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금 대체할 것이란 주장에 WGC 공식 반박..."대체 불가"
"암호화폐 아직 초기 시장...금과 비교는 아직 이르다" 재반박
【서울=뉴시스】이종희 기자 = 암호화폐가 금을 대체하는 시대가 올 수 있을까. 최근 비트코인이 장기적으로 금을 대체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화폐가 디지털화되는 추세에 맞춰 암호화폐는 디지털 시대의 화폐의 역할을 대체할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에 암호화폐의 대장 격인 비트코인이 금과 같은 안정적인 가치저장 수단이 될 수 있으며, 현재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암호화폐가 디지털 시대의 금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박도 만만치 않다. 가치가 일정한 금은 수천년간 '금본위제' 시대를 이끈 대표적인 화폐이자, 종이에 불과한 실물 화폐를 실제 가치와 매개시켜준 역할을 해왔다.
암호화폐는 가격 변동성, 거래량, 수요 측면에서 가치 저장 수단이나 거래용으로 쓰기에는 부적합하다는 지적이다.
◇ 비트코인 금 대체할 것이란 주장에 WGC 공식 반박..."대체 불가"
3일 업계에 따르면 금 산업을 대표하는 세계금협회(WGC)가 '암호화폐는 금의 대체재가 아니다'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암호화폐가 금을 대체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다.
WGC는 암호화폐가 가격 변동성이 금에 비해 지나치게 크다고 지적했다. 금 가격은 금본위제가 해체된 1970년대 브레튼우즈 체제 붕괴 이후 연평균 10% 상승했지만 가격 변동성은 줄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금 가격의 10배가 뛰는 등 가격 변동성이 과도하다는 것이다.
또한, 거래량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비트코인은 일 평균 거래량이 20억 달러 수준으로, 금 평균 거래량인 2500억 달러에 1%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WGC는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도 암호화폐는 현금화 이외에는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금과 비교하기에는 이르다고 부연했다. 또한, 암호화폐는 토큰 종류만 수천가지로, 내부 경쟁이 더 치열해 자리잡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WGC는 "비트코인이 지금까지 놀라운 행보를 보였지만, 투자 상품으로 금과 비트코인은 다르다"며 "암호화폐는 금의 대체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암호화폐 아직 초기 시장...금과 비교는 아직 이르다" 재반박
암호화폐 업계에서는 WGC의 이같은 주장에 암호화폐는 아직 초기 시장으로, 금과 비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재반박했다. 장기적으로 살펴보면 가격변동성과 같은 문제는 해결될 수 있으며, 가치를 저장하는 자산으로서의 기능이 커지는 만큼 앞으로 잠재력이 크다는 것이다.
(주)체인파트너스 리서치센터는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이 될 수 있나'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WGC가 발표한 ‘암호화폐는 금의 대체재가 아니다’라는 보고서에 대해 자산군의 성숙도를 고려하지 않고 비트코인과 금을 직접 비교하는 것은 갓 태어난 신생아와 성인의 힘을 비교하는 것이라며 반박했다.
비트코인이 금 대비 가격 변동성이 높고, 거래 유동성이 낮은 것은 모두 인프라가 개선되고 규제가 강화되면 극복될 수 있는 문제점이라는 것이다.
특히 보고서는 1970년대 금본위제도가 폐지된 당시의 금과 2010년대 비트코인이 유사하다고 지적하며 모든 신종 투자 자산은 태동기에 표준화된 가치평가기법의 부재 및 불투명한 가격결정구조와 같은 문제를 겪는다고 지적했다.
리서치센터는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에 비유하며 가치보존형 자산으로 분류했다. 또한, 현재 비트코인은 화폐라기보다 자산에 가깝다며 가치 저장의 기능을 하는 '디지털 금'으로 서서히 진화하고 있는 중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법정화폐의 가치가 불안정한 일부 국가에 비트코인은 유용한 가치 저장의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각 국이 비트코인 및 알트코인을 '화폐' 대신 '자산'이라고 사용하는 것을 근거로 비트코인을 '자산'으로 취급하는 것은 이제 전 세계적 추세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암호화폐를 디지털자산(Digital Asset)으로, G20과 유럽연합은 암호자산(Crypto Asset)으로 칭하고 있다. 또한 홍콩은 가상자산(Virtual Asset)으로 표기하고 있고, 가상화폐(Virtual Currency)라는 용어를 사용하던 일본은 암호자산(Crypto Asset)으로 명칭을 바꾸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리서치센터는 장기적으로 비트코인이 재무적 목적의 금 수요(투자, 중앙은행이 유보한 금)를 일부 대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가치보존형 자산은 시대에 따라 지위가 달라지는데 만약 비트코인이 2140년 채굴이 끝난 이후에도 생존한다면 미래의 후손들이 비트코인에 부여하는 신뢰는 지금보다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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