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민·현지인, 한국대사관 앞 조용한 추모제
"유람선 참사 애도열기 오래오래 타오를것"
한 손에는 꽃을, 다른 한 손에는 작은 초를 든 채였다. 이날 대사관 앞에서는 지난 29일 허블레아니호 침몰로 실종·사망한 한국인들을 애도하기 위한 작은 추모제가 열렸다.
13살 소녀 로레타는 케이팝에 관심을 가지면서 한국도 좋아하게 됐다. 로레타의 가방에는 BTS, 블랙핑크, 마마무, 갓세븐 등 한국 아이돌 그룹 멤버들의 얼굴이 새겨진 배지가 달려 있었다.
"구글에서 처음 사고 소식을 접했어요. 학교에 있었는데 친구들이랑 이 얘기만 했어요. 저랑 친구들이 다 한국에 관심이 많고 한국을 좋아하거든요. 너무 깜짝 놀랐어요. 안타깝고 슬펐죠."
수북하게 쌓인 꽃 사이에 한국에서 산 듯한 엽서와 기념품도 곳곳에 놓였다.
이날 추모제는 조용히 진행됐다. 나서서 마이크를 잡는 사람도, 눈물샘을 자극하는 노래를 부르는 사람도 없었다. 차분한 분위기 속 훌쩍이는 소리도 들렸다.
"헝가리 사람들이 참 마음이 여려요." 현장을 지켜보던 한 중년여성이 말했다. 30여년 간 헝가리에 살았다는 그는 헝가리의 잔잔한 추모 열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길 한복판에 갑자기 꽃이 놓여 있으면, 그건 언젠가 거기서 사고가 나서 누군가를 잃었다는 거예요. 보고싶을 때마다 와서 꽃도 두고, 촛불도 놓고 가는거죠. 여기도 그럴거예요. 오면서, 가면서, 또 가끔 생각날 때마다 꽃도 놓고, 촛불에 불도 켜고. 오래 타오를 거예요."
전체 탑승객 중 한국인은 33명으로 파악됐다. 이 중 7명이 구조됐으나 7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구조된 7명 중 6명은 퇴원, 1명만 갈비뼈 골절로 입원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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