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 여사, 5·18 참상 알린 美목사 부인들에 감사 편지

기사등록 2019/03/31 16:27:25

"광주 의로운 항거·인류애 전 세계 알려…용기에 감사"

"광주의 영원한 증인…광주 희생 헛되지 않게 하겠다"

【광주=뉴시스】김선웅 기자 = 지난해 5월 제38주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유가족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故 아놀드 피터슨 목사의 부인 바바라 피터슨의 모습. (사진=뉴시스DB). 2018.05.18.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31일 5·18광주민주화 운동의 참상을 전 세계에 알린 미국인 선교사 부인 2명에게 감사 편지를 보낸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김 여사가 편지를 보낸 이들은 고(故) 찰스 헌트리 목사의 부인 마샤 헌트리 여사와 고(故) 아놀드 피터슨 목사의 부인 바바라 피터슨 여사 2명이다.

이들은 당시 남편을 따라 선교활동을 위해 광주에 머물면서 계엄군 진압의 참혹한 현장을 전 세계에 알린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

피터슨 목사는 계엄군의 헬기 사격 증언을, 헌틀리 목사는 광주의 참상을 촬영과 기록을 통해 해외 언론에 기고하는 등 당시의 광주 상황을 전 세계에 알리는 데 큰 기여를 했다.

두 여사는 지난해 5·18기념재단의 초청으로 제38회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했다. 특히 헌트리 여사는 기념식에서 남편에게 보내는 그리움의 편지를 낭독해 행사장을 숙연케 했다.

김 여사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5·18 망언'을 두고 정치권에서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 6일 두 여사에게 보낼 편지를 작성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는 편지에 "광주 시민의 의로운 항거를 '북한특수군이 주도한 게릴라전'으로 묘사한 후안무치한 거짓말에 대해 목격자로서 두 분의 뜨거운 증언에 감사드린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그 해 5월 두 분은 광주에 있었고, 광주를 목격했고, 누구보다 더 광주의 참혹한 현실을 아파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전쟁터와 같았던 당시의 광주를 피해 안전한 곳으로 떠날 수 있었는데도 끝까지 광주에 남아 광주 시민들과 함께 하셨던 두 분 가족의 의로움을 잘 알고 있다"고 사의를 표했다.

이어 "도로는 막히고 통신은 끊기고 신문과 방송은 가위질 당하던 그때, 철저히 고립되고 왜곡되었던 광주의 의로운 항거와 광주 시민들의 인간애를 전 세계에 알리고 헬기 사격을 증언한 피터슨 목사님과 헌틀리 목사님의 용기 있는 행동을 기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여사는 "인간의 존엄을 파괴하는 불의와 폭력 앞에서 분노하고 행동했던 두 분 가족의 용기에 감사드린다"며 재차 감사의 뜻을 전했다.

김 여사는 "사랑했던 광주가 이제는 정의의 이름이 됐다", "그 때 5월에 죽은 사람들, 그 때 싸운 사람들을 누구도 모독할 수 없어야 한다"는 두 여사의 발언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거짓은 참을 가릴 수 없음을,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음을 대한민국 국민들은 스스로 만든 역사를 통해 증명했다"며 "불의에 항거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던 사람들의 도시 광주의 영원한 증인이 되어 주신 것에 감사드리며, 민주주의를 위한 광주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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