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뉴시스】 신대희 기자 = 회고록을 통해 '1980년 5월 헬기사격을 목격했다'는 고(故) 조비오 신부를 비난한 혐의로 11일 광주 법정에 선 전두환(88) 전 대통령이 재판 내내 졸거나 재판 전후 사죄의 뜻을 밝히지 않았다.
전씨가 불성실한 모습으로 재판에 임하면서 진정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전씨는 재판 시작 1분 전인 이날 오후 2시29분께 부인 이순자(79) 씨와 함께 광주지법 201호 법정에 들어와 피고인석에 앉았다.
이내 검사의 공소사실·죄명·적용법조 낭독이 이어졌다. 전씨의 변호인은 재판 관할지 위반 설명에 집중했다. 광주에서의 재판이 위법하다는 그동안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오랜시간 변호인의 진술이 이어지자 전씨는 눈을 감고 꾸벅꾸벅 왼쪽으로 고개를 떨궜다.
약 7분간 졸다 일어난 전씨는 안경을 고쳐쓰고 판사를 쳐다봤다. 왼손으로 입을 만진 뒤 얼굴을 긁기도 했다.
피고인 모두발언 때에는 고개를 숙인 채 졸았다. 잠에서 잠깐 깰 때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듯 보였다. 재판이 진행된 1시간15분 내내 꾸벅거리다 고개를 좌우로 움직이는 행위를 반복했다.
오월 어머니 등 일부 방청객들은 전씨의 잦은 졸음과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하는 모습을 보며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전씨는 재판이 마무리된 직후 방청객들의 항의를 받자 강렬한 눈빛으로 법정 내 방청석을 쳐다보기도 했다.
전씨는 법정에 들어오기 직전 "광주시민에게 한 말씀 해달라. 발포 명령을 부인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엔 "왜 이래?"라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광주시민에 사과할 마음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인상을 쓰며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5월 단체는 '시민 학살로 권력을 빼앗고 죗값을 치르지 않았던 전씨의 뻔뻔함이 39년간 이어졌다'고 비판했다.
조진태 5·18 재단 상임이사는 "전씨가 재판에 전혀 관심이 없는 듯 보였다. 역사의 피해자 앞에서 결자해지하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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