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선대위원장 매너포트, 첫 재판서 예상 형량의 '20%'인 47개월형

기사등록 2019/03/08 21:28:20 최종수정 2019/03/08 21:51:49

3월13일 두번째 재판에서는 10년형 최고형량 내려질 듯

7일 밤 매너포트가 버지니아 알렉산드리아 연방지법의 틸리스 판사 선고를 기다리는 법정 언론스케치   AP
【서울=뉴시스】 김재영 기자 = 미국의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가 공을 들여 기소했던 2016 대선 트럼프 선거대책위원장 출신의 폴 매너포트에게 징역 47개월의 '매우 가벼운 형'이 선고됐다.

뮬러 특검 팀은 연방 버지니아 동부 지검과 함께 매너포트(69)를 20건이 넘는 혐의로 기소한 뒤 지난해 8월 배심원들로부터 8항목 혐의에 유죄 평결을 끌어냈다.

수도 워싱턴과 접한 알렉산드리아 소재 연방 지법에서 형량 선고를 위한 공판이 계속됐고 검찰은 선고를 앞두고 구체적 구형량 대신 8개 죄목을 합산한 양형 가이드가 19.5년에서 24년에 걸쳐 있다고 최후 진술에서 강조했다.

7일 밤(현지시간) 티 에스 엘리스 연방 판사는 언론이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예상했던 양형 가이드는 일체 무시하고 그것의 5분의 1에 불과한 징역형을 선고해 미국을 놀라게 했다. 세금 사기, 은행 사기 등 매너포트 8가지 죄목은 검찰과 유죄인정 형량감경 협상을 하더라도 최소 10년은 나와야 한다는 것이 법조계의 대체적 반응이다.

전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특별 사면 가능성의 운을 뗐던 매너포트에게 이처럼 경량급 형벌을 내린 엘리스 판사는 공화당 레이건 대통령이 임명한 인물로 연방 재조 경력이 32년에 이른다. 판사는 매너포트가 범법 행위를 하긴 했지만 가이드가 너무 지나치다고 말했다. 또 매너포트는 초범으로 기소 전까지 흠 잡을 데 없는 모범적인 삶을 영위했다고 덧붙였다.

수십 년 경력의 베테랑 공화당 정치 컨설턴트인 매너포트는 해외 로비스트가 본업이며 필리핀 마르코스 및 유고 야누코비치 등 대부분 독재 및 부패 지도자들을 고객으로 두고 미국 정부에 로비를 펴면서 수백, 수천 만 달러를 받았다. 2013년 야누코비치가 실각해 수입이 없는대도 1만5000달러(1700만원) 짜리 타조 가죽 재킷을 비롯 500만 달러 상당의 주택 두 곳 등 호화 생활을 계속하기 위해 조세 당국과 은행을 속이다 들통이 났다.

매너포트의 이런 범범 행각이 들통난 것은 2016 미 대선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간 내통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2017년 5월 구성된 뮬러 특검 때문이다. 매너포트는 그해 10월 기소됐는데 그 즈음 기소된 트럼프 캠프 관련 인사 5명과는 달리 유일하게 유죄를 인정하지 않고 버텼다. 그러나 지난해 8월 배심원 평결 직후 특검 팀에 항복해 유죄를 인정했다.

매너포트는 범법 장소가 두 곳이기 때문에 알렉산드리아에 이어 수도 워싱턴의 연방 지법에서도 특검 팀에 의해 돈, 사기 혐의로 기소돼 또 재판을 받게 될 상황이라 무너진 것이다. 9월부터 매너포트는 특검 기소 피고인 중 유일하게 구속된 상태로 본격적인 재판에 회부됐고 10월 워싱턴 지법 배심원단으로부터 로비 음모 및 돈세탁 혐의 2건에서 유죄 평결을 받았다.

그런데 매너포트는 뮬러 특검과 형을 깎기 위한 유죄 인정 겸 조사 협력의 거래를 한 뒤에도 거짓말을 하고 전혀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특검 팀이 폭로했다. 올 2월 워싱턴 지법의 에이미 잭슨 판사가 이를 인정했다. 이런 불리한 처지에 놓였던 매너포트가 첫 재판선고에서 놀라울 정도의 가벼운 형을 받은 것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엘리스 판사가 지적했듯이, 뮬러 특검이 기소했지만 매너포트의 수많은 혐의 중에는 뮬러의 수사 본령인 '러시아 내통'과 관련된 것이 하나도 적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로비법, 돈세탁, 탈세, 은행 사기 등 일반 범죄만 나열됐을 따름이다.

그러나 이 점은 매너포트뿐 아니고 마이클 코언 포함 트럼프 캠프 관련 피소자 6명 모두에 해당된다. 뮬러 특검이 2년 가까이 러시아와 트럼프 캠프 간 내통 의혹에 관해 무엇을 캐냈는지는 그가 곧 윌리엄 바 법무장관에게 제출할 보고서 안에 숨어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이다.

매너포트는 2016년 대선 중 5개월만 트럼프 캠프에 활약했으며 이 중 3개월을 최고직인 선대본부장으로 보냈다. 트럼프가 후보로 결정된 전당대회까지 치렀으나 이 노회한 정치 컨설턴트는 직후 우크라이나 로비 문제가 불거져 사임하게 되었고 16개월 뒤 특검에게 두 연방 법원에 기소된 것이다.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전 선거대책본부장 폴 매너포트가 2018년 2월14일 워싱턴의 연방법원을 떠나고 있다. 그는 9월부터 구속된 상태로 두 곳서 재판을 받았다. 2018.9.14
매너포트는 3월13일로 예정된 워싱턴 연방 지법의 선고에서는 중형이 언도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여성인 잭슨 판사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지명된 신예다. 또 매너포트가 판사의 침묵 명령을 어기고 여 판사에 관한 의견을 소셜 미디어에 올렸다가 지적 받은 사실이 있다.

잭슨 판사는 매너포트에게 최대 형량인 10년을 때릴 것으로 미 언론들은 보고 있다. 특히 알렉산드리아의 엘리스 판사가 내린 47개월 형과 독립해 그것에 추가하는 병합형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매너포트의 징역형은 14년형에서 1개월이 빠진다. 다만 그간 복역한 9개월을 틸리스 판사는 정식 형기로 인정해주는 선처를 베풀었다.

매너포트 다음으로 무거운 형을 선고 받은 특검 피고인은 마이클 코언으로 지난해 12월 36개월을 선고 받았다. 복역은 4월부터 시작되는데 유죄 인정 절차 후 곧 선고로 이어지는 간이 재판에 그쳤다.

뮬러 특검이 비록 러시아를 적시하지 않았으나 유일하게 본격 공판을 벌린 매너포트 기소에서 과연 총 형량으로 얼마를 얻어낼지 주목된다.
         
kj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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