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수자리 A* 블랙홀 그림자도 조만간 볼 수 있을 것"
"내년엔 서울대 전파망원경도 블랙홀 관측에 참여 추진"
정태현 한국천문연구원 박사는 11일 전 세계 협력에 기반한 8개의 전파망원경을 연결한 '사건지평선망원경(EHT)'으로 세계 첫 블랙홀을 관측한 의미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연구진은 처녀자리 은하단의 중앙에 위치한 거대은하 M87의 중심부에 있는 블랙홀 관측에 성공했다. 지구에서 5500만 광년 떨어져 있으며 무게는 태양 질량의 65억 배에 달한다.
정 박사는 "역사적인 일이다. 고리 하나가 사람들을 얼마나 들뜨게 만들 수 있는 지 놀라는 하루였다"며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가장 작은 지역에서 발생하는 전체 물리학적인 현상을 이제는 관측 기술과 전파망원경 성능 개선 등을 통해 블랙홀 영상을 얻을 수 있는 단계까지 왔다"고 설명했다.
1915년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발표한 일반 상대성이론은 물체가 존재하면 주변 시공간은 물체의 질량에 영향을 받아 휘어지게 되는데, 질량이 크면 클수록 주변 시공간이 더 많이 휘어져 더 큰 곡률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1919년 영국의 천문학자 에딩턴과 탐험대가 개기일식 때 태양 주변 빛이 1.61초 휘는 것을 관측하며 일반상대성이론을 검증했다.
김재영 독일 막스플랑크 전파연구소 박사는 "에딩턴이 개기일식을 통해 중력렌즈 효과를 관측해 일반 상대성이론을 검증했지만 상대적으로 중력이 약한 태양이었다"며 "블랙홀과 같이 중력이 극단적으로 강한 천체에서는 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상대성 이론이 완전하게 증명된 것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EHT 연구진은 전 세계 협력에 기반한 8개의 전파망원경을 연결한 사건지평선망원경(EHT)으로 처녀자리 은하단의 중앙에 위치한 거대은하 M87의 중심부에 있는 블랙홀을 관측했다. 망원경 8개를 연결해 높은 민감도와 분해능을 가진 지구 규모의 가상 망원경을 만들었다. 지구의 자전을 이용해 합성하는 기술로 1.3밀리미터 파장 대역에서 하나의 거대한 지구 규모의 망원경이 구동되는 방식이다. 가상 망원경을 초장기선 전파간섭계(VLBI)라고 한다
정 박사는 "블랙홀은 굉장히 강한 중력을 가지고 있다. 매우 작은 크기에 응축돼 마치 빛도 탈출할 수 없게 만드는 현상을 만들고 있다"며 "블랙홀을 관측하기 위해 상당히 많은 노력을 해왔지만 직접적으로 천체에서 빛이 나오지 않아 직접적으로 관측하는 방법이 제한적이었다. 간접적으로 블랙홀의 존재를 유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8대의 전파망원경이 하나의 큰 망원경으로 연결돼 블랙홀을 관측하기 위한 시도를 했다"며 "한라산에서 백두산 정상에 있는 사람의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을 분간해 내는 분해력를 가지고 있다. 멀리 떨어져 있고, 작은 천체이지만 블랙홀을 영상화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향후 우리 은하 중심에 있는 초대형 블랙홀 '궁수자리 A*’(Sgr A*)'도 조만간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김종수 천문연 전파천문본부장은 "ETH 망원경은 우리 은하 중심에 있는 궁수자리 거대 질량 블랙홀도 관측했다"며 "우리 은하 중심에 있고, 상대적으로 질량이 작다. 주위에 여러가지 복잡한 수소체를 갖고 있어서 관측했으나 먼저 과학자들이 M87을 분석했고, 궁수자리 블랙홀은 분석 중에 있다. 차후 또다른 블랙홀 그림자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내년에는 서울대 전파망원경도 블랙홀 관측에 참여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손봉원 한국천문연구원 전파천문본부 책임연구원은 "한국천문연구원이 서울대 망원경을 관측에 참여하기 위해 준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내년 관측부터는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대 사샤 트리페 교수는 "지난 3월에 동아시아지역 3개 전파망을 통해 ETH가 2000년 초반에 했듯이 우리도 관측을 했다"며 "한국, 대만, 일본, 중국 등 4개 나라가 협력해 앞으로 동아시아 ETH 멤버로 본격적으로 활용되는 날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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