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끝판왕' 분양가상한제 확대하면 집값 잡힐까

기사등록 2019/06/29 06:00:00

주택시장 기류 변화?…정부, 분양가 상한제 확대 언급

"필요는 하지만"… 꼼수 분양-공급 부족-실효성 의문

서울, 공급 확대 없이 분양가 상한제 확대 실효성 '뚝'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21일 한국감정원의 '공동주택 실거래가격 지수' 자료에 따르면 4월 거래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월대비 0.38% 상승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이 지수는 실거래 가격만으로 가격 수준과 변동률을 나타낸 지표다. 원래 거래계약 신고가 모두 완료되는 시점(거래일로부터 60일) 이후 지수가 작성돼 2개월 이상 발표가 지체되지만 감정원은 적시성 보완을 위해 1개월 잠정지수를 생산 발표중이다. 지역별로 보면 도심권(종로·중·용산구)이 전달 대비 0.69% 하락했을 뿐 나머지 지역에서는 모두 상승 했다.사진은 21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의 모습.  2019.06.21.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박성환 기자 = 정부가 서울 아파트값이 다시 꿈틀거리자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도입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주택시장에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9.13부동산 대책 이후 30주 넘게 계속되던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의 하락세가 보합세로 바뀌면서 분양가 상한제 추진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정부가 이른바 부동산 규제 '끝판왕'으로 불리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도입을 언급한 것도 주택시장이 그만큼 불안하다는 반증이다.

특히 집값 급등의 진원지인 강남 집값이 다시 오르면서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마포, 용산, 성동 등 강북 주요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자칫 문재인 정부의 '집값 안정화' 기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주택시장에서 자칫 주도권을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감정원이 지난 27일 발표한 '주간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6월 넷째주(6월24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이 0%를 기록했다. 9.13부동산 대책 효과가 나타나던 지난해 11월 첫째주부터 이어진 하락세가 33주만에 보합세로 돌아선 것이다.

강남과 서초, 송파, 강동 등 이른바 ‘강남 4구’는 0.01% 상승 전환했다. 강남 재건축 단지는 물론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수가 증가하면서 주요 지역의 아파트값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 26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집값이 다시 과열하면 추가대책을 내놓을 수 있다고 엄포를 놓아 추가 상승세는 다소 주춤했다.

【서울=뉴시스】27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6월 넷째주(24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0.01%)대비 보합을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해 11월 둘째주(12일·-0.01%) 이후 33주만에 하락에서 벗어났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6일 서울 양천구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민간택지에서 분양하는 아파트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고분양가를 관리하는데 그 실효성이 한계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조금이라도 과열될 것처럼 보이면 준비하고 있는 정책들을 즉각 시행하겠다"며 현재 공공택지에만 적용하는 분양가 상한제를 민간택지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분양가상한제는 아파트를 분양할 때 땅값과 건축비 등을 고려해 분양가가 과도하게 책정되지 못하게 규제하는 제도다.

분양가 상한제 대상 지역은 강남 재건축 단지. 강남 최대 재건축단지로 꼽히는 '잠실주공5단지(전용 82㎡)'는 최근 20억6800만원에 거래됐다. 직전 최고가보다 2000만원 오른 가격에 매매가 성사됐다. 까다로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가 길어지면서 재건축에 속도를 못 내는 상황에서도 호가가 상승했다. 또 '신반포11차(전용 111㎡)'는 22억2000만원, '신반포2차(전용 92㎡)'도 20억9000만원에 거래되면서 최고가를 갱신했다.

분양가 상한제의 타깃인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은 사업 진행 상황에 따라 적용 시기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분양가 상한제가 확대되면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사실상 중단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비사업은 아직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하지 못한 단지까지 적용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민간택지의 분양가 상한제는 단기적으로 집값 안정화에 효과가 있지만, 장기적으로 주택 공급을 위축시켜 집값을 끌어내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분양가 상한제 확대로 당장 '강남 재건축=로또' 공식이 깨질 수 있지만, 공급 확대가 아닌 수요 억제 대책만으로는 집값 안정화에는 한계가 있다는 말이다.

분양가 상한제 확대 필요성이 있지만, 과거 주택시장에서 나타난 부작용이 적지 않았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07년 22만9000가구에 달하던 민간주택 공급은 분양가 상한제 실시 이후 ▲2008년 14만5000가구 ▲2009년 12만6000가구 ▲2010년 9만1000가구까지 줄어들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사실상 사문화됐다.

건설업계는 분양가 상한제 확대가 주택 공급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이미 수도권 공공택지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고 있고, 민간택지 역시 주택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심사도 강화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분양가 상한제 확대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고, 건설사 입장에서는 주택 공급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수요 억제가 아닌 공급 확대 정책도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민간택지의 분양가 상한제는 단기적으로 집값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주택 공급을 위축시켜 주택시장의 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는 한계가 있다"며 "주택 시장이 위축된 뒤 규제가 다시 완화되거나 활성화 대책이 나온다면 분양 가격이 급격한 상승할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권 교수는 "3기 신도시 건설 등 공급 대책이 나왔지만, 서울에 쏠린 수요를 흡수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수요가 있는 곳에 적정한 공급을 늘리는 추가 대책이 함께 나와야 분양가 상한제 확대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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