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산역서 꽃다발·빵·소금 등으로 환영 받아
하산역 검문소 인근 '러시아-조선 우호의집' 방문
25일 푸틴과 정상회담…27일까지 블라디 체류
러시아 연해주 주정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10시30분(한국시간 오전 9시30분)께 러시아에 도착, 하산역에서 자신을 영접한 러시아 인사들을 만나 "러시아 영토를 밟게 돼 기쁘다"며 "이건 단지 첫 단계일 뿐"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이번 방문은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미 대화 교착 국면에 이뤄진 만큼 국제적 주목도가 높은 상황이다. 김 위원장 역시 이같은 상황을 의식, 향후 러시아와의 긴밀한 관계 구축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측에선 이고리 모르굴로프 러시아 외무차관과 알렉산더 마체고라 북한주재 러시아 대사, 올레크 코줴먀코 연해주주지사와 알렉산더 코즐로프 극동개발부 장관 등이 김 위원장을 영접했다. 코즐로프 장관은 "이번 방문이 따뜻한 기억으로 가슴에 새겨지길 바란다"고 했다.
하산역에선 러시아 관계자들과의 영접회동 외에 간소한 환영식도 치러졌다.
타스통신과 리아노브스티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이곳에서 김 위원장은 전통의상을 입은 러시아 여학생들로부터 꽃다발과 빵, 소금을 선물 받았다. 러시아에선 중요한 손님을 맞거나 결혼식 등 중요 행사에서 귀중한 양식을 뜻하는 빵과 소금을 쟁반에 담아 대접하는 풍습이 있다.
리아노보스티는 김 위원장에게 빵을 건넨 여학생들의 발언을 인용, 그가 대접에 화답하는 의미로 빵 한 쪽을 뜯어 소금에 찍어 먹었다고 보도했다. 지난 2011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도 전통의상을 입은 여성들이 빵과 소금을 대접했었다.
김 위원장은 이후 러시아 영접 인사들과 짤막한 회동을 가졌고,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의 방문을 기념해 세워진 역 검문소 인근 '러시아-조선 우호의집'도 찾았다.
이른바 '김일성의 집'으로 불리는 우호의집은 약 100㎡ 규모의 목조주택으로, 지난 1986년 김일성 전 주석의 구소련 도착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졌다. 김 위원장은 현재 박물관으로 이용되고 있는 우호의집에서 재직 중인 근로자를 만나 노고에 감사를 표했다.
환영식과 우호의집 방문으로 짧은 시찰을 마친 김 위원장은 이후 다시 특별열차에 탑승했다. 김 위원장을 태운 특별열차는 국경지대 철로를 통해 우수리스크를 지나 블라디보스토크로 출발했다.
김 위원장은 현지시간 기준 오후 6시(한국시간 오후 5시)께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리아노보스티는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오는 27일 오전 일찍 블라디보스토크를 떠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26일 하루 동안 프리모르스키 수족관을 비롯한 시내 주요 장소를 둘러볼 것으로 보인다.
수족관 외에도 러시아 태평양함대 역사박물관과 마린스키극장 블라디보스토크 공연장을 비롯해 지난 2002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방문해 일명 '석탄빵'을 맛봤던 빵집 블라드흘렙 등도 방문 예정지로 꼽힌다.
이날 김 위원장 도착을 앞두고 하산을 비롯한 블라디보스토크까지의 주요 지점은 보안작업을 한층 강화했다. 하산에선 국경관리관들이 이날 오전 5시부터 마을 입구에서 서류검사를 진행했으며, 현지 거주허가가 없는 이들의 통행을 제한했다.
특별열차가 블라디보스토크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우수리스크역에서도 역 광장은 물론 철도 선로까지 경찰대에 의한 대대적인 순찰 작업이 진행됐다.
특별열차 종착지인 블라디보스토크 역시 분주하게 손님맞이를 준비했다. 보스토크미디어에 따르면 김 위원장 특별열차가 도착할 블라디보스토크역은 이날 쓰레기를 치우고 인근 횡단보도를 도색하는 등 단장을 마무리했다. 역사에는 레드카펫도 설치됐다.
블라디보스토크역 인근 주차는 금지됐으며, 교통경찰이 도로 폐쇄를 예고한 상황이다. 현지 경찰이 수색견을 대동하고 경계에 나서기도 했다. 블라디보스토크역 인근 도로 곳곳엔 인공기와 러시아 국기가 내걸렸다.
한 블라디보스토크 주민은 보스토크미디어에 "오전 8시30분부터 몇몇 곳에선 도로를 막았다"며 "이 지역 거주자들은 일하러 갈 수 없었고, 한 동료는 30분 정도 기다리다 차를 두고 40여분을 걸어서 출근했다"고 설명했다.
imzero@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