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협정 연락사무소 등 정책 목표에 안맞아"
"권장사항 경고사항 조합한 실질적 방안 제시를"
【서울=뉴시스】강영진 기자 =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회담에서 권장사항과 경고사항을 잘 조합한 실질적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로버트 졸릭 전 세계은행 총재가 24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기고한 글에서 주장했다. 다음은 기고문의 주요 내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화염과 분노'부터 친근감을 나타내는 서한을 교환하는 것까지 폭넓은 외교를 펴고 있다. 최근에는 뷔페식 식단을 펼쳐놓았다. 김정은에게 마음에 드는 메뉴를 고르도록 한 것이다.
이번 주 트럼프 대통령은 그같은 방식을 버리고 김정은 위원장에게 권장사항과 경고사항을 잘 조합한 실질적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첫째, 한반도 전쟁 위험 가능성을 주목해야 한다. 휴전은 66년 동안 중무장한 적대국간에 위험한 대치상태를 초래했다. 이를 하나씩 하나씩 풀어가야 한다. 북한군은 너무 많다. 협상을 통해 북한군의 규모와 기습능력을 감축해야 한다. 목표는 남북한 모두 군비 감축을 하는 것이다.
1992년 유럽은 재래식무기감축협정을 체결했다. 이는 유럽에서 냉전을 제거했다. 이를 전례로 삼아야 한다. 군대가 축소되면 김정은 위원장은 자원을 북한 주민들을 위해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한반도에서 전쟁의 위험이 줄어들면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을 축소해 재배치할 수 있다.(한국의 안보 보장을 위해 미군의 주둔은 여전히 필요하다.)
둘째, 남북한이 신뢰 구축하도록 해야 한다. 인도주의적 지원, 이산가족 상봉, 스포츠 교류, 북한을 남한과 외국에 서서히 개방하는 개인간 교류 등에서 시작할 수 있다. 경협은 생활수준을 높이고 시장을 활성화하는 개혁을 장려하는 것이어야 하며 북한의 강제노동을 방지하는 것이어야 한다.
셋째, 지역 안보를 추구해야 한다. 한반도는 1894-1895년의 청일전쟁과 1904-1905년의 러일전쟁 당시부터 동북아 지역에서 강대국들이 가장 치열하게 다투는 현장이다. 항구적인 평화를 달성화기 위해 남북한이 다른 아시아국가들 및 미국과 함께 노력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남북한은 역내 단거리 미사일의 수와 형태를 제한할 수 있다. 북한은 납치된 일본인들을 돌려보내야 한다. 1980년대 유럽은 "신뢰 및 안보 구축" 체제로 군사훈련 사전 통지, 투명성과 검증을 실시했다. 비슷한 지역안보 프레임이 있다면 남북한 사이의 경제협력이 촉진될 것이다.
넷째, 미국과 한국은 권위주의적 북한 체제가 추구하는 경제 개혁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 베트남은 시장과 개방을 감행함으로써 국민들이 더 잘 살 수 있도록 했다. 미국은 베트남의 개혁을 도와 교역하고 투자했다. 중국의 개혁 경험 역시 가치가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여러 방안을 검토해 결단해야 한다.
미국과 한국, 기타 국가들이 인도주의적인 식량 및 의료 지원을 제공할 수 있다. 북한이 시장경제를 지향하면서 법령과 제도를 정비한다면 미국, 한국, 일본, 중국 및 기타 국가들이 점진적으로 더 문호를 열 수 있다. 미국인들은 권위주의적이지 않은 체제를 선호할 것이지만 북한이 위협을 멈춘다면 (북한 지원의) 문턱을 낮출 수 있을 것이다.
다섯째, 핵무기와 미사일의 위험성을 다뤄야 한다. 트럼프 정부가 인식하고 있듯이, 이 과정은 단계적인 신뢰구축을 필요로 한다. 북한은 핵확산 및 미사일과 대량파괴무기 실험을 중단하고 검증을 받아야 한다. 범죄집단 및 테러리스트, 사이버 공격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 핵능력을 해체하고 일정시간 뒤 전세계에 공개해야 한다. 북한이 비핵화를 향해 나아간다면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복귀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국제기준에 따라 사찰하도록 해야 한다.
미국과 한국은 동맹국이자 파트너로써 위 다섯가지에 맞춰 김정은 위원장이 변화할 수 있도록 대북 정책을 조율해야 한다. 김정은 위원장은 더 자신감을 가지고 어려운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될 것이다. 트럼프 정부는 평화협정과 연락사무소 설치와 같은 아이디어를 고려하고 있으나 정책목표와 무관하게 이런 조치들을 취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겉만 번드르르한 외교적 업적을 원하면 안된다. 전략적 목표에 맞는 정책을 추구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헤드라인을 장식하려고 성급하게 행동하다가 실수하면 안된다. 미국은 핵심 이익을 확보하고 레버리지를 유지하면서 북한에 평화와 안보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
yjkang1@newsis.com