는 장소로 탈바꿈한 젠트리파이어는 크게 2가지로 구분된다.

독특한 카페, 레스토랑, 부티크식 소매점을 운영하는 '소상공인'과 소상공인의 상업 활동가치를 인정해 지역을 활성화시키는 새로운 '소비자 계층'이다.

지난해 8월 9~15일 국내외 이태원을 방문한 경험이 있는 집단 총 15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태원 지역의 새로운 소비자계층 가운데 여성 비율이 59%로 남성(41%)보다 약 20%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연령대는 20대와 30대가 76%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40대와 50대는 각각 11%와 10%를 차지했다.

새로운 소비자계층의 직업특성은 직장인이 50%로 가장 많았다. 이어 학생과 취업준비생이 28%, 예술계나 전문직종사자는 10%로 확인됐다.

이들이 이태원 지역을 방문할 때 1일 평균 지출비용은 10만원 미만이 83%로 나타났다.

최근 이태원에 방문하는 시민들의 소비활동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곳은 음식점인 것으로 파악됐다. 응답자의 81%가 맛집(59%)과 펍 또는 바(22%)에서 소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쇼핑은 5%에 불과했다.

이들이 이태원의 핫플레이스를 알게 된 경로는 가족·친지, 친구, 동료 등 주변사람 소개가 56%로 파악됐다. 이어 미디어나 SNS(사회관계망서비스)가 44%로 조사됐다.

이태원 지역의 주요 소비계층인 20~30대도 응답자의 약 60%가 주변 사람 소개로 이곳을 방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디어나 SNS, 블로그를 활용한 경우는 38%에 불과했다.

응답자의 47%는 이태원 지역이 '이국적이고 독특한 분위기' 때문에 방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먹거리가 많아서' 25% ▲트렌디한 곳이 많아서 18% ▲문화생활을 위해서 5%로 파악됐다.
【서울=뉴시스】이태원 지역의 새로운 소비자계층의 소비규모 및 소비활동. 2019.08.09. (사진=서울연구원 학술지 '서울도시연구' 제20권 제2호에 실린 논문 '이태원 지역의 젠트리피케이션은 누구에 의해서 어떻게 일어나는가' 캡쳐)
젠트리파이어의 다른 한 축인 소상공인 계층은 30대 청년층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제한된 경제적 자본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높은 교육수준과 다양한 경력, 문화적 자본가인 글로벌 엘리트 계층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외국인 혹은 한국인으로 풍부한 해외경험도 지니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제 경험과 이국적 취향을 지닌 새로운 소상공인 계층은 단독 혹은 다세대 주택이 밀집된 골목길의 노후주택을 자신이 추구하는 콘셉트에 맞춰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이들이 창조한 공간은 해외에서 자신이 즐겨 찾던 카페 혹은 레스토랑의 이미지를 재현하거나 자신이 지닌 독특한 취향을 반영시킨 상품을 판매하는 부티크식 독립 소매점이다. 이들이 운영하는 상점이 젠트리파이어 한 축인 새로운 소비자 계층의 수요를 충족시켰다는 분석이다.

연구를 진행한 경신원 도시와 커뮤니티 연구소 대표는 "세계화의 영향으로 문화적 자본을 획득한 초국가적 행위자인 글로벌 엘리트 계층이 추구하는 차별화된 소비형태로 독창적 상점이 특정 장소에 생겨나면서 장소성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늘날 이태원에서 발생하는 젠트리피케이션은 새로운 행위자가 해당 장소에 초국가적 실천을 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yoonseul@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