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방도령' 열연
코믹한 이미지와 달리 실제의 정소민(30)은 차분하고 진지하다.
영화 '기방도령'은 폐업 위기의 기방인 '연풍각'을 살리기 위해 도령 '허색'(이준호)이 조선 최초의 남자 기생이 돼 벌이는 코미디다. 정소민은 허색이 첫눈에 반하는 양반가 규수 '해원' 역을 맡았다. 해원은 시대를 앞서가는 사고방식을 지닌 현명하고 아름다운 여인이다. 조선시대에 만연한 반상과 남녀의 차별을 부당하다고 여긴다. 그녀 역시 남녀의 구분을 별 것 아닌 것으로 여기는 허색이 싫지 만은 않다.
소재나 캐릭터가 요즘 트렌드인 젠더 감수성에 부합하는 것 같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그런 건 강요한다고 되는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관객들이 보는 게 다 각자 다를 거다. 10명이 같은 걸 봐도 녹이는 게 다를 거다. 그런 거 하나하나가 나에게 소중한 의견"이라고 답했다. "영화는 재미있는 게 제일 좋다고 생각한다. 교훈을 주거나, 의미가 있는 것도 좋지만, 재미 다음인 것 같다. 나는 장르를 떠나서 영화 자체를 즐길 수 있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그 다음 뭘 느끼느냐는 보는 분들의 몫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소민은 이 영화가 첫 사극이다. "걱정을 너무 많이 했다.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추울 거라고 주변에서 겁을 많이 줬다. 만반의 준비를 해서 촬영을 했다. 첫 촬영날이 한파주의보였다. 그날이 진짜 피크였던 것 같다. 패딩 바지에 발열 레이스를 세 겹 껴입고, 온몸에 핫팩을 붙이고 했다. 하의는 엄청 따뜻하더라. 상체는 껴입으면 티가 날 수밖에 없어서 거의 못 입고 얇은 거 하나 정도만 입고 촬영했다. 온도차를 몸으로 느끼면서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사실 끝나고나니 힘들었던 건 별로 생각이 나지 않는다. 후에 같이하는 사람이 좋고 분위기가 좋아서, 기방도령 팀이라서, 좋았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복은 원래 좋아한다. 고등학교 때 한국무용을 했다. 한복을 많이 입고 지내서 한복이 편하다. 이번 작품하며 한복을 입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사극은 예전부터 죽 하고 싶었다. 아예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닌데 연이 닿는 작품이 없었다"고 한다.
"준호씨의 가장 큰 매력은 엄청나게 성실하고 워커홀릭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친구로서 더 응원하게 되더라. 내가 본 사람 중 가장 바쁘고, 한 가지 일만 하는 걸 본 적이 없다. 항상 두 세가지를 하는데 다 소화해내는 걸 보고 대단하단 생각이 들더라. 준호씨는 일본에서 돌아온 날 바로 와서 촬영하고, 계속 해외를 왔다갔다하면서 임했다. 영화랑 '자백'이란 드라마를 병행하는 걸 봤을 때 '어떻게 저걸 다 소화하면서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추어올렸다.
제일 재미있었던 장면으로 '육갑의 등장'을 꼽았다. "육갑 뒷모습이 등장했을 때다. 이미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도 너무 웃겼다. 또 허색이 해원한테 말을 하고나서, 육갑이 뒤에 똑같이 써먹는다. 그 신도 너무 웃겼다. 육갑이 너무 진지하게 실패를 하고, 생각지도 못한 포인트에서 난설을 심쿵하게 한다. 그 포인트가 너무 웃겼다. 두 부분이 제일 웃겼다. 내가 나오는 장면에 웃긴 장면은 없었던 것 같다."
남대중 감독의 창의력에 놀라움을 표하기도 했다. "'태을미'가 감독님의 천재적 코미디 기질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어떻게 이걸 한자로 풀 생각을 했을까 싶었다. '연습생'이라는 말이 등장하는 것도 웃겼다."
최근 인상 깊었던 캐릭터에 대해서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이라는 영화를 보고, 저런 캐릭터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캐릭터가 다양화돼 여러가지 할 수 있는게 많아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중독자인 남편을 잃은 여성에 대한 이야기였다"고 짚었다.
"모든 캐릭터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항상 캐릭터에 임할 때 '지금 아니면 언제 이런 캐릭터를 만나겠어'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캐릭터가 와도 그 캐릭터 만의 매력을 느끼지 않을까 싶다. 배역보다 울림이 있는 영화를 만나고 싶다는 욕심이 더 크다. 다양한 것들을 많이 해보고 싶다. 그 마음이 가장 크다. 액션이나 몸 쓰는 연기도 해보고 싶다"며 의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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