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의 젊은 연출가 모임인 '혜화동1번지' 7기 동인은 4월4일부터 7월7일까지 연극실험실 혜화동 1번지에서 기획 초청공연 '2019 세월호-제자리' 참여 작품들을 선보인다.
실험극의 산실로 통하는 혜화동1번지 동인은 그간 굵직한 연출가들을 배출해 왔다. 지난해 말 7기 동인으로 김기일(엘리펀트룸), 송정안(프로젝트그룹쌍시옷), 신재(0set 프로젝트), 윤혜숙(래빗홀씨어터), 이재민(잣프로젝트), 임성현(쿵짝프로젝트)이 뽑혔다.
이들은 이번 기획공연을 통해 세월호로 상징되는 여러 참사의 아픔과 트라우마 그리고 희망을 조심스레 살펴본다.
첫 작품은 잣프로젝트 이재민 연출의 '겨울의 눈빛'(4월 4~14일)이다. 무력한 세대의 초상을 그린 작가 박솔뫼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쿵짝프로젝트의 임성현 연출은 황정은 작가의 동명 연작 소설집 중 'd'와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를 엮은 '디디의 우산'(4월 18~28일)을 올린다. 누락되고 소외되는 사람들의 혁명 가능성을 톺아본다.
엘리펀트룸의 김기일 연출은 '아웃 오브 사이트'(5월 2~12일)를 공연한다. 평범한 사람이 감당할 수 없는 감정을 겪은 뒤 빚어지는 풍경을 그린다.
0set프로젝트의 신재 연출은 '바람 없이'(5월23일~6월2일)를 선보인다.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고통'이 원작이다. 고통을 직접 겪는 당사자들의 곁에 있는 연대 활동가에 대한 이야기다.
프로젝트그룹 쌍시옷의 송정안 연출은 '어딘가에, 어떤 사람'(6월 6~16일)을 공연한다. 극작가 고재귀씨가 글을 썼다. 생을 위한다는 명목 하에 '기억'의 자리에 '망각'을 들여놓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는 작품이다.
래빗홀씨어터의 윤혜숙 연출은 테스 게리첸 '파견 의사'가 원작인 '더 시너'(The Sinner·6월 20~30일)를 무대에 올린다. 고요한 수녀원에서 발생한 끔찍한 살인사건으로 추악한 진실을 밝혀낸다.
마지막으로 '4·16 가족극단 노란리본'은 '장기자랑'(7월 4~7일)을 공연한다. 4·16가족극단노란리본은 세월호 유가족이 뭉친 극단으로 2015년 10월 연극치유모임으로 출발했다. 2016년 3월 정식 창단 이후 '그와 그녀의 옷장' '이웃에 살고 이웃에 죽고' 등을 공연했다. 이번 작품은 고등학교 2학년이 된 아영이가 수학여행의 첫 장기자랑을 준비하면서 빚어지는 일을 다룬다.
이번 기획 공연을 주최·주관하는 혜화동1번지 7기 동인은 부제로 '제자리'를 앞세운 것에 관해 "세월호 참사로 누군가는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했고 그 원인과 책임을 밝히기 위한 수많은 시도들이 이어졌지만 진상규명을 향한 길은 여전히 제자리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는 구조적으로 발생하는 죽음 혹은 내쫓김이 개인의 책임, 고통, 상처가 아니며 그렇게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을 실감하게 됐다"는 것이다. "'세월호'는 더욱 적극적으로 말하고 상기해야하는 현재형 질문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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