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초 위기 속 성사시킨 1차 회담 때와 다른 상황에 고민
대화 의지 여전한 트럼프에 희망…김정은 설득도 관건
믿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마저도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는 선례를 남기면서 실무급 대화에서 좌초됐던 과거 방식과 궁극적으로 차이가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북미 정상이 비핵화와 상응조치를 둘러싼 인식의 간극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점에서 지금 당장 이들을 다시 마주앉게 할 뾰족한 해법마저 당장 보이지 않는다는 현실적인 고민도 존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김 위원장과의 협상 결렬 후 하노이 JW메리어트호텔에서 가진 회견에서 결렬 이유로 북한의 제재 해제 요구를 꼽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가 쟁점이었다. 북한에서는 제재 해제를 요구했지만 저희는 그러지 못했다"면서 "합의문에 서명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제재를 유지하고자 한다"며 "북한은 비핵화 의지를 보이지만, 우리가 원하는 비핵화는 안 했다"고 협상 결렬 책임이 북한에 있다고 주장했다.
'영변 핵시설 플러스 알파(α)'로 대표되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제재 완화로 대표되는 미국의 상응조치를 놓고 접점을 찾지 못했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설명이다.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 사이의 북미 실무협상 때부터 관건으로 꼽혀왔던 '영변 플러스 α', '제재 완화'를 둘러싼 인식의 차이는 정상회담에서도 좁히지 못했다는 게 드러난 셈이다.
실무자급 대화와 달리 정상 간 대화에서는 통 큰 합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존재했지만 결국 두 정상마저도 간극만 확인한 채 돌아서야 했다. 이른바 '톱·다운' 방식의 접근이 무조건 능사가 아니며, 엄연히 갖고 있는 한계도 존재한다는 점이 드러난 것이다.
문제는 정상 간 대화 채널마저 막힌 경우 단순 중재만으로는 돌려세울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비록 8개월 전 1차 북미 정상회담의 좌초 위기를 '원포인트'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성사시킨 사례가 있지만, 당시는 회담 자체가 결렬된 이후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이번의 경우와 다르다는 지적이다.
미국과 북한을 오갔던 문 대통령의 숨가쁜 중재외교로는 한 번도 마주한 적 없던 두 정상의 만남까지는 성사시켰을지 몰라도 협상의 결과까지는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대화를 통해 타결하겠다는 의지가 분명하다는 점, 문 대통령에게 중재 역할을 바라고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또 문 대통령의 중재 의지가 여전하다는 점도 희망적 요소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귀국길에 오른 트럼프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통화에서 "한미 간 긴밀한 공조 하에 필요한 역할과 지원을 다해 나갈 것"이라며 중재역할에 대한 변함없는 의지를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통화에서 문 대통령에게 김정은 위원장과 대화 후 그 결과를 알려달라는 등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당부했다.
따라서 문 대통령의 향후 발걸음도 분주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른 시간 내에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만나자고 제안한 만큼 조만간 워싱턴을 방문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에 앞서 핫라인을 통해 김 위원장의 진솔한 고민을 듣고 이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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