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3일 '예비타당성조사 제도 개편방안' 의결
20년간 독점하던 KDI, 2020년부터 조세硏과 경쟁
사업 주무부처, 사전 준비 자료 꼼꼼히 준비토록
사업변경 시 철회·반려 독려…재요구 요건 완화도
정부는 이와 함께 예타 조사 기간을 1년 이내로 단축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여건이 변화해 사업 변경이 필요한 경우 철회나 반려를 적극적으로 허용하고 재요구 요건도 완화하는 등 제도를 보다 융통성 있게 운영할 계획이다.
정부는 3일 오전 8시께 정부서울청사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제12차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예비타당성조사 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KDI는 1999년 예타 제도 도입 당시부터 사회간접자본(SOC), 건축 등 비(非) 연구·개발(R&D) 사업에 대한 단일 기관으로 지정됐다. R&D의 경우 KDI에서 기반 구축 사업까지 담당했는데, 2007년부터 순수 R&D 사업도 예타 대상에 포함되면서 이에 대해선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예타 조사를 수행해왔다. 2012년부터는 모든 R&D 사업에 대한 예타를 KISTEP에서 담당했다.
토목 사업 등에 대해서는 20년간 KDI 공공투자관리센터(PIMAC)이 예타 조사를 독점해 온 것이다. 최근 SOC 이외 복지,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예타 수요가 늘면서 조사기관을 추가로 지정해 전문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었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복지 등 SOC 이외 분야 예타 조사 수요는 2009년 2000억원 규모로 1건에 불과했는데, 지난해에는 5건의 사업이 3조2000억원 규모로 있었다.
예타 노하우가 쌓이지 않은 조세연은 당분간 복지 등 비정형사업 예타를 전담하고, 추후에는 SOC, 건축 등 분야에서 KDI와 경쟁하게 된다. 임영진 기재부 타당성심사과장은 "조세연에서 단기간에 대규모 사업을 수행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조세연에서 몇 개 사업을 수행해 본 경험이 있는 복지 사업 부문에서 우선적으로 수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상반기 중으로 '예타 조사 전문기관 추가 지정안'을 확정하고 예산·조직 등 후속조치를 거쳐 2020년부터 이를 시행할 계획이다.
예타 조사기간을 1년 이내로 단축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다만 궤도(토목)와 정거장(건축), 전기통신 등이 포함된 복합 시설인 철도의 경우 사업 규모가 도로의 3~4배인 데다 수요 분석 시 경쟁 시설인 도로의 교통량까지 분석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 조사기간 한도를 1년6개월로 둔다.
정부는 사업계획 변경이 필요한 경우 예타의 철회·반려를 적극적으로 허용하고 재요구 요건도 완화하기로 했다. 사업이 중단되면 재신청하기가 까다로워 한 번 신청한 사업의 예타 기간이 장기화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이밖에 예타 사업을 신청하기 전 단계에서 사업 주무부처로 하여금 준비 자료에 대한 체크리스트 항목을 점검하는 등 사전 절차를 강화하도록 해 자료 요청 및 제출 시기를 단축한다. 부처에서 철저히 준비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지지 못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기재부와 조사기관, 연구진 등이 참여하는 점검단도 운영해 예타의 진행 상황과 규정 준수 여부를 점검한다. 이번달부터 분기별로 열릴 방침이다.
정부는 다음달 1일까지 예타 운용지침 개정 작업을 마치고 개편안을 시행할 계획이다. 철회·재요구 요건 완화는 조사 중인 사업부터, 사전 절차 강화는 올해 2차로 선정되는 사업부터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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