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학살명령은 인권범죄" 사법적 판단 절실

기사등록 2019/05/14 17:28:08

반인륜 범죄는 공소시효 없어, 입법 보완 필요

사회통합 차원서 사면·용서는 처벌 다음 문제


【광주=뉴시스】신대희 기자 = 5·18민주화운동 당시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광주를 찾아 사살 명령을 내렸다는 증언이 전직 미국 정보요원과 보안사 수사관의 입을 통해 나왔다. 

이에 '반인륜적 관점에서 신군부 세력에 대한 사법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1980년 5월 광주에서 미군 501정보여단 정보요원과 505보안부대 수사관으로 각각 활동했던 김용장·허장환씨는 14일 광주 서구 5·18기념재단에서 5월 항쟁 당시 전두환씨가 계엄군에게 사살 명령을 내렸다는 사실을 거듭 증언했다.

이들은 "전씨가 시민들에 대한 집단 발포가 이뤄진 1980년 5월21일 정오 광주비행장을 찾아 정호영 특전사령관·이재우 505보안부대장 등과 비밀회의를 했고, 회의 직후인 같은 날 오후 1시 옛 전남도청에서 사살이 이뤄진 것으로 미뤄 전씨의 사살 명령이 전달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인도에 반한 범죄'(Crimes against humanity) 관점에서 신군부의 인권유린 행위를 처벌할 필요성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최용주 5·18기념재단 비상임연구원은 "(전두환 신군부 세력이) 의도했든, 미필적 고의든 조준사격을 해 시민을 사살했다는 것은 반인륜적 범죄다. 반인륜에 따른 범죄는 불소급 원칙을 적용받지 않고, 공소시효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전두환·노태우·정호용에게 적용된 내란목적 살인행위는 1980년 5월27일 진압 작전 과정에서 숨진 17명뿐이다. 나머지는 자위권 발동에 따른 정당방위로 인정됐다. 이는 포괄적 진상규명 없이 형사법적 판단에만 의존했고 과거 청산에 대한 의지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광주=뉴시스】신대희 기자 = 5·18민주화운동 당시 미군 501정보여단 정보요원과 505보안부대 수사관으로 활동했던 김용장·허장환씨가 14일 오후 광주 서구 5·18 기념재단 대동홀에서 계엄군의 만행을 증언하고 있다. 2019.05.14. sdhdream@newsis.com
최 연구원은 "아르헨티나 정부는 1976~1982년 군사 독재정권 범죄자들을 사면했다가 2006년 사면법을 무효화하고, 재판에 회부해 종신형을 선고했고, 칠레도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에 중점을 두고 가해자들에게 사법 처리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또 "내란 범죄 등으로 사형 선고를 받은 전씨가 피해자를 내란 폭도로 모욕하는 일을 좌시해서는 안되며 국제규범에 따라 단죄해야 한다"며 "현행법으로 어렵다면 입법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고, 향후 출범할 5·18진상규명위원회도 광주항쟁 가해자에 대한 사법적 판단을 어떻게 할 것인지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만큼 충분히 신중하게 재기소 등을 검토해야겠지만, 추후 진상 규명 결과에 따른 새로운 법적 단죄도 고려해봐야 한다"며 "적용 법률의 부재로 그 행위에 대해 사법적 판단을 할 수 없다면 진실 규명 의의는 반쪽짜리로 전락할 수밖에 없고, 사회 통합 차원에서 사면·용서는 처벌 다음의 문제다"고 강조했다.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김용장·허장환씨의 증언에서 '전두환 광주 방문 이후 사살명령이 내려졌다'는 큰 의미가 있다. 학살 범죄로 볼 수 있다"면서 "이번 기회에 군 작전 개념을 정확히 정리하고 구체적으로 인도주의에 반하는 범죄인지 따져 단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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