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안채원 기자 = 가수 승리(29·본명 이승현)의 '해외 투자자 성접대 의혹'을 파악 중인 경찰이 관련 카카오톡(카톡) 대화로 추정되는 자료를 입수했지만, 자료의 진위 여부를 밝히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8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광수대)는 지난 5일 성접대 의혹의 발단이 된 카톡 대화 내용 일부를 분석 중이라고 전하면서 입수 경로는 밝히지 않았다.

경찰은 대화내용이 저장된 이동식저장장치(USB)를 넘겨받았는데, 해당 자료는 엑셀파일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파일에는 대화내용 외에도 메시지를 전송한 전화번호, 시간 등이 담겼다. 의혹의 발단이 된 2015년 12월6일 대화내용도 포함됐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과 디지털포렌식 전문가 등에 따르면 엑셀파일은 디지털포렌식을 통해 휴대전화 메신저 복원 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문서형태다. 추출 결과에는 전화번호, 대화시간 및 내용 등이 기재된다. 경찰이 확보한 자료가 사설업체에서 휴대전화를 디지털포렌식한 결과라 볼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다만 수사기관에서는 사설업체의 디지털포렌식 결과를 검증하는 절차를 거친다. 통상 사설업체는 해당 결과에 조작이 없었음을 증명하기 위해 '해시값'(디지털데이터의 고유성을 증명하는 '지문' 개념)과 포렌식에 사용된 소프트웨어, 자료 추출 날짜 등이 적힌 감정보고서를 작성한다. 또 업체에 따라 복구 데이터의 사본도 저장한다.

사이버수사과에서 근무 중인 한 경찰은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사설 업체를 통해 제출받은 자료와 데이터 사본을 대조한다든가, 포렌식에 사용된 소프트웨어의 공인성 정도나 해당 데이터가 추출된 날짜 등을 종합해 데이터의 진위여부를 따져보기도 한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번에 경찰이 확보한 USB에는 엑셀파일 형식의 대화록 외에는 어떤 자료도 없다는 점이다. 경찰 관계자는 "감정서 등 관련 정보나 자료는 없고 대화내용이 적힌 엑셀파일만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상진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엑셀파일만을 가지고는 해당 자료가 원본에서 추출된 것인지, 위·변조가 이뤄졌는지를 알 방법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입수한 대화내용의 진위여부를 가리기 위해서는 원본, 즉 대화가 담긴 휴대전화를 확보하는 것이 우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포렌식 전문가인 최규종 서치데이터 대표는 "디지털데이터가 법적 증거가 되기 위해서는 (위·변조가 되지 않았다는 뜻의) '무결성'을 입증해야 한다"며 "(대화록만 있다면) 원본 확인 절차를 제외하고는 위·변조 여부 확인이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이에 경찰 관계자도 "해당 카톡의 원본이 담긴 휴대전화를 확보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경찰이 휴대전화를 손에 넣기가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해당 대화가 이뤄진 지 3년이 넘었고 국내 사용자들이 일반적으로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길지 않기 때문이다.
 
승리의 성접대 의혹은 지난달 한 연예매체 보도로 불거졌다.

SBS 펀E는 지난달 26일 승리가 포함된 2015년 12월6일자 카톡 대화방 내용을 바탕으로 "승리가 직원 김씨에게 외국인 투자자 일행을 언급하며 '클럽 아레나에 메인 자리를 마련하고 여자애들을 부르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서울경찰청 광수대는 보도 하루 만인 27일 내사에 착수했고, 승리는 이날 오전 9시께 광수대에 출석해 다음날 오전 5시30분께까지 약 8시간30분 동안 조사를 받았다.  

승리의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는 "본인 확인 결과 해당 기사는 조작된 문자 메시지로 구성됐으며 사실이 아니다"란 입장을 밝혔다.

승리 역시 경찰 조사 때 의혹을 부인하며 대화 원본이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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