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들에 부담 주기 싫어" 치매 아내 살해 80대 징역 3년

기사등록 2019/06/27 16:27:11
【서울=뉴시스】전진우 기자 (뉴시스DB)
【군산=뉴시스】윤난슬 기자 = 치매에 걸린 아내를 살해한 80대 남편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전주지법 군산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해덕진)는 27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A(81)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4월 22일 오전 2시께 전북 군산시 자택에서 아내 B(82)씨를 흉기와 둔기를 이용해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범행 직후 유서를 작성하고 3시간 뒤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당시 새벽에 아버지로부터 전화를 받은 아들은 수화기 너머로 말없이 흐느끼던 아버지의 울음소리에 불길한 예감을 느끼고 곧장 아버지 집으로 향했다.
 
A씨는 B씨의 시신 곁에 앉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가 남긴 유서도 발견됐다. 유서에는 '너무 힘들었다, 자녀들에게 미안하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범행 후 극단적 선택을 하려고 했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조사 결과 A씨는 "요양병원에 입원하라"는 제안을 아내가 거절하자 홧김에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B씨는 2012년부터 치매를 앓아왔으며, 최근 증세가 악화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치매 증세와 당뇨 등 지병을 앓던 A씨는 그동안 아내를 돌봐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경찰에서 "많이 지쳤고 힘들었다. 나 역시 지병이 있어 간병을 지속하기 힘들었다. 자식들에게 부담 주기 싫었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살인은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반인륜적인 범죄로, 그 어떠한 변명으로도 용서받을 수 없다"면서도 "다만 초범인 피고인이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고 2012년부터 치매에 걸린 아내를 돌봤고 자식들에게 짐이 되기 싫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점, 가족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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