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나운채 기자 =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 진상조사단이 '장자연 리스트' 의혹 사건에 대한 13개월 동안의 조사 내용을 최종 보고했다. 조사단의 보고를 받은 과거사위는 보완을 요구했고, 다음 주께 수사 권고 여부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조사단은 13일 오후 2시부터 오후 4시께까지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과거사위 정례 회의에서 장자연 리스트 의혹 사건 관련 조사내용을 최종 보고했다. 지난해 4월 이 사건이 사전 조사 대상 사건으로 선정돼 조사가 진행된 지 약 13개월 만이다.

조사단에서는 총괄팀장 김영희 변호사와 장자연 사건을 담당했던 조사단원 등 총 4명이 회의에서 조사 내용을 보고했다. 과거사위에서는 한때 사의를 표명했던 김갑배 위원장을 포함해 총 7명의 위원이 회의에 참석했다.

조사단은 그간의 조사 내용을 ▲장자연 리스트 존재 여부 ▲당시 경찰·검찰 수사 문제점 ▲외압에 의한 수사 무마 여부 등 총 12개 쟁점으로 정리해 과거사위에 보고했다. 조사단은 그간 80여명의 참고인을 조사하고, 관련 기록을 검토하는 등의 조사를 진행해 왔다.

이날 최종 보고는 핵심 증인이라 평가받는 윤지오씨 진술의 신빙성, 과거 수사가 미흡했는지 여부, 제기된 의혹들의 수사 가능성 등을 두고 과거사위 위원의 질문과 조사단 측의 답변이 오갔다.

다만 조사단 내부에서도 각 쟁점에 대한 의견이 갈려 최종 보고에서도 조사단원 간 격론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특수강간 의혹 등에 대한 수사 권고 요청 여부를 놓고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단 일부는 장씨 사건에 대해 성폭력 혐의로 수사를 권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또 다른 일부에서는 핵심 증인이라 평가받는 윤씨가 의혹을 제기하니 기록을 세심히 봐야 할 뿐 혐의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윤씨에 대한 진술 신빙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과거사위는 조사단 측에 오는 20일 열리는 정례회의 때까지 조사 내용을 보완할 것을 요구했다. 조사단의 의견이 명확히 정리된 다음 해당 내용을 보고 받은 뒤 위원회 논의를 거쳐 수사 권고 여부 등을 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이후 이르면 오는 20일이나 21일께 최종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총괄팀장 김영희 변호사는 보고 내용에 대해 "가능한 최대한 실체에 가깝게 조사하고 판단하려 노력했다"며 "위원회가 신중히 판단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수강간 피해 의혹에 대한 수사 권고 가능성에 대해서는 "확실한 증거가 있다거나 가해자 등을 특정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검찰이 수사 개시 여부를 판단해달란 의견이 있었고, 이에 대한 반대 의견도 있었다"고 밝혔다.

김갑배 위원장은 회의를 마친 뒤 취재진에게 "보완 조사가 이뤄진 다음에 (수사 권고 여부 등을) 결정할 것"이라며 "조사 내용이 방대한 만큼 위원들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자연 리스트' 의혹 사건이란 배우 고(故) 장자연씨가 지난 2009년 유력 인사들의 술자리 접대를 강요받은 내용을 폭로하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불거진 의혹이다. 이후 장씨가 성 접대 요구, 욕설 및 구타 등을 당해왔다는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가 드러나면서 수사가 진행됐다.

당시 리스트에는 재벌 그룹의 총수, 방송사 프로듀서, 언론사 경영진 등의 이름이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수사기관의 조사에도 장씨 소속사 대표 김모씨만이 처벌받았을 뿐 유력 인사들에게는 무혐의 처분이 내려져 진상 은폐 의혹이 제기됐다.

조사단은 먼저 공소시효가 임박한 강제추행 혐의를 집중적으로 검토한 뒤 금융계 인사이자 전직 기자인 A씨에 대한 재수사 권고를 보고했고, 과거사위는 이를 받아들였다. A씨는 검찰 수사를 거쳐 불구속 기소됐고,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조사단은 또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 방정오 전 TV조선 대표에 대한 조사도 진행했고, 이 사건을 직접 목격한 것으로 알려진 윤지오씨도 수차례 불러 조사했다. 과거 수사에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던 배우 이미숙씨도 조사단에 자진 출석해 조사에 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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