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영화 국제시장, 표절 아냐"…시나리오 작가 패소

기사등록 2019/04/19 17:28:20

"역사적인 사실, 누구나 이용 가능"

【서울=뉴시스】박은비 기자 =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국제시장'이 표절 의혹을 벗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6부(부장판사 정완)는 19일 시나리오작가 김모씨가 배급사 CJ E&M과 제작사 JK필름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김씨는 지난 2009년 축구선수 차범근 일대기를 다룬 '차붐'이라는 영화 기획서와 시나리오를 작성한 뒤 저작권 등록을 마쳤다. 김씨는 국제시장이 지난 2014년 12월 개봉하자, 자신의 저작권이 침해됐다며 지난해 7월 11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김씨는 "두 작품 모두 파독 광부, 파독 간호사의 삶을 소재로 하고 있고 '공동체에 대한 헌신'이나 '세대 간의 공감'이라는 공통된 주제의식을 담고 있으며, 액자식 구성, 근현대사의 실존 인물 및 사건을 등장시키는 등의 연출방법, 등장인물, 구체적 줄거리 및 사건전개 등이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파독 광부, 파독 간호사, 독일 뒤스부르크의 함보른 광산 및 광산 사고를 동일한 소재로 삼고 있다"면서도 "이와 같은 영화의 소재는 아이디어의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 저작권 보호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우리 정부가 1960년대에 외화 획득을 위해 광부와 간호사를 독일로 파견한 사실, 파독 간호사와 결혼하는 파독 광부가 부상을 당했다는 사실 등은 역사적인 사실에 해당해 누구나 이런 소재를 이용할 수 있다"며 "실제로 김씨 저작물이 작성되기 전에도 국내외 많은 저자가 이에 관한 저작물을 창작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파독 광부가 일하는 광산에서 사고가 발생하는 부분, 파독 광부가 파독 간호사와 결혼하는 부분이 유사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이런 설정은 김씨 저작물에만 등장하는 특이한 사건이 아니다"라며 "역사적 사실에 기초한 주제를 다룸에 있어서 전형적으로 수반되는 사건이거나 배경, 추상적인 인물의 유형 등에 불과해 창작적인 표현 형식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silverlin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