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간 열차 장정' 김정은 결국 빈손… '새로운 길' 모색하나

기사등록 2019/02/28 19:55:20

열차로 65시간, 숙소 칩거하며 매진한 회담 '결렬'

北 매체 "훌륭한 결과 만들어질 것" 대대적 선전

金 '서울 답방' 카드로 대미 교착 극복할지 주목

【랑선(베트남)=뉴시스】고승민 기자 = 제2차 북미정상회담 일정을 하루 앞둔 26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특별열차를 타고 베트남 랑선성 동당역에 도착하고 있다. 2019.02.26.kkssmm99@newsis.com
【하노이(베트남)·서울=뉴시스】김지훈 기자 = 2차 북미 정상회담이 28일 결렬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관영매체를 통해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보도하며 이번 베트남 방문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회담이 결렬되면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북한은 이번 김 위원장의 이번 베트남 방문 관련 소식을 이례적으로 실시간으로 보도했다. '하노이 회담'을 위해 전용열차를 타고 중국 대륙을 관통해 베트남까지 이동하면서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에서 전용열차로 출발한 순간부터 지난 27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는 순간까지 주요 일정을 빠짐없이 보도했다.

특히 지난 27일(보도일 기준)에는 김 위원장이 하노이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 실무대표단으로부터 보고를 받았다고 보도하며 의제 실무협상을 담당했던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 등과 함께 있는 사진을 실었다. 북미 비핵화 회담의 성과를 확신할 수 없으면 불가능한 보도다.

이러한 자신감은 다음날에도 읽혔다. 신문과 통신은 지난 27일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단독회담과 만찬을 함께했다고 28일 자로 보도했다.

보도 내용에서도 확신을 읽을 수 있다. 신문과 통신은 "대결과 반목의 악순환을 끝장내고 새롭게 도래한 평화번영의 시대에 부응하려"라며 이번 회담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이번 회담에서 모두가 반기는 훌륭한 결과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발언을 그대로 실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핵-경제 병진노선의 '성공적' 결속을 선언하고 경제총력노선이라는 새로운 전략 노선을 채택해 공표했다. 그리고 북미 정상회담과 남북 정상회담을 연이어 개최하며 비핵화를 조건으로 한 대북제재 완화 가능성을 모색했다 그리고 성과를 확신하며 평양을 출발할 때부터 축제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러나 상황은 급반전했다. 하노이 회담 마지막날, 합의문에 서명하기 위해 다시 모인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업무오찬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들은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 회담을 가졌으나 끝내 '하노이선언'에 서명하지 못하고 각자 숙소로 복귀했다. 회담이 결렬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렬 직후 기자회견에서 "김정은과 우호적으로 회담을 마무리했다"고 밝히며 "북한과 좋은 관계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 위원장과의 다음 회담을 "약속하지 않았다"며 "빨리 열릴 수도 있고, 오랫동안 안 열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또다시 교착 상태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으로서는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미국이 세계 앞에서 한 자기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우리 인민의 인내심을 오판하면서 일방적으로 그 무엇을 강요하려들고 의연히 공화국에 대한 제재와 압박에로 나간다면 우리로서도 어쩔수없이 부득불 나라의 자주권과 국가의 최고 리익을 수호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이룩하기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수 없게 될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김 위원장은 "핵실험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고 트럼프 대통령은 말했다.

김 위원장이 북미 비핵화 협상의 핵심 의제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움직임을 차선책으로 택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9월 평양공동선언에 '서울 답방'을 약속했다. 남북 간 소통은 북미 관계가 경색될 때 돌파구를 마련하는 역할을 해왔다. 지난해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미가 잠시 냉각기를 맞았을 때 김 위원장은 남북 '비공개 정상회담'을 통해 입장을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해 고비를 넘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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