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LG 트윈스, 기 팍팍 '안녕' 세리머니···단결의 손짓

기사등록 2019/04/26 11:13:09
'안녕' 세리머니. LG 트윈스 선수들이 출루한 선수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LG 트윈스 더그아웃은 요즘 '안녕 세리머니'로 신바람을 내고 있다. 안타를 치고 출루한 선수가 더그아웃을 향해 손을 흔들면, 벤치에 있던 동료들도 함께 손을 흔든다. "안녕"하고 인사하는 것 같은 풍경이다. 

이적생 김민성과 주장 김현수가 시작했다. 타격 부진으로 고전하던 김민성이 안타를 때려내자 김현수가 더그아웃에서 손을 들어 축하해 줬고, 김민성도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어느새 팀 전체가 참여하는 단체 세리머니가 됐다. 단순한 동작이지만 다함께 손을 흔드는 장면이 의외의 재미를 선사한다. 터지는 웃음과 함께 팀 분위기도 살아난다.
김현수, 더그아웃을 향해 '안녕'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013년 LG를 일으켜세운 '으쌰으쌰 세리머니'가 떠오르는 이유다.

으쌰으쌰 세리머니는 그해 주장인 이병규 LG 코치로부터 출발했다. 이 코치는 결정적인 플레이를 한 뒤 양 팔을 올렸다 내렸다하는 세리머니를 했다. 캡틴 이병규의 몸짓에 웃던 선수들도 어느새 '으쌰으쌰'하기에 이르렀다. 이병규 코치는 "의도한 건 아니었다. 즉흥적으로 신이 나서 했는데, 어느 순간 선수들이 다 따라했다"고 떠올렸다.

당시 LG는 2003년부터 2012년까지 10년 연속 가을야구 좌절이라는 짐을 지고 있었다. 하지만 으쌰으쌰 세리머니로 더그아웃 분위기를 밝게 바꾸더니, 가을에는 11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 성과까지 냈다.
2013년 6월14일 잠실 LG-넥센전. 이병규(가운데)가 4회 투런 홈런을 날린 뒤 선수들과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이제는 코칭스태프로 선수들의 안녕 세리머니를 지켜보고 있다. 이병규 코치는 "선수들이 함께 한다는 것 만으로도 분위기가 좋아질 수 있다. 동점타나 역전타가 나올 때하면 시너지 효과도 날 수 있다"고 긍정했다.

더욱이 안녕 세리머니는 선수단이 적극 장려하고 있다. 민망해하는 선수들도 있지만 "참여하지 않으면 벌금"이라는 자체 룰을 정해 독려할 정도다.

이 코치는 "팀을 위해 고민한다는 의미이지 않나. 선수들끼리 무언가를 해보려고 하는 것이다. 박수를 치는 것보다 같은 팀이니 함께 무언가를 하려고 한다는 게 좋은 것 같다"며 흐뭇해했다.

단순한 세리머니 이상이 될 수 있다. 으쌰으쌰 세리머니는 달라진 LG의 상징이 됐다. 이전까지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은 LG 선수단이 똘똘 뭉치면서 팀 전체를 바꿔놨다. 세리머니 만으로 좋은 성적을 낼 수는 없지만 팀을 더 단단하게 만드는 효과를 기대할 수는 있다.

이 코치는 "안녕 세리머니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만큼 효과를 이야기하기 위해선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처음엔 쑥스러워하고, 낯설어 하는 선수들이 있다. 하지만 적응이 되고 분위기가 올라가면 팀도 좋은 흐름을 탈 수 있다. 지금 조금씩 그런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는데 시즌 끝까지 이어나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 가지 주의할 부분도 있다. 세리머니를 하는 '상황'에 유의해야 한다. 이 코치는 "상대가 오해를 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우리는 흥이 나더라도 상대를 생각해야 한다. 점수 차가 많이 나거나 하는 상황에서는 자제를 할 줄 알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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