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위 접근해 14억원 꿀꺽…국제 사기조직 일당 구속

기사등록 2019/04/02 12:00:00

국제 사기조직 '스캠 네트워크' 소속원들

SNS 통해 미군·외교관 사칭 친근감 형성

"한국서 같이 살자" 등 현혹 수법도 다양

【서울=뉴시스】심동준 기자 = 경찰이 퇴역 미군, 외교관 등을 사칭해 친근감을 형성한 뒤 돈을 송금 받아 챙긴 국제 사기조직 일당을 구속했다.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2대는 나이지리아인 A씨(40)와 라이베리아인 B씨(32) 등 국내에서 활동하던 국제 사기조직 '스캠 네트워크(Scam Network)' 일당 7명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등 혐의로 구속했다고 2일 밝혔다.

A씨 등은 2017년 8월~2018년 6월 SNS 등을 이용해 무작위로 대상을 물색해 접근, 퇴역 미군·외교관을 사칭하거나 비즈니스를 하는 것처럼 속여 23명을 상대로 14억원 상당의 현금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나이지리아와 가나 등 서아프리카에 본부를 둔 '스캠 네트워크' 한국지부 소속원이다. 스캠 네트워크는 한국과 중국, 홍콩, 인도 등에서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진 국제 사기조직으로 전해진다.

A씨 등은 SNS에서 '시리아에서 포상금을 받은 미군', '거액을 상속받은 미국 외교관' 등을 사칭하면서 "한국에서 같이 살자"거나 "한국에 재산을 보낼테니 필요한 항공료·통관비·보관비 등을 보내 달라"고 요구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또 국제전화로 호텔에 전화를 걸어 "숙박비와 체류비를 미리 결제할테니 남은 체류비는 계좌로 입금해 달라", "외국에서 밀수한 금을 싸게 사달라"는 등의 수법으로 돈을 챙기거나 도금한 가짜 귀금속을 팔았던 것으로 파악했다.

경찰은 "A씨 등은 약품처리를 하면 위조지폐로 변하는 검은색 종이를 보여주면서 약품비 등에 투자하라고 돈을 받기도 했다"며 "돈은 대포통장으로 받아 곧바로 아프리카에 송금하거나 중고차를 구입해 다시 외국으로 판매하는 등 수익 극대화에 나서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A씨 등은 2012년~2017년 난민신청을 통해 국내에 머물거나 불법체류하던 외국인들이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7명 가운데 1명은 한국인으로 A씨 등 일당의 꼬임에 넘어가 사기 행각에 가담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한편 경찰은 피해금액이 더 클 것으로 보고 수사를 이어가면서 스캠 네트워크 소속 다른 조직원들을 추적하고 있다.

 s.wo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