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성창호 등 6명 사법연구 명령
재판부·피고인 한 건물에서 근무 논란
대법, 재판 배제 조치 더 내릴 가능성
8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날 현직 법관 6명을 재판업무에서 배제하고 오는 8월31일까지 사법연구를 맡도록 조치했다.
대상 법관은 임성근·신광렬·이태종 서울고법 부장판사와 조의연 서울북부지법 수석부장판사, 성창호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 심상철 수원지법 성남지원 원로법관 등이다.
서울고법 부장판사 3명은 사법연수원에서, 나머지 법관 3명은 소속 법원 등에서 사법연구를 맡게 된다.
지난해 12월 대법원 1차 징계에서 각 정직 6개월과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았던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방창현 전 전주지법 부장판사는 재판업무 배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지난 5일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과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선임재판연구관과 함께 이들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사법농단' 사건으로 현직 판사가 기소된 첫 사례로, 동료 법관에게 재판을 받게 된 상황에 재판 업무를 계속 맡는 건 부적절하다는 논란이 기소 이후 각계에서 제기됐다.
특히 임성근·신광렬·이태종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향후 재판이 열릴 서울중앙지법이 있는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재판부와 피고인이 한 건물에서 일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에서도 8일 법원 내부 전산망에 '기소 및 비위 법관들을 즉시 업무에서 배제하고 엄중한 책임을 물으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올려 재판업무 배제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에 김 대법원장은 사건이 배당되고 재판이 본격 절차에 들어서자 피고인이 된 판사들을 재판 업무에서 물러나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관계자는 "사법부 및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각계 우려를 무겁게 받아들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상 대법원이 비위사실 통보를 접수하면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실은 대상자들에게 징계 처분을 받을 만한 사유가 있는지 검토한다.
이후 사실이 인정되면 대법원장이나 대법관, 소속 법원장 등의 청구로 징계위원회가 열린다. 징계 여부나 수위 등 최종 처분은 위원회에서 결정된다.
이번 사건의 경우 중요도와 중대성이 큰 만큼 김 대법원장이 직접 징계를 청구할 가능성이 높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해 6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1차 징계 과정에서도 직접 징계위원회에 청구를 한 바 있다.
이와 함께 기소 대상에선 제외됐지만 검찰이 비위사실을 통보한 법관 58명에 대해서도 추가로 재판 배제 조치가 내려질 전망이다.
현재 대법원에서 징계 등을 검토 중인 법관은 총 66명으로, 이중 기소된 6명의 경우 재판 공정성 등 논란이 일자 우선 재판업무 배제 조치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
다만 추가로 재판업무에서 제외될 법관 규모는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법관 징계 소멸시효는 발생일로부터 3년으로, 근무 기간 등을 고려했을 때 상당수는 시효가 완성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체 법원 규모상 수십명의 판사를 재판에서 물러나게 할 경우 일선 법원의 재판 처리에도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조치와 별도로 기소 및 비위사실 통보 법관들에 대한 징계 청구나 재판업무 배제 여부 등을 신속하게 검토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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