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담 결렬 시각에도 베트남 관계자 만난 北
김정은-트럼프 첫 만남 때도 경제사찰 행보
'非비핵화 수행원'이라는 이야기 나올 정도
김정은, 비핵화-경제협력 투 트랙으로 한 듯
김정은 "베트남과 경제 협력 교류 정상화"
北, '개방'보다는 '개혁'에 더 집중했을 듯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싱가포르 북미 회담과는 달리 회담 전 '두문불출'하며 비핵화 담판에 집중했다. 그러나 수행원들은 하노이 안팎에서 회담과 관련 없이 적극적으로 경제 행보를 펼쳐 김 위원장이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번 수행원단 명단 중에는 지난해 북미 회담 때 포함되지 않았던 노동당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인 오수용 경제부장이 들어가면서, 회담 시작 전부터 북한이 베트남 친선방문을 계기로 경제시찰과 협력분야에 집중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 같은 관측은 방문 기간 실제 북한 수행원단의 동선에서도 확인이 가능했다. 북한 수행원단은 2차 북미 회담이 결렬돼 김 위원장이 숙소로 돌아가던 시각인 지난달 28일 오후 2시께에도 하노이 모처에 있는 고급 식당에서 베트남 정부 고위당국자들과 만나 식사를 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이 자리에는 당 중앙위 부위원장인 리수용 국제부장, 김평해 간부부장, 오수용 경제부장, 김성남 국제부 제1부부장, 현송월 삼지연관혁악단장 등이 자리했다. 이들은 이날 기술과학단지 등을 시찰했다.
이들이 빈 그룹이 주최한 만찬까지 참석하고 돌아온 시간은 김 위원장이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친교만찬을 마무리하던 시점이어서 완전히 비핵화 담판과는 별도로 움직였음이 확인됐다. 현지에서는 이들을 두고 '비(非) 비핵화 수행원'이 아니냐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이 같은 경제 행보는 2일자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서도 엿보였다. 신문은 김 위원장과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국가주석과의 만남을 보도하면서, 김 위원장이 "당적, 정부적 래왕(왕래)을 활발히 벌리며 경제, 과학기술, 국방, 체육문화예술, 출판보도부문 등 모든 분야에서 협조와 교류를 정상화하고 새로운 높은 단계에로 발전시켜야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베트남은 북한에 개혁·개방정책 경험을 전수할 수 있는 주요 국가로 꼽히고 있다. 수행원들이 김 위원장과 별도로 산업·경제시설을 시찰하고 정부 관계자들과 소통하는 것은 이러한 경험을 공유하기 위한 풀이된다. 특히 베트남은 한때 미국과 전쟁을 한 나라지만 1986년 경제 개혁·개방정책인 '도이머이'를 채택하며 자본주의를 받아들이고 1995년에는 미국과 수교를 맺었다. 미국의 비핵화-상응조치 모델이 베트남식 협력에 기초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다만 한쪽에서는 북한이 여전히 '자력갱생'을 경제총력 노선의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을 정도로 개방을 꺼리는 만큼, '개방'보다는 '개혁'에 집중한 사찰이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이번 베트남 방문기간 언론에서는 김 위원장이 최고층 옥외 레스토랑인 '탑 오브 하노이'(Top of Hanoi)를 방문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지만 실제로 이뤄지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머무른 멜리아 호텔 22층 스위트룸에서는 대형 창문을 통해 하노이 시내 주요 전경을 모두 볼 수 있도록 돼 있다.
ksj87@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