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현민 “日군함 욱일기? 우린 '이순신 깃발' 달았다”

기사등록 2019/05/15 20:29:21

15일 제주대학교 아라뮤즈홀에서 초청 강연

제주 국제관함식 일본 욱일기 논란 뒷이야기

【제주=뉴시스】배상철 기자 = 탁현민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이 15일 오후 제주대학교 아라뮤즈홀에서 ‘기획의 힘, 상상력의 힘’이라는 주제로 초청 강연을 하고 있다. 2019.05.15. bsc@newsis.com
【제주=뉴시스】배상철 기자 = 탁현민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이 지난해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에서 열린 국제관함식 당시 일본 해상자위대 함정이 욱일승천기(이하 욱일기)를 달고 참가하겠다고 했다가 불참한 것과 관련한 후일담을 전했다.

탁 자문위원은 15일 제주대학교 아라뮤즈홀에서 열린 초청 강연에서 “일본이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기를 게양하고 제주 국제관함식에 참석하겠다고 해 고민이 많았다”며 운을 뗐다.

탁 자문위원은 “모든 해군 군함은 자국기와 해군기를 달고 다니는 것이 관례였고 이명박 정부 당시 일본 해상자위대가 욱일기를 달고 부산항에 입항한 전례가 있어 이번에는 불가하다고 설득하기가 어려웠다”고 술회했다.

이어 그는 “설득하고 양해를 구하는 방법이 최선이었지만 일본은 강경했다”면서 “때마침 국내에서도 욱일기를 게양한 일본 군함의 입항을 허가해선 안 된다는 여론이 들끓어 방법을 찾기 어려웠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에 욱일기를 단 일본 해상자위대 군함이 지나간다면 여론의 지탄을 받을 것이 뻔했고, 그렇다고 일본 군함의 경례를 받지 않는 것도 국제적인 결례였기 때문에 고민이 깊었다”고 했다.
【제주=뉴시스】배상철 기자 = 탁현민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이 15일 오후 제주대학교 아라뮤즈홀에서 ‘기획의 힘, 상상력의 힘’이라는 제주로 초청 강연을 하고 있다. 2019.05.15. bsc@newsis.com
탁 자문위원은 “일본이 욱일기를 고집하는 이유가 군국주의 혹은 2차 세계대전의 자부심을 총체적으로 상징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그렇다면 이에 상응하는 우리의 상징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적절한 대응 방법이라고 생각했다”며 “그것이 삼도수군통제영의 수자기와 데니 태극기였다”고 설명했다.

삼도수군통제영 수자기는 삼도수군통제사인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당시 왜군을 격파할 때 수군에 게양했던 깃발이다. 데니 태극기는 고종 황제가 외교 고문을 지낸 미국인 데니에게 줬던 태극기로 데니는 조선이 엄연한 독립국이라고 주장했다.

탁 자문위원은 “수자기와 데니 태극기를 원래 사이즈보다 크게 만들어서 대통령이 타는 배에 꼽았다. 일본 해상자위대가 이순신 장군의 깃발과 데니 태극기에 경례를 해야 하게 된 것”이라며 “하지만 일본은 결국 참여하지 않기로 해 그 모습을 보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탁 자문위원은 독도 새우와 관련한 일화도 소개했다.

탁 자문위원은 “지난 2017년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만찬 메뉴에 독도새우를 넣었다”면서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독도새우를 먹음으로써 일본에게 빅엿을 주려고 했던 것이라고 해석했지만 사실은 그런 의도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탁 자문위원은 “대통령의 행사는 생각보다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모든 것을 다 의도하지는 않지만 모든 것이 해석된다”면서 “독도새우도 그 일환”이라고 했다.

【제주=뉴시스】배상철 기자 = 제주대학교 학생들이 15일 오후 제주대 아라뮤즈홀에서 진행되는 탁현민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의 초청 강연을 거부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이들은 탁 자문위원이 왜곡된 젠더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2019.05.15. bsc@newsis.com
한편 탁 자문위원이 이날 제주대에서 초청 강연을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제주대 페미니스트모임 등은 아라뮤즈홀 앞에서 강연 취소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탁 자문위원이 지난 2007년 출판한 저서에서 여성을 유형별로 분류하고 ‘파인 상의를 입고 허리를 숙을 때 가슴을 가리는 여자는 그러지 않는 편이 좋다’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며 “탁 자문위원은 왜곡된 젠더의식을 가진 인물”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탁 자문위원은 강연 도중 학생들에게 “30대에는 책을 함부로 쓰지 말라는 충고를 꼭 드리고 싶다”며 논란을 의식한 듯한 발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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