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남주혁 "김혜자, 연기꽃 피워줬지요"···눈이부시게

기사등록 2019/03/19 17:09:56 최종수정 2019/03/19 19:29:19
남주혁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연기를 잘 할 때나 못할 때나 마음가짐은 똑같다.”

탤런트 남주혁(25)은 ‘연기력이 늘었다’는 칭찬을 들었을 때 마냥 기쁘지 만은 않았다. 한편으로 마음이 무거워졌다. 매 작품 최선을 다했는데, 유독 JTBC 월화극 ‘눈이 부시게’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가수들은 이별하면 노래에 더 애절함이 묻어난다고 하지 않나. 남주혁에게도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런 얘기를 많이 하는데, 솔직히 무슨 특별한 계기가 있겠느냐. (웃음) 정말 열심히 노력하다 보니, 많은 분들이 좋은 평가를 해주는 것 같다. 다음 작품에서도 당연히 ‘연기를 못 한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모든 작품에서 다 잘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연기를 해야 하니까.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몰라도 꾸준히 노력할거다.”

남주혁은 2013년 패션모델로 연예계에 발을 들였다. 이후 드라마 ‘잉여공주’(2014), ‘후아유-학교 2015’, ‘치즈 인 더 트랩’(2016), ‘달의 연인-보보경심려’(2016), ‘역도요정 김복주’(2016~2017) 등을 통해 주연으로 발돋움했다.

물론 연기력 지적도 받았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다”고 자가진단한다. “많은 질타을 받을 때 스스로 너무 부족한 걸 알아서 당연히 받아들여야 했다”며 “원망과 분노는 없었고, 나의 길을 묵묵히 걸어갔다. 지금 ‘연기력이 많이 늘었다’고 얘기해줘서 감사하지만,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아서 더 노력해야 한다”는 자세다.
‘국민 엄마’로 불리는 선배 김혜자(38)와 연기한 덕이 컸다. ‘눈이 부시게’는 같은 시간 속에 있지만 서로 다른 시간을 살아가는 두 남녀 ‘김혜자’(한지민·김혜자)와 ‘이준하’(남주혁)의 로맨스다. 엄마와 아들이 아닌 연인 관계로 호흡을 맞췄다.

처음에는 “‘폐끼치지만 말자’는 생각이었다”며 “좋은 선배들과 함께 하는데, 어떻게 연기를 못할 수 있겠느냐. 선생님이 나를 정말 좋아해주고, 편하게 대해줬다. ‘앞으로 더 기대된다’면서 ‘초심 잃지 말라’고 해 더 열심히 했다”고 귀띔했다.

극중 기자 지망생인 준하는 호감 있는 젊은 혜자(한지민)가 사라진 후 무의미한 삶을 보냈다. 그냥 이대로 시간이 빨리 흘러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싶은 찰나에 늙은 혜자(김혜자)가 나타났다. ‘젊은 놈이 인생 그따위로 사는 거 아니라’며 잔소리하곤 했다.

“김혜자 선배와 행복한 장면을 찍을 때는 정말 행복했다. 슬픈 장면을 연기할 때는 정말 슬펐다. 어느 순간부터 내가 선생님한테 빠져 있더라. 포장마차에서 둘이 앉아 얘기를 주고받거나, 극중 잔소리를 할 때도 진짜 나에게 충고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선생님과 함께 한 모든 신이 연기가 아닌 것 같았다. 잊을 수 없는 순간이다.”
남주혁은 취업준비생의 모습도 현실감 있게 그렸다. 메이크업을 거의 하지 않고, 집에서 입던 늘어진 트레이닝복에 옆이 다 찢어진 신발을 신고 연기했다. 연기자로서 높은 자리에 올랐지만, 20대 청춘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꿈을 위해 달려가는 청춘이라면 똑같은 고민을 하는만큼 실제 모습을 많이 투영했다.

 1회부터 9회까지 준하는 혜자의 상상 속 인물이었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혜자의 요양원 의사 ‘김상현’으로 등장하는 등 다양한 매력을 드러냈다. 차이점을 두기보다 “혜자의 상상 속 준하는 모든 부분이 닮아 있어서 한 사람처럼 보이길 바랐다. 톤의 변화 없이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이 작품을 하기 전까지 ‘눈빛이 슬퍼 보인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며 “촬영 내내 주변에서도 ‘너무 안타깝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 준하가 안타까운 사연이 많아서 우는 장면이 꽤 됐는데, 감정적으로는 힘들었지만 연기하는 순간순간이 행복했다. 그만큼 많이 몰입했다”고 돌아봤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는 6회에서 늙은 혜자에게 소리치는 신을 꼽았다. 준하는 ‘안 그래도 죽지 못해서 겨우 사는데, 왜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냐’고 울부짖었다. “속에 있는 감정을 다 내뱉고 나니 속이 후련했기 때문”이다. 9회에서 ‘샤넬 할머니’(정영숙) 죽은 뒤 장례식장에서 우는 신도 잊을 수 없다. 늙은 혜자가 다가와 ‘네 인생이 애틋했으면 좋겠다’고 했을 때 “정말 슬펐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눈이 부시게’는 힐링 드라마로 불린다. 자극적인 소재가 넘쳐나는 요즘, 소소한 감동과 담백한 웃음을 줬다. 1회 3.2%(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로 시작했지만 지난주 방송된 11회는 시청률 8.5%를 찍었다. 오늘(19일) 마지막 12회 방송만 앞두고 있다.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을 줄은 몰랐다. 시청자들이 함께 울고 웃어 줘서 감사하다. 일반적인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극본 제목만 보고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 자리에서 극본을 다 읽고 ‘정말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델로서 도회적인 이미지가 강해서 감독님이 날 선택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믿고 맡겨줘서 감사하다. ‘눈이 부시게’를 한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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