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등 업무방해 혐의 2차 공판
김기택 당시 인사 상무보 증인석에
"공채 진행 전부터 VVIP리스트 작성"
"정규직 거절하니 경영지원실장 욕설"
"서유열, 회장 관심사라며 채용 요구"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신혁재)는 6일 업무방해 혐의를 받는 이석채 전 KT 회장, 서유열 전 홈고객부문 사장, 김상효 전 전무, 김기택 전 상무에 대한 2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 전 회장 등 이들 전 KT 임원들은 유력인사 자녀들을 위해 부정채용을 지시하거나 지시를 주도·실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재판에는 김 전 상무가 증인석에 앉았다. 김 전 상무는 채용비리가 불거진 2012년 당시 인사담당 상무보를 맡고 있던 임원급 내부인사다.
김 전 상무는 이날 "2012년 하반기 대졸신입공채를 진행하기 한참 전인 2011년부터 스포츠단 사무국 파견계약직으로 입사한 김성태 의원의 딸을 VVIP로 관리하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당시 하반기 공채 서류접수 기간이 9월1일부터 17일까지 온라인접수였던 반면 VVIP리스트는 7~8월 사이에 작성됐다는 것이 김 전 상무의 설명이다.
그는 "당시 스포츠단이 인재기획실 바로 옆에 칸막이만 있을 정도로 가까운 곳에 있어 실무진 중에서도 (그가 김 의원 딸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당시 이 전 회장 쪽으로 VVIP 자제 중 회사에 대한 민원이 들어갔는데, 그때 비서실 통해 해당 자제들이 회사생활에 어려운 점이 있는지 여부를 파악하라는 지시가 내려와 VVIP 리스트를 만들었다"면서 "리스트를 만든 후 그들을 직접 만나 면담도 하고 식사도 하며 관리했다"고 설명했다.
김 전 상무는 김 의원 딸을 대졸 공채전형 진행 중에 합격시켜 달라는 요청을 거절하자 다른 임원이 욕설까지 했다는 당시 상황도 전했다.
김 전 상무는 "당시 (김 의원 딸이 파견직으로 일하던) 스포츠단 부단장이 김 의원 딸 프로필을 가져와 서유열 지시인데 정규직 전환시킬 방법이 있느냐고 물어보길래 없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그러자 좀 지나서 노사 업무를 총괄하는 경영지원실장이 전화를 걸어와 다짜고짜 욕부터 했다. 서유열 사장 지시인데 네가 뭔데 안된다고 하느냐는 이야기였다"면서 "이후 김 전 전무를 통해 서유열 사장이 (이석채) 회장님 관심사라 (김 의원 딸을) 채용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는 얘길 들었다. 끝까지 반대했지만 결국 정규직 채용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회장 등은 2012년 KT 채용과정서 벌어진 총 12건의 부정채용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채용 과정별로는 2012년 상반기 KT 대졸신입사원 공채에서 3명, 하반기 공채에서 5명, 2012년 홈고객부문 공채에서 4명이다.
검찰 조사 결과 김 의원 외에도 허범도 전 한나라당(자유한국당 전신) 의원, 성시철 한국공항공사 전 사장, 정영태 동반성장위원회 전 사무총장, 김종선 전 KTDS 사장 등의 자녀나 지인이 채용 과정서 특혜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청탁 의혹을 받는 이들 중 유일하게 김 의원을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또 이 전 회장을 뇌물공여 혐의로 함께 기소했다.
검찰은 2012년 KT 하반기 대졸 공채를 통해 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김 의원 딸이 받은 특혜를 김 의원이 받은 뇌물이라고 봤다. 이를 대가로 김 의원은 같은 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국정감사에서 이 전 회장의 증인채택을 무산시키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였다고 판단했다.
김 의원은 검찰 수사에 반발해 지난달 23일 서울남부지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는 한편, 기자회견을 통해 "사실의 객관성이 확인되지 않은 마당에 수사 과정에서나, 또 이제 재판이 시작되려는 시점에 계속되는 검찰의 여론몰이에 분명하고 깊은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혐의를 부인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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