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4당 패스트트랙 합의에 한국당 강력 반발
한국당 반대시 추경·쟁점법안 처리 사실상 어려워
'경기 둔화 심상찮은데'…政靑, 법안 표류에 고심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을 마치고 23일 귀국한 문재인 대통령의 책상 위에는 실타래 처럼 꼬여 있는 국내 현안이 기다리고 있다. 특히 추가경정예산과 최저 임금 결정 구조 개편, 탄력근로제 개선 등 경제 관련 법안 처리가 시급한 상황에서 여야가 극한대치를 하고 있는 점이 가장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임명 강행으로 냉각된 정국은 여야 4당의 선거법 패스트트랙 처리 합의 이후 걷잡을 수 없는 대치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민주평화당, 바른미래당, 정의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고 선거법 개정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의 신속 처리 안건 지정(패스트트랙)을 추인했다.
여야 4당은 25일까지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와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열어 관련 법안을 신속 처리 안건으로 지정할 방침이다.
이에 자유한국당은 강하게 반발하며 총력 투쟁을 선언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이날 오후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이 정부, 이 정권은 대통령부터 비롯해서 귀 막고 눈 닫고 독재 폭정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명백하게 밝혔다"라며 "이제는 투쟁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황 대표는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한 대오, 한 마음 한 뜻으로 끝까지 이겨내는 투쟁이 이제 시작됐다"라며 "우리는 국민과 함께하면 외롭지 않을 것"이라고 외쳤다.
한국당은 여야4당이 법안의 패스트트랙 처리를 시도할 경우 20대 국회 의사 일정을 전면 보이콧할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내비치고 있다.
이에 따라 순방 후 본격적으로 경제 등 내치 안정에 힘을 쏟아야하는 문 대통령의 근심은 커졌다.
문 대통령은 출국 전 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를 만나 최저 임금 결정 구조 개편과 탄력근로제 개선 관련 법안 등 민생 관련 법안의 국회 처리를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여야정 협의체를 가동, 협의를 통해 쟁점 사안들을 처리해줄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한국당이 거부할 경우 여야정 협의체 가동과 법안 처리는 사실상 어려워진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 철회를 여야정 협의체 참여 조건으로 내걸고 있는 상황이다.
이 밖에도 유치원 3법, 택시업계 지원법, 소방공무원 국가직화 법안,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빅데이터 관련 법안 등의 처리가 여야 대치로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정부가 오는 25일 국회에 제출할 예정인 추가경정예산안의 통과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정부는 6조~7조원 규모의 추경 예산을 편성해 ▲미세먼지 대응 ▲재난 대비 ▲민생경제 지원 등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미세먼지와 국민 안전 등을 명목으로 편성된 예산이지만 둔화하고 있는 경기를 진작하기 위한 목적도 크다.
한국당이 이미 '재난 추경'과 '총선용·선심성 추경'을 분리해야한다며 정부 제안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데다 패스트트랙 합의 이후 정부·여당을 거칠게 몰아붙이고 있어 추경은 국회 문턱을 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청와대와 정부는 정국 경색이 경제의 발목을 잡지 않을지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최근 한국은행은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5%로 낮췄다. LG경제연구원(2.3%), 무디스(2.1%) 등 일부 민간 연구기관들은 2%대 초반까지 성장률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글로벌 성장 둔화의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데다 반도체 경기 하강으로 수출 실적도 개선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쟁점 법안 처리를 위해 한국당을 설득해 나간다는 계획이지만,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뾰족한 방도는 없는 상황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4당이 패스트트랙을 건 것은 한국당에 대화를 하자는 것"이라며 "패스트트랙에 태워 놓고도 대화를 하는 방법이 있다. 한국당이 대화에 나서길 바란다. 한국당 측과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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