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부부 광주로…보수단체는 "인민재판" 골목집회

기사등록 2019/03/11 09:37:42

11일 오후 광주서 사자명예훼손 혐의 재판

전두환, 1996년 이후 23년 만에 법정 출석

4차례 불출석…구인장 발부에 "출석하겠다"

1995년 골목성명 재현 없었다…바로 승차

보수단체, 취재진 등 모여 자택 일대 혼란

지만원 "광주놈들 어떻게 하는지 지켜봐"

【서울=뉴시스】김병문 수습기자 =전두환 전 대통령과 부인 이순자씨가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사자명예훼손 혐의 관련 재판 출석을 위해 1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자택을 나서고 있다. 2019.03.11.  dadazon@newsis.com
【서울=뉴시스】조인우 기자, 윤해리 수습기자 = 전두환(89) 전 대통령이 사자명예훼손 혐의 재판 출석을 위해 광주로 향하는 11일 오전, 전 전 대통령의 자택 앞은 이른 새벽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위치한 전 전 대통령의 자택 창문에서 불빛이 새어나오기 시작한 건 이날 오전 6시46분께다. 현장에는 돌발상황 등에 대비하기 위해 6개 중대 500여명의 경찰이 배치됐다.

오전 7시30분께부터 전 전 대통령의 재판 출석에 반대하는 보수단체들의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자유대한호국단, 구국동지회 등 경찰 추산 200여명의 보수단체 회원들은 확성기를 손에 들고 스타렉스 차량 위에 올라가 "광주 재판은 인민재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광주에 나타나 43개 무기고를 탈취하고 방송국에 불을 지른 사람들이 누구인지 밝혀야 한다"며 "전두환 대통령을 광주로 끌고 가는 건 살아있는 마지막 대통령을 구속하려는 인민재판"이라고 거듭 외쳤다.

최근 5·18 민주화운동을 '폭동'이라고 주장해 도마 위에 오른 보수논객 지만원씨도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취재진의 "5·18 민주화운동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시위대에 합류한 지씨는 "오늘 '광주놈들'이 어떻게 하는지 똑똑히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집회를 여는 보수단체와 보수 성향 유튜버, 경찰과 취재진이 뒤섞여 일대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한 보수 성향의 유튜버는 취재진을 향해 "김정은 위원장이라고 부르는 것들이 전 대통령을 전두환씨라고 한다"며 "하는 꼬라지를 좀 보라"며 소리를 질렀다.

전 전 대통령은 오전 8시32분께 모습을 드러냈다.

24년 전의 골목 성명이 재현될 지에도 많은 관심이 모였으나 전 전 대통령은 별다른 입장 발표 없이 대문 앞에 대기 중이던 차량에 바로 탑승했다. 부인 이순자씨도 함께였다.

그는 1995년 검찰 소환 통보를 받고 소환 예정일인 그해 12월2일 연희동 집을 나서면서 이른바 '골목 성명'을 발표, 조사 불응을 선언하며 고향인 경남 합천으로 가 논란을 산 바 있다.

차량은 전 전 대통령 탑승 후 바로 출발했다.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전두환 전 대통령이 탄 차량이 11일 오전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서대문구 전 전 대통령의 자택을 나서고 있다. 2019.03.11.  scchoo@newsis.com
전 전 대통령이 집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자 보수단체 회원들이 일제히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전 전 대통령의 광주행을 막겠다는 듯 움직이는 차를 막아서다가 경찰에 제압되는 모습도 포착됐다.

전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30분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재판에 출석한다.

전 전 대통령이 법정에 서는 건 1996년 내란수괴·내란·내란목적살인 등 13개 혐의로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지 23년 만이다.

그는 2017년 4월 발간한 회고록에서 '5·18 당시 고(故) 조비오 신부가 헬기사격을 목격했다는 것은 왜곡된 악의적 주장이고 조 신부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밝혔고, 지난해 사자명예훼손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기소된 이후 지난해 5월과 7월, 지난 1월에 예정됐던 재판에 알츠하이머병 등을 이유로 연이어 출석하지 않자 광주지법은 지난 1월7일 구인영장을 발부했다.

영장의 효력기간은 11일로, 인치 장소는 광주지법 법정동 201호다.

법원이 사실상 최후의 카드를 꺼내들자 전 전 대통령은 지난 7일 변호인을 통해 이번 재판에는 출석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부인 이씨의 법정 동석도 신청했다.

전 전 대통령의 광주행에는 평소 근접 경호를 수행하던 경호팀과 서대문경찰서서 형사 2개팀이 동행한다. 강력 형기차 2대, 경찰차 1대, VIP 승용차 1대, 검찰 측 차량 1대 등 총 5대가 이동할 예정이다.

광주에서도 법정 안팎, 법원 외곽 등에 모두 600여명의 경찰력을 배치해 대비 중이다. 법원은 앞서 돌발 상황 등에 대비한 경찰력 배치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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