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용수·여상규·정갑윤·이양수 의원
"충분히 서면 조사로 가능해 불응"
소환 불응으로 수사 차질 불가피
정갑윤 자유한국당 의원실 관계자는 경찰의 출석 요구와 관련해 "가지 않는다. 다른 의원들도 같은 입장으로 알고 있다"고 3일 전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은 의회기간이기도 하고 (소환조사 일정에 대한) 사전 조율절차도 없었다"며 "증거인멸 등이 수반되는 사안이 아니고 정치적인 사안인데, 출석해서 조사받으란 점을 납득하기 어렵다. 충분히 서면조사로도 가능해 불응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패스트트랙 충돌 관련 수사에 착수한 뒤, 지난달 27일 엄용수, 여상규, 정갑윤, 이양수 한국당 의원에게 4일 출석을 통보했다.
이들은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 대상 안건) 지정 과정에서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실을 점거해 특수공부집행방해, 특수감금, 특수주거침입, 국회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됐다.
당시는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처음으로 패스트트랙 지정을 시도한 시점이었다. 한국당 의원들은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인 채 의원이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막아섰다. 채 의원은 약 6시간 동안 감금됐다가 경찰과 소방대원의 도움을 받아 탈출했다.
경찰은 이번 소환조사를 통해 패스트트랙 처리 과정서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 사무실을 점거한 채 출입문을 막는 등 물리력을 행사했는지 확인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의원들의 불응 방침을 세우면서 수사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오전과 오후로 나눠 조사할 계획이었는데 아직 오지 않는다는 연락은 받지 못했다"며 "일단 준비는 하고 있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소환조사는 패스트트랙으로 빚어진 대규모 고소·고발전에서 국회의원에 처음으로 출석을 요구한 사례라 주목받았다.
지난 4월말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한국당이 반대 입장을 정하면서 여야간 고성, 막말, 몸싸움이 뒤섞인 극렬한 대치 상황이 연출됐다. 이후 여야 의원들은 서로 "폭력 국회를 만들었다"며 수십명의 의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수사당국에 접수된 고소·고발건은 총 20건에 달했는데, 이 가운데 18건을 영등포경찰서에서 수사 중이다.
경찰이 수사 중인 피고발·고소인은 총 121명이며, 109명이 현직 국회의원이다. 한국당 소속 의원이 59명으로 가장 많고, 더불어민주당 40명, 바른미래당이 6명, 정의당 3명, 무소속 1명 등으로 집계됐다.
검찰은 바른미래당의 사개특위 위원의 사·보임 절차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발된 2건을 직접수사하고 있다. 피고발인에는 문희상 국회의장,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등이 이름을 올렸다.
sympathy@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