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매출 500억 이상 대형가맹점 수수료 약 1%p인상
금융당국 "수익자부담 원칙 실현, 카드수수료 역진성 해소"
현대기아차 "인상 반대, 계약해지도 불사"
카드사 "정부차원 개편인 만큼, 이마트사태 없을 것"
2일 카드업계 등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지난 1월말께 연매출 500억원 이상 대형가맹점 2만3000곳에 카드수수료를 인상할 것을 통보했다.
현재 대형가맹점들이 부담하는 카드 수수료는 1.8~2.0% 수준이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주요 업종별로는 대형마트 1.94%, 백화점 2.01%, 통신 1.80% 등이다. 카드사들은 이를 2.1~2.3% 수준으로 인상할 것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인상안은 적격비용 산정에 따른 결과다. 금융당국이 발표한 카드수수료 개선안의 카드사 마케팅비용 산정방식에 따르면 연매출 500억원을 초과하는 일부 대형가맹점의 적격비용이 인상되기 때문이다.
이번 금융당국의 카드수수료 개편안의 골자는 '수익자부담 원칙'을 실현하고 '카드수수료 역진성' 해소에 있다. 즉 중소·자영업자 수수료는 인하하는 대신 마케팅 혜택의 실질적 수요자인 대형가맹점의 수수료는 인상해 정상화한다는 취지다.
윤창호 금융위 금융산업국장은 "대형가맹점이 적격비용에 따른 수수료율을 떠나 협상력에 과도하게 의존해 수수료 인하를 논의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대형가맹점은 그동안 마케팅비를 현실적으로 부담해오지 않은 측면이 있다. 이번 (대형가맹점 인상) 논의는 마케팅 비용이 현실적으로 정확히 반영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조정된 수수료안은 보통 카드사에서 적용 한달전께 통보하는 만큼 이달부터 대형가맹점에 인상된 수수료가 적용된다. 하지만 대형가맹점이 이를 반대하고 있어 한동안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차는 계약해지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수수료를 합리적으로 책정할 것을 요구하며 카드사가 제시한 인상안에 이의를 제기한 상태"라며 "우리는 왜 인상을 하면 안되는지를 설명하고 있고 카드사는 우리와 의견이 달라 협상을 통해 조율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본적인 원칙은 협의를 지속해 원만한 합의를 도출하자는 것이지만 조율이 되지 않아 부득이한 상황이 되면 어쩔 수 없이 계약해지도 불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인상거부' 움직임은 자동차는 물론 유통과 통신업계 등 타업권으로 확산되며 당분간 진통이 예상된다. 그동안 대형가맹점이 카드수수료 인상을 요구하는 카드사를 압박했다는 '갑질' 논란이 있어왔기 때문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 이후로 이의제기한 대형가맹점이 어디인지 아직까지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다"면서도 "다른 업권에서도 곧 이의제기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카드업계는 우선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카드사에서 인상을 통보하면 가맹점에서는 한 달 안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데 이번 '인상제동'이 아직까지는 일반적으로 가맹점과의 협상과정에서 보여지는 수준으로 보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인상안을 통보하면 가맹점에서 대부분이 이의를 제기했고 이후 조율하는 과정을 거쳐왔다"면서 "아직까지는 가맹점과 대화로 협의해 조율할 수 있는 수준일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이마트 사태'처럼 극한의 상황으로 치닫진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마트는 지난 2004년 BC카드가 수수료율을 올리겠다고 통보하자 이에 반발해 계약을 해지한 바 있다. 당시 이마트에서 BC카드를 이용할 수 없어 소비자 불만이 폭주했고 결국 BC카드는 수수료율을 조정했다.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는 "이번 카드수수료 인상이 사실상 정부차원에서 진행되는 만큼 가맹점에서 이를 끝까지 거부하거나 실제로 계약을 해지하는 사태까지 벌어질 것 같진 않다"고 전했다.
한편 이에 앞서 윤 국장은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에 보면 대형가맹점이 카드사에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율 요구하는 경우에는 처벌도 가능하게 돼 있다"면서 법적 처벌 가능성까지 경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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