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베푼 호의 때문에 악몽 같은 덫에 걸린 20대 뉴요커 '프랜시스'(클로이 모레츠)와 사이코패스 '그레타'(이자벨 위페르)의 이야기다. 반사회적 인격장애(사이코패스) 범죄자의 행동은 충격 그 자체다.
프랜시스는 퇴근길 지하철에서 우연히 주인 없는 핸드백을 발견하고, 가방을 찾아주기 위해 주인 그레타를 만난다. 그레타는 겉보기에 아주 우아한 여성이다. 세련된 옷차림에 차분한 말투, 피아노를 치는 취미를 지녔다.
엄마에 대한 향수가 짙은만큼 그녀와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하지만 그레타는 사이코패스였다. 지하철에 일부러 가방을 놓고 다니며 순진한 여성을 타깃삼아 범죄를 저질러왔다. 이를 알게 된 프랜시스는 공포와 두려움에 휩싸인다. 그녀를 열심히 피해다니지만, 그레타의 집착은 더욱 심해진다. 프랜시스는 믿기 힘든 사실들을 마주하면서 극한의 공포를 느낀다.
영화 '크라잉게임'(1992) '애수'(1999) '하트 쉐입트 박스'(2011) 등을 연출한 아일랜드 출신 닐 조던 감독(69)이 메가폰을 잡았다. 소설가이기도 한 조던은 직접 각본을 썼다. 모든 인간은 타인의 친절함에 마음이 끌리고 감동을 받는다. 그레타는 사람에 대한 믿음을 잔혹하게 배신하고 돌변했을 뿐이다. 그래서 프랜시스가 겪은 일은 누구에게든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조던 감독은 스릴러와 드라마, 서스펜스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극의 긴장감을 극대화시켰다. 여타 공포물과 다르게 어둡기만 하지는 않다. 각 인물의 상황에 따라 클래식 음악을 더했다. 쇼팽 피아노곡은 세련됨과 섬뜩함을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프랑스 배우 이자벨 위페르(66)는 보통 여배우가 좀처럼 하기 어려운 파격적인 캐릭터를 소화했다. 광기어린 내면을 완벽하게 그려내며 극의 서스펜스를 차곡차곡 쌓아간다. 할리우드 스타 클로이 모레츠(22)는 자유분방하면서도 쿨한 뉴요커로 분해 현대인의 그늘진 모습을 그려냈다. 곁에 친구와 가족이 있어도 외로움을 쉽게 떨쳐버리지 못한다. 스스로 생계를 꾸려가는 강인한 여성이지만, 남들에게 쉽게 말할 수 없는 내면의 연약함도 갖고 있다.
옆에 누군가 있어도 혼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는, 현대인의 공허한 내면을 날카롭게 찌른 작품이다. 어찌보면 세상사람 모두가 외로운 법이다. 한정된 시간 속에서 각자의 삶을 살고 있다. 혼자서 평온하게 지내던 사람도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순간이 있다. 그 때 아무도 손을 내밀어주지 않으면 절망감, 고립감에 빠질 수 밖에 없다. 타인의 사랑과 관심이 충족되지 않았을 때 무서운 집착을 보이는 그레타가 비정상적이지만, 안쓰럽게 느껴지는 이유다. 26일 개봉, 98분,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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