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 외교문서]KAL 유가족, 현장 방문 요청…정부, '수색 방해' 난색

기사등록 2019/03/31 12:00:00

"태국 정부에 부담, 사고 지점 확인 안 돼"

정부, KAL기 유가족 단체 행동 동향 파악도

승무원 가족들 "수색 무성의" KAL측에 불만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지난 19일 오전 서울 중구 서소문동 KAL빌딩 앞에서 열린 KAL858기 사건 수색 촉구 기자회견에서 유가족인 김영(오른쪽 네 번째) 씨가 진상규명과 수색을 촉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2019.02.19. 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강수윤 기자 = 1987년 대한항공(KAL) 858기 폭파사건 당시 탑승객 유가족들의 사고 현장 방문 계획에 대해 정부가 수색에 방해가 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외교부가 31일 공개한 1988년 외교문서에 따르면 KAL기 조사단장이었던 주태국대사가 1987년 12월6일 외무부 장관에게 보낸 문서에서 "KAL 지사장의 연락에 의하면 KAL기 사고자 가족 300여명이 12월9일 태국으로부터 브리핑을 청취 받고 현장을 시찰하고자 한다는데 확인 바란다"고 보고했다.

당시 사고 비행기는 1987년 11월29일 오후 5시27분 바그다드를 출발해 오후 8시40분 김포공항에 도착할 예정이었으나 태국 방콕 부근을 지나기 전 마지막 교신 후 연락이 끊겼다. 하루 뒤인 30일에 태국과 버마의 국경 지역에서 사고 항공기의 잔해로 보이는 물체들이 발견됐었다.
 
주태국대사는 "현 단계에서 유가족 일행 방문은 수색활동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태국 정부에 불필요한 부담 또는 자극을 줄 우려가 커 사고지점이 아직 확인되지 않은 단계에서 가족의 방문은 보류해줄 것을 건의한다"고 요청했다.

정부가 KAL기 희생자 유가족의 단체 행동 동향을 파악했던 문서도 확인됐다.

사고자 가족 단체행동 결과보고에는 경찰과 관계자들의 협조로 유가족들이 시위를 무사히 마침을 감사하고 교통부 차관이 사고기 가족을 위문하고 교통부 간부 1명을 상주시켜 수시로 진행상황을 가족들에게 보고토록 약속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KAL858기 가족회 회원들이 지난해 12월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KAL858기의 부품으로 추정되는 잔해를 보여주며 최근 한 언론이 KAL858기 사고지점인 안다만 해역에서 미얀마 어부에 의해 비행기 기체 잔해가 발견된 것과 잔해가 KAL858기와 같은 보잉 707로 확인되고 있다고 보도한 것과 관련해 정부의 조속한 잔해검증과 사고해역 수색, 이낙연 국무총리 면담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8.12.05.jc4321@newsis.com
당시 승무원 가족들은 1987년 12월8일 낮 12시30분부터 한 시간 동안 김포공항에서 이뤄진 면담에서 '수색이 무성의하다'며 KAL 측에 불만을 보였다.

승무원 가족들은 '사고 이후 수색이 어떻게 진행되기에 아직까지 위치 파악도 못하고 있느냐', 'KAL측이 무성의 하지 않느냐', '보잉 기술자, 인력, 장비를 동원하던가 용역계약을 해 수색을 과학적으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항공기 잔해는 보도하지 않고 범인으로 추정되는 마유미 사건만 신경 쓰는 언론 보도를 비판하며 수색 결과를 신속히 알려달라고 요구했다.

유가족들은 "승무원 가족이 모인 이 자리에 대한항공 책임자가 왜 나와 사과 한마디 없느냐"며 승무원 가족 이름으로 조중훈 당시 대한항공 회장에게 보내는 서한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편 외교부는 이날 88서울올림픽대회 개최, 대한항공 858기 폭파 사건, 노태우 제13대 대통령 취임식 등의 내용이 포함된 1602권(약 25만여쪽)의 1988년 외교문서를 해제했다. 공개된 외교문서 원문은 외교사료관 내 '외교문서열람실'에서 열람 가능하다. 외교부는 1994년부터 26차에 걸쳐 총 2만6600여권(약 370만쪽)의 외교문서를 공개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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