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조기 태우고, 드잡이하고…분열된 美독립기념일

기사등록 2019/07/05 10:23:37

反트럼프 시위대, 트럼프 연설에 "우리 국경일 빼앗아"

"민주당에 투표하면 제3세계 국가" 정치메시지도 등장

【워싱턴=AP/뉴시스】미국 독립기념행사가 열린 4일(현지시간) 워싱턴 내셔널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가 깃발을 들고 있다. 2019.07.05.


【서울=뉴시스】김난영 기자 =
【워싱턴=AP/뉴시스】미국 독립기념행사가 열린 4일(현지시간) 워싱턴 내셔널몰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조롱하는 '베이비 트럼프' 풍선이 등장한 모습. 2019.07.0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한 '초호화 독립기념일 행사'는 분열된 미국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 연설을 반기는 지지자들과 분노를 드러내는 반대자들은 간헐적으로 충돌하며 긴장을 고조시켰다.

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에 따르면 이날 독립기념행사가 열린 워싱턴 링컨기념관 앞에는 행사 시작 전부터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이들은 크게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와 반대자로 나뉘었다.

백악관은 이날 행사의 정치화를 최소화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 연설원고 사전조율 등에 주력해 왔지만, 현장에선 대통령 지지자와 반대자들이 한자리에 모습을 드러내며 자연스레 정치적 메시지가 등장했다.

지지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2016년 대선 슬로건이었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문구가 적힌 모자와 티셔츠를 입거나 성조기를 상징하는 붉은색과 흰색, 푸른색으로 치장했다.

아울러 '트럼프를 위한 참전용사(Veterans for Trump)'라는 문구와 '민주당에 투표하라, 미국을 제3세계 국가로 만들어라(Vote Democrat: Make America a Third World Country)'라는 문구가 새겨진 셔츠도 등장했다.

이들은 주로 행사가 열리는 링컨기념관 인근 보안구역에서 무리지어 수시간에 걸쳐 행사를 기다렸다.

반면 보안구역 바깥에는 트럼프 대통령 반대파들이 진을 쳤다. 이들은 이례적인 대통령의 독립기념행사 연설 계획에 반발하며 항의성 집회를 벌였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떼 쓰는 아기로 표현한 '베이비 트럼프' 대형풍선을 띄웠고, 황금 변기에 앉아 트위터를 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표현한 16피트(약 4.9m) 높이의 '덤핑 트럼프(Dumping Trump)' 설치물도 모습을 드러냈다.

여성주도 반전단체 '코드핑크'도 반(反)트럼프 시위를 지원하고 나섰다. 메디아 벤저민 코드핑크 공동창립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의 국경일을 빼앗아 자신의 기념일로 만들었다"고 분노를 드러냈다. 통상적으로 미국 대통령들은 독립기념일에 연설을 하지 않는다.

지지자와 반대자들은 보안구역 내부와 외부로 나뉘어 있었지만, 일부 구역에선 이들이 한 공간에 모이며 충돌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한 트럼프 대통령 지지 남성은 반트럼프 시위대 사이로 끼어들어 시위대가 띄운 베이비 트럼프 풍선을 향해 "반미"라고 외치며 풍선을 터뜨리겠다고 위협하다 경비대 출현에 자리를 뜨기도 했다.

아울러 백악관 인근에선 한 시위자가 "미국은 위대하지 않았다(America was never great)"라고 외치며 성조기를 불태우면서 한때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과 반대자들 10여명이 충돌하기도 했다. 충돌이 벌어지자 인근에 있던 비밀경호대가 개입했고, 일부 시민이 체포됐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행사에 화려함을 더하기 위해 이날 M1A2 에이브럼스 전차 등 군용 자산을 현장에 배치하도록 했다. 그러나 전차는 백악관 및 공화당 초청티켓 소지자만 입장 가능한 VIP구역 안에 배치돼 일반 청중은 자세히 볼 수 없었다고 한다.



【워싱턴=AP/뉴시스】미국 독립기념행사가 열린 4일(현지시간) 워싱턴 내셔널몰에 등장한 '덤핑 트럼프(Dumping Trump)' 설치물. 2019.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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