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 사태' 후 직선제 요구 높지만…8개 사립대만 도입
현행법상 법인에게 총장임용권한 있어…교육부도 미온적
사학개혁·의견수렴 등 이유 구성원들은 민주적 절차 요구
학생들은 단식투쟁 교수들 '전쟁' 선포…직선제 도입 진통
16일 국민대 총학생회에 따르면 지난 4월 유 총장은 임기 11개월가량을 앞두고 교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사의를 표명했다. 국민대 법인인 국민학원은 같은달 29일 총장선임 일정과 계획을 발표했다. 구성원들은 논의 없이 일방적인 통보라며 반발하고 있고 동문에서는 총장선임 절차를 멈추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장선임제도 수정 요구는 지난 2017년 불이 붙었다. 당시 국정농단 사태에서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이화여대에 부정입학을 하고, 그 과정에 최경희 전 총장이 개입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급기야 최 전 총장이 물러났다. 이후 학사비리에 맞섰던 이화여대 학생들이 총장 직선제를 강력하게 요구했고 그해 5월 학생과 교수, 직원, 동문이 참여하는 총장 직선제가 실시됐다.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사교련)에 따르면 사립대에서 전 구성원이 참여한 총장 직선제 도입은 이화여대 사례가 최초다.
이듬해 국립대에서 법인대학으로 전환한 서울대에서 학생들이 투쟁 끝에 총장 직선제를 얻어냈고 인천대에서도 직선제가 도입됐다. 전 총장이 비리의혹으로 낙마했던 성신여대도 새 총장 선출을 직선제로 실시하며 총장 선출 제도의 새 바람이 불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총장 선출 방식 변화의 바람은 아직 미풍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교육부 연구발주를 받아 국민대 언론정보학 이창현 교수가 2018년 대학원대학을 제외한 전국 154개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자료를 제출한 132개교 중 직선제를 실시하는 학교는 고려대, 대구대, 성신여대, 숙명여대, 조선대, 한국외대 등 6개교 뿐이다. 자료제출을 하지 않은 이화여대와 이후 직선제 도입을 발표한 상지대를 포함하면 전국에서 8개교가 직선제를 운영하고 있다.
구성원들이 총장 선출제도 변경을 요구하는 이유는 사학개혁과 대학의 민주적 운영에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전국대학노조 김병국 정책실장은 "법인에서 구미에 맞는 사람을 찾아 임명을 하다보면 비민주적 학교 운영이나 비리의 동조자 혹은 하수인이 될 수밖에 없다"며 "민주적 총장 선출은 사학의 비리 전횡이나 구태들을 바꿔내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고 밝혔다.
하지만 사립대의 경우 현행법상 법인에게 총장 임명 권한이 있다. 사립학교법 53조에선 학교의 장은 당해 학교를 설치·경영하는 학교법인 또는 사립학교 경영자가 임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해 총장 선출제도와 관련해 연구과제를 발주했다. '대학의 가치 정립과 사립대학 총장 선출 방식 개선을 위한 연구'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해당 연구에서는 바람직한 개선 방안으로 제1안은 직선제, 차선안은 직선제를 가미한 간선제가 제시됐다.
단 교육부 관계자는 "정책연구는 참고만 하는 정도고 제도 변경을 끌고 가겠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이에 교수들을 중심으로 대학 구성원들은 민주적 총장 선출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교련은 차기 대학진단 시 민주적 총장 선출 지표를 포함하도록 교육부에 요구할 계획이다. 국민대 총학생회는 20일부터 단식농성에 들어갈 예정이다.
김용석 사교련 이사장은 "사교련은 교육부와 이 문제를 두고 전쟁을 할 것"이라며 "대학의 민주성, 공공성, 자율성,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첫 걸음이 민주적 총장 선출이며 문재인 정부의 교육혁신 의지도 이 부분에서 드러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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