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교섭단체·분당·보수대통합…보궐선거발 정계개편 '꿈틀'

기사등록 2019/04/07 19:39:29

평화당-정의당 공동교섭단체 재구성 논의

평화당 내 제3당 설립 목소리에 성사 난항

제3당 설립 전제조건은 바른미래당 분화

바른정당-국민의당계 대립 '일촉즉발' 양상

한국당, 창원 패배에 보수통합 필요성 실감

"바른미래, 애국당 우리 편이었으면 승리"

범진보-범보수 재편이냐, 새로운 제3당이냐

총선 1년 앞 정계개편 시나리오 흐름 주목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정동영(오른쪽) 민주평화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 2019.02.28. since1999@newsis.com

【서울=뉴시스】임종명 기자 = 이번 4·3 보궐선거 이후 정치권에는 다양한 종류의 정계개편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경남 창원 성산에서 1석 탈환에 성공한 정의당과 민주평화당의 공동교섭단체 구성부터 이른바 '한 지붕 두 가족'으로 불렸던 바른미래당의 분당, 나아가 자유한국당과 대한애국당까지 함께 하는 보수대통합 등의 가능성 등이다.

당장 관심이 쏠리는 대목은 새로운 교섭단체의 출현 여부다.

평화당과 정의당은 지난해 '평화와 정의의 의원 모임'을 구성, 공동교섭단체로 활동한 바 있다. 그러나 노회찬 의원 사망 이후 '원내 20석'이라는 구성 요건을 갖추지 못해 활동을 이어가지 못했다. 이번에 여영국 의원이 지역구 탈환에 성공하면서 20석 요건(평화당 14석, 정의당 6석)이 갖춰지자 다시금 논의가 촉발됐다.

하지만 양당 모두 당내에 공동교섭단체 구성에 대한 이견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김종대 정의당 의원이 "평화당에서 공동교섭단체에 반대하는 의원들은 뼈도 못 추릴 것"이라는 돌발성 발언까지 해 실현 여부는 미지수다.

특히 평화당 내에서는 '정의당과의 공동교섭단체 구성은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정체성이 흐려질 수 있다'는 거부감과 함께 당의 외연·확장을 통한 제3당 설립으로 다당제를 구축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자체적인 교섭단체 구성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있는 셈이다.

이는 곧 바른미래당 내에서 바른정당계와 국민의당계가 대립하는 상황과 연결된다. 평화당 일부 인사들이 제3당 설립을 도모하는 대상이 바로 바른미래당 국민의당계 의원들이기 때문이다.

【서울=뉴시스】 박영태 기자 = 손학규 대표에게 '찌질이' 등 발언을 해 당원권 1년 정지 징계를 받은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 2019.04.05.since1999@newsis.com

더군다나 바른미래당이 이언주 의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1년' 징계를 내리면서 분당 가능성이 가시화된 부분도 공동교섭단체 구성 여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언주 의원은 소위 '손학규 찌질하다' 발언을 해 징계를 받게 됐다. 이는 선거제 개혁안의 신속처리 안건(패스트트랙) 지정을 놓고 불거져 왔던 세력 간 갈등을 증폭시키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이 의원도 당 윤리위가 자신에 대한 징계를 내리던 날 뉴시스와 만난 자리에서 '선거제 개혁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리기 위해 정략적으로 높은 수위의 징계를 내린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내년이 총선인데 당원권 정지 1년이란 징계는 사실상 바른미래당 공천을 받기 어렵다는 얘기가 된다.

이 의원이 '어차피 이 당에서 공천 받을 생각 없다'는 의사를 비쳤던 점에 미루어보면 개별 탈당이 진행될 수 있어 보인다. 이런 일촉즉발 상황이 보수 성향 의원들의 탈당 도미노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자유한국당 내에서는 보궐선거 결과를 통해 보수대통합의 필요성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 참패를 당한 한국당은 이번 보궐선거에서 경남 창원 성산과 통영·고성의 승리를 통해 민심의 변화를 강조, 정부여당에 대항하는 제1야당으로서의 입지를 굳건히 하고자 했다.

그러나 창원 성산의 경우 504표라는 근소한 차이로 정의당에 패배했다. 3위인 바른미래당 이재환 후보는 3334표를, 대한애국당 진순정 후보는 838표를 얻었다. 단순 계산의 논리일 순 있으나 만약 보수대통합이 이뤄진 상황이었다면 당선자가 바뀌었을 거라는 주장이 힘을 얻는 기류다.

【서울=뉴시스】 박영태 기자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2019.04.05.since1999@newsis.com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도 지난 5일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이번 창원 성산 선거에서 대한애국당이 얻은 표가 저희에게 왔으면 이길 수 있었다"며 "우파는 통합해야지만 다음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창원 성산은 우리가 이기면 기적이라고 했던 진보의 성지"라며 "그러나 지난 지방선거, 총선 등과 비교해보면 상당수 표가 우리에게 돌아온 것이다. 결국 국민들이 준 메시지는 정부의 무능과 독선에 대한 경고다. 그리고 우리에겐 기회를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 원내대표는 조원진 의원이 대표로 있는 대한애국당만 직접 언급했으나 당내 일각에서는 바른미래당 바른정당계 의원들과의 통합도 염두에 두고 있다. 창원 성산에서 바른미래당을 지지한 유권자들은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외연 확장 및 보수대통합의 현실적 필요성을 여실히 보여줬다는 것이다.

각 정당이 큰 틀에서 정계개편의 필요성에는 공감해도 실질적으로는 개별 의원들의 이해 관계와 정국 지형, 그에 따른 적절한 대의명분이 맞물려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문제여서 아직 적극적이고 직접적인 행보가 드러나는 단계는 아니다.

그러나 이번 보궐 선거가 여러 시사점을 던진 가운데 특히 바른미래당의 본격화한 내분 사태가 어떻게 귀결되는냐에 따라 정계개편 움직임도 빠른 시일 내 가시화할 가능성이 있다.

범보수와 범진보 진영으로 이합집산해 거대 양당 구도로 회귀할지, 지난 2016년 총선에서처럼 제3의 정당이 바람을 일으키는 구도로 흘러갈지 흐름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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