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 한미회담 결과 불만 표시
"하노이 때 만큼 좋은 기회 힘들 것" 美 새로운 셈법 요구
트럼프의 '빅딜' '제재유지' 와 충돌, 북미 대치국면 불가피
연말까지 北 도발은 없을 듯…일단 기다리는 현실적 선택
내년부턴 美 대선 국면 접어들어 北 협상 전개에도 변화
"美 입장 바뀌지 않는 한 북미정상회담 재개 가능성 낮아"
"4차 남북정상회담 성사 불투명…성과도 제한적일 전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2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1차회의에 참석해 시정연설에서 구체적인 타임테이블(시간표)을 제시하고 미국의 전향적인 태도를 촉구했다.
김 위원장은 "올해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 볼 것"이라며 "미국이 올바른 자세를 가지고 우리와 공유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은 조건에서 제3차 조미 수뇌회담을 하자고 한다면 우리로서도 한 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지켜본 후 나온 김 위원장의 공식 반응으로, 지난 2월말 하노이 회담 이후에도 변화가 없는 미국의 입장과 회담 결과에 대한 불만을 표시함과 동시에 미국이 북미 대화에 적극적으로 임해달라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그러나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보겠지만, 2차 북미 정상회담 때 만큼 좋은 기회를 얻기 힘들 것이라며 비핵화 협상을 둘러싼 미국과의 팽팽한 힘겨루기를 예고했다.
김 위원장은 "하노이 조미수뇌회담과 같은 수뇌회담이 재현되는데 대해서는 반갑지도 않고 할 의욕도 없다"며 "쌍방의 이해관계에 다같이 부응하고 서로에게 접수 가능한 공정한 내용이 지면에 씌어져야 나는 주저 없이 그 합의문에 수표할 것이다. 그것은 전적으로 미국이 어떤 자세에서 어떤 계산법을 가지고 나오는가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미정상회담의 '스몰딜' 가능성을 일부 열어놓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빅딜'과 '제재유지' 기조를 재확인했다.
"가까운 시일 내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는 전망을 세계에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는 문 대통령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회담이 열릴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건 단계적으로(step by step) 진행될 것이다. 빠른 과정으로 진행되진 않을 것이다. 너무 빨리 진행되면 협상 시간을 맞출 수 없다"라고 말해 절차와 속도 조절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북한과 다양한 스몰딜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스몰딜을 통해) 단계별로 해결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이 순간 우리는 빅딜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핵무기를 없애야 한다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스몰딜은 영변 및 그 외 일부 지역의 핵시설 폐기와 미국의 상응 조치를 맞바꾸는 것인 반면, 빅딜은 포괄적인 비핵화 로드맵에 합의하는 일괄타결을 말한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김 위원장은 트럼프와의 관계를 강조하며 대화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자신들의 비핵화 해법을 주장하며 미국의 '노 스몰딜', '노 제재완화' '노 얼리 하베스트' 입장을 바꿀 것을 요구한 것"이라며 "대신 도발을 하지 않고 기다리겠다는 것으로, 현실적으로 도발을 할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북한의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빅딜'과 대북제재 원칙이 견고하고 김 위원장은 '자력갱생'을 강조하며 대북제재에 결코 굴복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북미 대치국면 지속이 불가피함에 따라 연내 회담 재개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북미가 서로 주장을 굽히지 않고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는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4·27 남북정상회담 1주년을 즈음해 추진하는 4차 남북정상회담이 불투명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신 센터장은 "미국의 입장이 바뀌기 전까지는 북미 정상회담 재개 가능성은 낮아보인다"면서 "남북정상회담 개최 가능성도 줄어들었다. 만난다고 해도 성과가 제한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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