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3일 서울 콘서트
‘티파니 영 오픈 하츠 이브’
사소한 말도 허투루 놓칠 수 없다. 사진 촬영을 끝낸 뒤 자리에 앉자마자 물었다. “발목은 괜찮으세요?” “나이가 들어서요. 어느새 서른···. 하하.”
태양이 웃었나, 열기가 순간 사그라졌다. 여름에 티파니 영이라는 이름은 청량제와 같다. 8월1일은 티파니의 생일, 여름은 그녀의 계절이다.
티파니 영은 8월3일 서울 광장동 예스24 라이브홀에서 단독 콘서트 ‘티파니 영 오픈 하츠 이브’를 연다. 올해 상반기 미국에서만 8차례 콘서트를 연 그녀지만 국내 무대에서 콘서트를 여는 것은 3년 만이다.
특히 단지 가수가 아닌, 싱어송라이터로서 무대에 본격적으로 오르는 것이라 더 설렌다. “3년 전 콘서트에서 부른 곡 중 제가 작사, 작곡한 노래는 2곡밖에 없었어요. 이번에는 제가 쓴 곡이 3분의 2가 넘어요. 비주얼 디렉팅을 넘어 곡 편곡, 영상 하나, 의상 하나, 조명까지. 담당 팀과 호흡을 하면서 디테일을 만들어가는 것이 소중하더라고요. 팬들을 생각하면서 하나하나 만들었습니다.”
팬들을 위한 선물은 또 있다. 콘서트 전날인 8월2일 새 싱글 ‘마그네틱 문’을 공개한다. 29일 티저 영상을 미리 공개했는데 신비로운 분위기 속 카리스마가 보는 이를 묘하게 끌어당긴다.
작년부터 티파니는 티파니 영으로 다시 태어났다. 소녀시대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를 떠나 미국 에이전시와 계약, 홀로서기를 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는 티파니의 고향이다. 2004년 이곳의 한인축제에 참가했다가 SM에게 발탁돼 한국으로 왔고, 연습생을 거쳐 소녀시대가 됐다. 한국 이름 ‘황미영’에서 ‘영’을 따 ‘티파니 영’이 됐다.
작년 6월29일 첫 싱글 ‘오버 마이 스킨’을 발표했고 올해 2월 첫 미국 EP ‘립스 온 립스(Lips On Lips)’를 발매했다. 이후 현지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2019 아이하트 라디오 뮤직 어워즈’에서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베스트 솔로 브레이크아웃’ 부문을 받기도 했다.
‘립스 온 립스’는 시간을 많이 들여, 생각을 많이 한 앨범이다. “제 첫 미국 작품인 만큼, 가장 솔직하게 쓴 곡들을 담고 싶었어요. 그런 부분을 인정 받았다는 것이 기분이 좋아요. 미국에서 싱어송라이터로서 처음 도전하는 앨범이기도 했죠.”
데뷔 10년을 넘긴 티파니도 여전히 콘서트 무대가 떨릴까. “투어의 첫 공연은 떨려요”라며 웃는다. “근데 기분 좋은 떨림 같아요. 공연장은 너무 소중한 공간이자 행복한 공간이지만 제가 책임을 가져야 하는 곳이니까요. 올해 하반기에는 18회나 콘서트가 잡혀 있어 신나기는 해요.”
티파니는 배우의 꿈을 위해 여전히 미국에서 뮤지컬 영화 ‘라라랜드’ 속 연기 지망생 ‘미아’ 같은 삶을 살고 있다. 드라마, 영화 오디션을 계속 보러 다닌다. 한국같으면 별 다른 노력 없이도 캐스팅 러브콜이 쇄도하겠지만 개의치 않는다.
“소녀시대 멤버들이 계속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해서 모두 챙겨보면서 많이 배우고 있어요. 미국에서도 한국 드라마와 영화는 꼭 챙겨보고 있어요. 봉준호 감독님이 ‘기생충’으로 칸국제영화제에서 상을 탄 것만 봐도, 한국 작품이 대단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죠. 저도 언제가 잘 맞는 작품이 찾아올 거라 믿고 있어요. 그 사이 더 배워야죠. 다양한 프로젝트를 겪었고, 덕분에 성장을 했어요. 소녀시대 연습생 기간을 떠올리면 3년을 했는데, 지금 저는 고작 1년을 했을 뿐인 걸요. 이미 덕분에 뮤직비디오 속 연기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죠.”
밝고 밝은 소녀시대 티파니의 겉모습만 보고 ‘온실 속 화초’ 같다는 오해를 한때 하기도 했다. 이제는 잘 자란 야생화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한 삶을 견딘 단단한 야생화.
“명상을 하다가 읽은 책 구절인데 ‘진흙 없이는 연꽃이 없다’가 요즘 들어 인상적이었어요. 성장통 속에서 변화와 발전이 있다는 거죠. 무엇인가 불편하고 어색한 상황이고 지금 가는 길이 내 길처럼 느껴지지 않아도, 괜찮다고 할 수 있는 이유에요. 미국에서 혼자서 알아가는 과정이 많아요. 반대로 중3때 미국에서 한국에 온 저 역시 몰랐던 것이 많았죠. 그것들을 꾹꾹 이기고, 즉 진흙을 거치고 연꽃이 필 때까지 노력해야죠. 마침 제가 요즘 듣는 플레이리스트의 첫 곡도 박효신 선배님의 ‘야생화’에요. 근데 이런 이야기는 제 이야기만이 아니죠.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는 분들과 함께 이겨내고 싶어요.”
티파니가 여름을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단순히 처음 시작하는 봄 다음 여름이 아니었다.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을 다 겪고 다시 봄을 또 다시 맞은 여름이다.
티파니 영의 말, 아니 삶에서 음악이 들려온다. 그녀의 삶을 뮤직비디오로 만들 때 꼭 삽입해야 할 곡을 물었다. 소녀시대의 데뷔곡 ‘다시 만난 세계’와 ‘립스 온 립스’에 실렸던 ‘본 어게인’을 꼽았다.
“두 곡의 테마가 연결이 되네요. 힘든 순간에 희망을 잃지 않고, 다시 만나게 되는 것이죠. 이제 화려하고, 긍정적인 부분만 담고 싶지 않아요. 힘들어했고, 어려워했고, 실수를 했던 장면들도 담고 싶어요. 그렇게 배우고 성장하는 것을 다 담아서 보여주고 싶죠.”
‘모든 면을 소중하게 여기고 사랑하자’는 메시지가 자연스레 묻어난다. 지금 티파니 영의 새로운 챕터가 열렸다. “저 또한 (어릴 적에) 어머니를 잃고, 아픔과 어려움을 가지고 있던 때에 음악이 힐링이 됐어요. 그래서 음악을 하고 싶었죠. 그런 작품을 만들고 싶고 공유하고 싶어요. 이제 시작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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