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산불]시작은 전신주, 확산은 바람 탓…손배소 될까

기사등록 2019/04/06 06:00:00

특정 대상 귀책 결론 땐 손배소송 가능성

산불 발생 불가항력이면 청구 어려울 듯

"관리 부실 있었다면 강풍에도 청구 가능"

【동해=뉴시스】김태식 기자 = 지난 4일 강원 동해시 평릉동의 한 야산에서 산불이 타오르고 있다. 2019.04.05.(사진=독자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심동준 김온유 기자 = 강원 고성, 속초, 강릉, 동해, 인제 지역을 강타한 역대급 산불은 인명 피해와 함께 상당한 재산 피해를 야기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현재 경찰 등이 산불 원인 파악에 나선 가운데 향후 조사 결과에 따라 책임 소재에 기초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제기될지 여부도 주목된다.

6일 정부에 따르면 이번 강원 산불로 인한 피해 면적은 지난 5일 오후 3시 기준 고성·속초와 강릉·동해에서 각각 250ha, 인제에서 25ha에 달한다. 속초에 살던 50대 남성 1명이 사망했으며 강릉 주민 1명이 다치는 등 인명 피해도 발생했다.

재산 피해로는 임야 525ha를 비롯해 주택 135채, 창고 7채, 비닐하우스 9동, 부속건물 20여동, 오토캠핑리조트 46동, 동해휴게소 1동, 컨테이너 1동, 건물 98동 등이 소실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조사 진행 경과에 따라 피해 규모는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고성과 속초 산불은 강원 고성 토성면 원암리의 한 주유소 맞은편 전신주에 있던 개폐기 내 전선에서 불꽃이 튀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당초 산불은 변압기 폭발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해당 장소는 변압기가 아닌 개폐기가 있는 자리였다고 한다.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은 문제의 개폐기에 대한 감식 등 방법을 통해 화재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 고성과 속초 이외에 강릉, 동해, 인제에서 발생한 산불의 원인 규명도 이뤄질 예정이다.

문제는 이번 산불이 일어난 원인이 특정 대상의 책임이라는 방향으로 결론이 나는 때에 생긴다. 이럴 경우 수십년 간 살아온 삶의 터전이 하룻밤에 타버리는 등 피해를 입은 지역 사회 구성원들이 귀책 사유가 있는 대상을 상대로 연이어 손해배상 청구에 나설 수도 있다.

발생 원인이 개폐기 관리 부실로 결론이 날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한다. 문제의 개폐기는 한국전력공사(한전)가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물론 관리 소홀 등으로 인한 발화가 아닌 외부 요인에 따른 불가항력으로 불이 난 것으로 판명될 경우에는 한전 측에 책임을 묻기는 어려워진다.

현재 한전은 "개폐기는 자체적으로 불이 날 수 없는 재질로 만들어져 있다. 강한 바람이 불던 상황에서 외부 이물질이 날아들면서 불꽃이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산불 발생과 개폐기의 연관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속초=뉴시스】김태겸 기자 = 지난 4일 강원 속초시 속초IC 인근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이 속초시 장천마을 일대로 번지고 있다. 2019.04.05.patk21@newsis.com
다만 화재 발생에 특정 기관이나 개인의 책임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더라도 피해액이 그대로 인정될 가능성은 작다. 건조한 기후에서 발생한 불이 강풍에 의해 급격히 확산된만큼 산불이 '퍼진'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을 덜게 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만약 산불 발생의 책임이 특정인에게 있다고 밝혀진다면 강풍으로 화재가 커졌다고 해도 책임의 제한이라는 규정 아래 어느 정도 피해를 보상할지에 대한 범위가 소송을 통해 구체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른 변호사는 "도저히 인간이 관리할 수 없는 천재지변이 더해진 경우라면 책임을 피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화재가 발생한 곳에서 관리 부실이 있었다고 하면 산불에 강풍과 같은 복합적 요인이 있었다고 해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는 있을 것 같다"고 봤다.

산불 확대의 주된 요인이 강풍일지라도 전후의 구체적 정황이나 조치 상황에 따라 '불이 퍼진 부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등이 위법적으로 피해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조치를 하지 않은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한다.

한 변호사는 "피해 확산을 막을 수 있었음에도 조치가 미흡했다거나 그로 인해 피해가 확대됐다면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공공 성격의 집단적 민사 소송 경험이 많은 다른 변호사는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고 강풍이 불던 상황에서 관련 기관 등이 산불과 관련한 충분한 계도나 홍보와 같이 확산을 막기 위해 했어야 하는 조치들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면 문제 삼을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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