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그룹 '방탄소녀단'(BTS)의 팬클럽 '아미' 회원이다. 오전 10시에 만난 그녀들은 지친 기색도 없이 싱글벙글이었다. "유튜브를 통해서 방탄소년단을 알게 됐다"면서 "노래, 춤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좋다. 웸블리 공연도 간다"며 즐거워했다.
사라는 작년 방탄소년단 뉴욕 시티필드 공연도 봤다. "방탄소년단의 음악은 춤, 노래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다 연결돼 있다"면서 "듣는 사람들도 모두 연결시켜준다"고 한다.
팝업스토어는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가 1, 2일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펼친 방탄소년단의 스타디움 월드투어 '러브 유어셀프 : 스피크 유어셀프'에 맞춰 운영한 것이다. 미국의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뉴저지 스타디움 투어의 열기가 런던으로 이어졌다. 28일 오픈 이후 하루 평균 2000명씩 방문하고 있다.
같은 날 오후 6시(현시시간) 영국 런던 피커딜리 광장에 모인 1000여명의 아미들 역시 국적, 인종, 성별, 나이는 달랐지만 금세 친구가 됐다.
피커딜리 광장에서 1시간동안 반복 상영되는 방탄소년단의 현대자동차 '팰리세이드' 광고를 보러 아미들이 모였다. 반대편 LG 옥외 광고판에는 방탄소년단이 출연한 스마트폰 광고가 계속 나왔다. 런던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피커딜리 광장은 그렇게 온통 방탄소년단 판이 됐다.
방탄소년단 팬클럽 아미의 특징 중 하나는 연대감이다. 옥외 광고판과 광장 사이를 런던 관광버스인 2층짜리 '빅버스'가 지나갈 때마다 손을 들어 환호했고, 천장이 없는 2층에 앉은 여행객들도 손을 흔들며 호응했다.
웸블리 스타디움 공연 첫날인 1일에도 아미의 축제는 계속됐다. "와우, BTS 웸블리!" 이날 오전 런던의 지하철 메트로폴리탄선 핀츨리 로드에서 웸블리 파크로 가는 도중 돌연 환호성이 들렸다. 웸블리 스타디움의 유명한 아치의 모습이 창밖으로 멀리서 보이자 터져 나온 감탄사였다.
공연은 오후 7시30분부터 시작하는데, 웸블리파크 역에서 웸블리 스타디움까지 쭉 뻗은 600m가량의 대로에는 오후 12시부터 사람들로 가득 찼다. 축제는 빨리 시작됐다. 주변 카페에는 방탄소년단 노래가 울려 퍼졌고 곳곳에 태극기를 두른 '외랑둥이', 즉 외국인 아미들이 보였다. 한국 아미는 외국 팬들을 해외 팬과 사랑둥이라는 단어를 조합해 외랑둥이라고 부른다.
얼마 전부터 온라인에서 '대한민국은 방탄소년단 보유국'이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퍼지고 있는데 외랑둥이들 역시 이 말에 공감하고 있다.
함께 어울리고 웃고 교감했다. 방탄소년단과 아미는 수평적으로 교류한다. 아미들끼리도 마찬가지다. 공연시간이 가까워질수록 곳곳에서 커버댄스 판이 펼쳐졌고, 아미들의 환호는 더욱 커졌다.
오스트리아에서 독일 친구 둘과 함께 콘서트를 보러 온 앨리스(28)는 색종이로 만든 별 모양의 종이를 공연장에 먼저 온 이들에게 나눠주고 있었다. 그녀는 "별을 바라보고 있으면 슬플 때 위로를 주고 기쁠 때 행복을 준다"면서 "BTS는 노래 뒤에 숨어 있는 메시지로 감동을 준다"고 했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웸블리 스타디움 밖에서도 아미들과 호흡했다. 아미들이 피커딜리 광장에 있을 시간 인근의 소호 지역을 돌아봤고 런던 문화 상징 중 한 곳인 내셔널 갤러리와 이 갤러리 앞 트라팔가 광장 등을 돌아봤다.
무엇보다 방탄소년단, 아미가 함께 하는 공간에서는 성스러움이 느껴진다. 국적, 인종과 상관없이 모든 이들이 친구가 되는 공간이라는 점 때문이다.
일부에서 영국 밴드 '비틀스'의 1960년대 미국 팝 시장 진출을 가리키는 '브리티시 인베이전'에 빗대 '21세기 비틀스'인 방탄소년단의 이번 웸블리 스타디움 공연을 '코리안 인베이전'으로 표현한다. 하지만 이런 공격적인 수식보다 '코리안 커뮤니언'이 더 적합한 표현이 아닐까 싶다. 일방적인 진출이 아닌 교감을 통해 새로운 공동체(community)를 형성하니까.
방탄소년단 리더 RM(25)은 지난해 9월24일 뉴욕 UN본부 신탁통치이사회에서 열린 유엔아동기금(UNICEF) 청년 어젠다 '제너레이션 언리미티드'에서 팀의 대표 연설자로 나서 7분가량 영어로 말했다.
최근 미국 빌보드 '인터내셔널 파워 플레이어스'에 2년 연속 이름을 올린 빅히트 방시혁(47) 대표도 지난해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방탄소년단의 UN 스피치를 꼽으며 "방탄소년단은 동시대 젊은이들에게 자신의 언어로 메시지를 전달하려 노력했으며, 이는 가수의 삶 자체가 퍼포먼스이자 메시지가 된 상징적인 사건으로 세계 청소년에게 보내는 희망의 메시지"라고 짚었다.
이런 방탄소년단과 방시혁의 메시지가 표현된 공간 중 하나가 방탄소년단의 콘서트다. 음악을 듣고 즐기는 공간이라기보다, 멤버들과 아미들이 교류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읽힌다. 백인과 흑인, 유럽인과 아시아인, 남성과 여성, 노인과 청년 등 언뜻 이질적일 것만 같은 요소들이 덩굴처럼 자연스럽게 엉켰다.
방탄소년단 멤버 진(27)이 웸블리 스타디움 콘서트 막바지에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언급하며 영국 밴드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1946~1991)의 '에~오!' 퍼포먼스를 흉내 낼 때, 단순히 쇼가 아닌 1985년 이곳에서 펼쳐진 '라이브 에이드'와 자연스럽게 연결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방탄소년단은 과거와 현재를 친구로 만든다.
아미(army)는 방탄복이 군대와 항상 함께하는 것처럼 방탄소년단과 팬들이 언제나 같이 있겠다는 뜻으로 지었다. 그런데 방탄소년단과 팬들이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아미가 친구를 뜻하는 프랑스어 '아미(amie)'와 발음이 같다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방탄소년단은 2일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한 차례 더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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